신원호 PD "99즈 해피엔딩은 시청자 위한 최선..시즌3 계획없다"[인터뷰S]

심언경 기자 2021. 10.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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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 제공|tvN

[스포티비뉴스=심언경 기자] 지난해 3월 '주 1회 시즌제'를 내걸고 시작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2로 마무리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간 파격적인 편성으로 한 번,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로 두 번, 따스한 사람 이야기로 세 번, 쉴 틈 없이 시청자들을 홀렸다. 이 중심에는 자타공인 히트작 메이커로 통하는 신원호 PD가 있다. 역시나 이번에도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냈고, 좋은 성적표까지 거머쥔 신 PD는 기대 이상의 성과에 감사를 표하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신원호 PD는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누군가는 케미, 누군가는 밴드, 누군가는 환자와 보호자의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는 러브라인, 누군가는 연기 앙상블에 호감을 갖고 들어오셨다가 또 다른 포인트들에 매력을 느끼시고 사랑을 주신 게 아닐까 짐작한다. 그중 하나를 굳이 꼽으라면 아마도 다섯 배우가 만들어내는 캐릭터와 케미스트리, 그리고 그들이 그려내는 율제병원 안의 소소한 사람 이야기에 점수를 많이 주신 것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 1회로 편성된 시즌제 드라마다. 다수의 히트작을 보유한 신원호 PD에게도 우려가 따랐던 도전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안방극장에 안착하며 드라마 판도를 뒤바꿨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성적 역시 좋았다. 시즌2는 마지막 회에서 14.1%(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원호 PD는 주 1회 방송에 대해 "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2개씩 했었던 전작들은 어떻게 해냈던 건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간다. 이건 저뿐만 아니라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공히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현장의 피로함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결국 다시 현장의 효율로 돌아오게 된다. 그 점이 주 1회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 아닐까 싶다. 매회 그 어려운 밴드곡들을 위해 연기자들에게 그렇게 여유 있는 연습 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시즌제의 강점으로는 "내적 친밀감"을 꼽았다. 신원호 PD는 "모든 드라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1회다. 1회에서 드라마의 방향성과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가 늘 큰 고민인데, 시즌제에선 시즌1을 제외하고는 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작할 수 있다.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쉽게 받아들이고 접근할 수 있다"며 "제작 단계에서도 편리하다. 캐스팅, 로케이션, 세트, 소품, 의상 등 모든 면에서 세팅된 부분들이 많다 보니 준비 기간도 어마어마하게 단축된다. 그래서 중간에 '하드털이'도 할 수 있었다. 여러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도 영리한 형식인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신원호 PD가 언급한 '내적 친밀감'은 시청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출연진도 제작진도 '시즌제'라는 형식으로 이어진 '찐'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관계성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20년 지기 이익준(조정석), 안정원(유연석), 김준완(정경호), 양석형(김대명), 채송화(전미도)의 이야기다. 이들의 일상이 주축이 되는 작품인 만큼, 배우들의 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행히 배우들은 10개월간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남다른 호흡을 보였다.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첫 촬영이라 하면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기 위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그런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됐다. 스태프들, 배우 간 내적 친밀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졌다. (신현빈, 정문성, 곽선영, 김해숙, 김갑수, 최영준, 하선빈, 문태유 등은) 촬영 횟수로 보면 99즈 다섯 배우에 비해서는 적은데도 어제 호흡 맞췄다가 다시 오늘 촬영하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들 신기해했었다. 시즌2 하면서 하나 달라진 느낌이 있었다면, 다들 한층 더 매력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재미를 극대화하는 특별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시즌2에는 차청화, 이규형, 안창환, 이일화, 유재명, 장혜진, 최덕문, 현정화, 주세혁, 나영석 PD, 김준한이 힘을 보탰다. 이들 중 신원호 PD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출연자는 단연 현정화였다고 한다.

"탁구 대회 에피소드는 스토리 전개상 마지막에 어마어마한 고수가 나와 주셔야 했다. 복식이다 보니 선수 한 분이 더 필요했었는데 직접 발 벗고 나서서 너무 열심히 섭외를 해주셨다. 올림픽이 코앞이라 섭외가 쉽지 않았는데도 끝까지 열심히 섭외를 해주셨고, 너무 감사하게도 주세혁 선수가 함께 나와주셨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연기를 하시는 분들도 아니신데 두 분 모두 대사 연습도 많이 해 오셔서 연기도 흠잡을 데 없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 유연석, 정경호, 전미도, 신원호 PD, 조정석, 김대명(왼쪽부터). 제공|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독보적인 화제성을 자랑했다. 이에 전미도, 신현빈, 곽선영부터 특별출연 배우까지 주목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신원호 PD의 뛰어난 안목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신 PD 스스로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실감한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을 법하다.

"캐스팅 원칙은 똑같다. 연기 잘하시는 분이 첫 번째, 그 캐릭터와 맞는 지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캐릭터와 잘 맞는지가 두 번째, 모난 데 없이 잘 어울려서 협업할 수 있는지가 세 번째다. 이건 '응답하라 1997' 때부터 가지고 있던 원칙이다. 그런 원칙에 입각해 고민 끝에 캐스팅을 결정하고 나면 그 뒤로는 기나긴 걱정의 시간들이 이어진다. 배우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결정이 맞는가에 대한 확신이 늘 없다. 아무리 훌륭한 배우라도 시청자의 환심을 사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그 걱정의 시간은 정확히 첫 회가 방송될 때까지 계속된다. '응답하라' 시리즈 때부터 늘 그랬다. 그래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순간도 항상 똑같다. 첫 회가 방송나가는 중간에 해당 연기자에 대한 반응들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역전되는 순간이다. '저 친구 누구야?'라는 의심의 댓글들이 긍정의 댓글들로 바뀌는 순간이 가장 짜릿하고 감동스럽다. '아, 됐다' 싶은 생각에 마음이 탁 놓인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99즈의 러브라인이었다. 친구,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것은 물론, 이를 의사인 인물의 삶에도 자연스럽게 녹여내 여타 로맨틱코미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시즌2에서는 이익준과 채송화, 양석형과 추민하(안은진)가 결실을 맺었다. 장겨울(신현빈)과 안정원은 풋풋함을 넘어서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갔고, 김준완과 이익순(곽선영)은 장거리 연애에서 비롯된 갈등을 극복하며 정통 멜로의 색을 더했다.

이와 관련, 신원호 PD는 "익준이랑 송화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저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긴 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여러 상황들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결국엔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 '응답하라'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긴 한데, 그때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간 케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과 시즌2 전체의 축이 되어줘야 했던 러브라인이라서 그 적당한 밀도를 지켜가야 하는 점을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 선을 넘지 않는,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는 분들도, 캐릭터들도 서서히 물들도록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찍으면서 '좀 과하다', '눈빛이 진하다', '너무 멜로 느낌이다' 하는 것들을 많이 걸러내고 조금 더 천천히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키였다"며 "11화 마지막 신에서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롱테이크로 갔던 이유도 20년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신이 후루룩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순간 분명 넘기 힘든 감정들이 있다. 그 부분들이 납득되도록 연출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거의 2분이 가까운 롱테이크가 그 간극을 좀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로맨스가 완성되는 과정만으로 봤을 때 시즌1의 가장 큰 축이 '겨울정원'이었다면 시즌2의 큰 축은 석형, 민하였다. 어찌 보면 사실은 시즌1부터 차근히 쌓여 온 러브라인이다. 석형이 가진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돼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가장 큰 얼개였다. 시즌1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쌓이고 시즌2에서는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얼개만 보면 무거운 느낌일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둘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길 바랬다. 어쩌면 큰 틀은 묵직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가장 '요즘 멜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커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식 로맨스에 대한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꽉 닫힌 해피엔딩과 예상 가능한 결말이 '시시하다'는 인상을 줬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암묵적으로 시즌3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게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이에 신원호 PD는 "시즌3를 기획하고 있지 않은 단계에서 결말을 열어놓은 채 끝냈을 때 느끼실 시청자들의 불편함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희 나름은 앞으로 이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계속 그렇게 하루하루를 소소하고 따스하게 살아가겠구나 싶은 여운을 남긴 엔딩이 최선이었다. 꽉 닫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불편함 없이, 뭔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없이 잘 닫아야만 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모든 러브라인이 해피엔딩으로 매조지 되는데 누구 하나 새드엔딩이었다면 그 또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정서와는 너무 다른 마무리가 아니었을까 싶다"고 밝혔다.

신원호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아직 못 다한 이야기가 많다고 전했다. 신 PD는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에 할 얘기, 에피소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마치 우리 일상이 오늘 지나면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고, 내일 지나면 모레 이야기가 있듯이 99즈의 일상도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서 시즌3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신원호 PD는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들과 피로감들이 많다 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나중에 어떤 우연한 계기가 생겨서 시즌3가 탄생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으로서는 정말 아무 계획이 없다. 기대해 주시는 시청자분들이 있다는 것, 배우들과 스태프들 또한 계속되기를 원한다는 건 너무 감사하고 감동스러운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트리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달 16일 12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 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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