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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억제 가능할까...5% 이하는 18년간 단 한차례

등록 2021.10.04 08:00:00수정 2021.10.04 15: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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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증가율 5% 이하는 2003년 이후 2019년 단 한 차례

6% 이하 증가율은 네 차례 불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정부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연간 6% 수준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계대출이 6% 이하로 늘었던 때가 역대 네 차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5% 이하로 관리된 때는 통계치를 작성한 2003년 이후 2019년 단 한차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볼 때 연 5~6%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과 비은행을 합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인 '가계신용'의 전년대비 증가율을 살펴보면 관련 통가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계대출이 5% 이하로 증가했던 때는 2019년(4%)이 유일했다. 6% 이하로 범위를 넓혀도 2004년(5.3%), 2012년(5.2%), 2018년(5.6%), 2019년(4%) 등 네 차례에 불과했다.

내년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인 4% 이하로 떨어졌던 때는 단 한 번 밖에 없다. 

반면 10% 이상 증가율을 기록했던 때는 2006년(11.8%), 2015년(11%), 2016년(11.6%), 2021년 2분기(10.3%) 등 네 차례 였다.
 
가계대출은 2019년 4%로 내려갔으나 2020년 8.4%, 2021년 1분기 9.5%로 늘었다. 특히 2분기에는 10.3% 늘면서 2016년(11.6%)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8.6%,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12.5% 증가했다.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예고하고,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 등에도 부동산 매수 심리가 이어지면서 가계 대출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집값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증가하고, 주식시장에서 '빚투(빚 내 투자)' 열풍까지 더해진 결과다.
 
여기에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비은행권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이동 되는 '풍선효과'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에 따른 수익추구 성향이 여전한 점도 원인이다.

실제로 올 2분기 가계대출 중 비예금은행 증가율은 7.7%로 지난해(2.4%)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 초부터 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대출 수요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비은행으로 옮겨간 영향이다.

비예금은행의 대출 증가율을 보면 2016년 17.1%로 사상 최대 증가한 후 2017년 7.8%에서 2018년(2.2%), 2019년(-1.4%), 2020년(2.4%)로 2%대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은행권 대출규제 강화로 2021년 1분기(4.9%), 2분기(7.7%)로 크게 늘었다. 

비은행 중에는 상호저축은행이 29.7%나 급증했고, 상호금융과 신용협동조합도 각각 8.1%, 2.1% 늘었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우체국은 0.7% 줄었다.

그동안 가계대출의 연간 증가율을 5~6%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온 당국이 목표를 6%대로 낮추는 등 한발 물러섰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올 상반기 가계대출이 10%대 가까이 늘어났는데 이를 6%로 줄이려면 남은 4분기에만 대출이 전혀 늘지 않아야 하는데 실수요자까지 묶어야 하는 것이라 애당초 불가능한 숫자다. 

정부는 이달 중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고 대출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금년 6%대 증가율을 목표로 상환능력 내 대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5~6% 수준 보다는 목표치가 낮아진 것이다.  

반면 한은은 부동산 가격 등 자산가격 상승 기대 등에 따른 수익추구 성향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가계대출을 줄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가계 대출의 상당수가 전세자금 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이라는 점에서 대출총량을 줄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앞서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2021년 9월)에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노력에도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과 높아진 수익추구 성향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가계의 대출수요가 크게 둔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도 주택 등 자산시장 여건 및 차입을 통한 수익추구 행태, 이에 따른 금융권 가계대출 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총량규제를 하기 보다는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을 풀어주고 나머지 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괄적으로 모든 대출을 막게 되면 청약 중도금을 넣어야 하는데 주담대가 안 된다든지,전세를 가기로 계약했는데 전세대출이 막힌다든지 등 실수요자나 생계형 대출을 받으려는 차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6%라는 숫자에 매달리게 되면 실수요자들이 고금리인 비은행 대출로 옮겨 가는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먼저 살펴보고 그 다음에 줄일 수 있는 대출 규모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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