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맞서 7년간 쏟은 한 중소기업의 피눈물.. 이제는 멈출까?

김용권 2021. 10. 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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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억 매출 ㈜신화, 롯데마트 '갑질'에 납품 3년 반만에 법정관리
"100억 이상 손실" 처절한 소송 투쟁 .. 오는 5일 법원 '조정' 결과 주목
롯데 갑질에 맞서 7년째 투쟁해 오고 있는 ㈜신화 윤형철 대표가 3일 이수진 국회의원의 보도자료와 그동안의 언론 보도 등을 보여주고 있다. 윤 대표는 "징글징글하다"며 "제발 이젠 끝내고 사업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징글징글합니다. 제발 이젠 끝내고 사업에만 전념하고 싶습니다.”

롯데쇼핑의 갑질 횡포(불공정 행위)에 맞서 7년째 처절한 투쟁을 벌여온 전북 완주군의 육가공업체 ㈜신화 윤형철(47) 대표는 3일 무겁게 말을 이었다.

윤 대표는 2002년 28세에 시작한 동네 정육점을 10년 만에 연매출 650억원, 종업원 146명의 육가공업체 상징적 기업으로 키워낸 젊은 사업가였다. 그야말로 ‘신화’를 쓰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2012년 롯데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면서 벼랑 끝에 서야했다. 롯데의 갑질 때문이었다.

결국 109억원의 손실을 본 뒤 불공정행위를 고발하고 외로운 싸움을 해 왔다. 롯데는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작은 기업을 압박해왔다. 피눈물을 흘리기를 6년여, 드디어 분수령을 맞았다.

서울중앙법원은 윤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조정’ 결정을 오는 5일 내릴 예정이다. 수십 수백번 흘려온 피눈물이 이제 멈출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10년 악몽의 시작 … 롯데마트와의 거래 : 악몽의 시작은 2012년이었다. 롯데쇼핑은 구제역이 발생하자 청정지역 육가공업체인 신화에 거래를 제안했다. 윤 대표도 대형마트에 납품할 경우 안정적 구매처 확보와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흔쾌히 사인했다.

같은 해 7월 롯데마트에 납품이 시작됐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는 크게 달랐다. 매출은 늘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갑질이 이어지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납품 단가 후려치기’ ‘물류비 전가’ ‘판촉비용 전가’ ‘인건비 전가’ 등이 이어졌다. 심지어 자체 차량으로 충청도, 전남, 경북지역 점포에 운송했더라도 롯데마트는 후행 물류비를 공제했다.

특히 ‘삽겹살 데이’는 가관이었다. 2014년 3월3일의 경우 롯데는 할인행사를 하며 ㎏당 1만 5000원 하던 삼겹살을 9100원에 납품하도록 했다. 물론 물류비용에 종업원 파견 인건비까지 모두 신화에 떠넘겼다.

게다가 돼지 한 마리당 28%에 불과한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부위만 집중 요구했다. 결국 신화는 나머지 72%인 등심과 갈비, 안심, 갈매기, 항정살, 뒷다리 등은 다른 납품처에 헐값에 처분해야 했다.

나날이 더해가는 횡포에 해마다 손실이 쌓였다. 롯데와 거래를 튼 첫해 6억 3000만원에 이어 3년 연속 3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전주지방법원은 회계 감사를 통해 롯데마트와의 거래로 인한 신화의 영업손실액이 모두 109억원에 이른다고 규명했다.

결국 경영 압박에 시달리던 윤 대표는 2015년 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해 11월 공정거래조정원은 롯데쇼핑에 ‘불공정 행위에 따른 보상으로 신화에 48억 1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조정 판결했다.

◆ ‘적반하장’ 고소 … 결국 법정관리 = 하지만 롯데는 공정거래조정원의 결정을 거부했다. 이에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동 제소됐다. 그리고 기약없는 싸움이 이어졌다.

더욱이 롯데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윤 대표를 고소했다. 적반하장이었다. 그 사이 신화는 이듬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말았다.

2019년 11월 20일 공정위는 롯데의 불공정 행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롯데쇼핑에 ‘408억 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액수는 관련법을 적용한 사례 가운데 최대 금액이었다.

롯데와 거래를 시작한 지 7년, 공정위에 제소한 지 4년 3개월만이었다.

그러나 깊은 상처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롯데가 낸 과징금은 모두 국고에 귀속되고 윤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공익제보자에게 주어지는 포상금 1억원이 전부였다. 신화는 회사 정상화를 위한 구제금융도 한 푼 받지 못했다.

결국 윤 대표는 공정위 결정을 바탕으로 롯데쇼핑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롯데는 공정위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으로 다시 맞섰다. 이에 윤 대표는 이 사연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는 등 각계에 도움을 다시 호소했다.

㈜신화 공장 전경. ㈜신화 제공.


◆ “제발 이제 끝내고 싶다” : 현재 신화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매출액은 10년 전의 4분의 1인 160억원대로 떨어졌고 직원 또한 18명으로 급감했다.

윤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조정일이 오는 5일로 다가왔다. 이에 맞춰 신화를 돕기 위한 각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롯데는 10월5일 손해배상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해 삼겹살 갑질 사건을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롯데가 2015년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 절차를 따랐다면 408억원의 과징금 처분이 아니라 360억원이 적은 48억원으로 본 사건을 종결할 수도 있었다”며 “그러나 롯데는 납품업체가 세 번이나 양보한 조정 금액을 거부해 현재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경만 의원(비례)은 롯데 신동빈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신청을 추진했다. 다급해진 롯데측은 이제야 큰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만 의원실 관계자는 전화 인터뷰에서 “롯데쇼핑측에서 이번 조정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이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김 의원이) 증인 신청을 일단 철회한 뒤 (5일 조정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화 윤 대표의 바람도 더욱 간절해졌다. 그는 “제발 이번에 사건이 종결돼 길고 어두운 이 터널을 벗어나 그동안 흘린 피눈물을 닦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할 만큼 흑색선전과 회유,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롯데는 김앤장 등 대형 로펌들을 앞세워 탈진한 저희 목을 더 세게 짓눌러 숨통을 끊으려는 비열한 행태를 보여 왔습니다.”

윤 대표는 “롯데가 겉으로는 ESG경영을 한다고 내세우면서도 믿고 따랐던 중소기업을 무너뜨리려 했다. 이에 저는 그동안 대기업에 맞서 ‘법 공부’만 해야 했다”며 “제발 모든 일이 제대로 마무리돼 모두 상생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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