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노랑파랑 차 사면 355만원 손해본다?..'돈' 되는 컬러 뭔가보니

최기성 입력 2021. 10. 2. 14:27 수정 2021. 10. 2. 15: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솔타, 글로벌 차시장 색상 분석
차량 10대 중 8대 이상이 '무채색'
중고차시장서 유채색 '찬밥 신세'
엑솔타 자동차 색상표 [사진출처=엑솔타]
[세상만車] 자동차 세상에는 '흑백'이 판을 친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며 이분법적인 사고를 의미하는 흑백논리가 아니다. 흑백사진처럼 단조로운 무채색이 다양한 색감을 지닌 유채색보다 인기를 끈다는 뜻이다.

건물 위에서 도로나 주차장을 내려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제외하고는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무채색으로 칠해진 차들이 주류다.

근엄한 사장은 물론 나이 들면 빨강이 좋아진다는 아빠도, 핑크홀릭 엄마도, 빨간 스포츠카가 로망이라는 오빠도 대부분 흑백 차를 가지고 있거나 산다.

요즘 나온 차들은 색감이 다양해져 흑백만 대접받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여전히 무채색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한국만이 아니다. 무채색을 선호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휴일인 22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주차장이 막바지 여름휴가를 떠난 여행객들이 주차한 차량들로 가득차 있다. [한주형기자]
1일 글로벌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기업인 엑솔타(AXALTA)에서 입수한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를 보면 흑백의 무서운 영향력이 나온다.

엑솔타는 1953년부터 전 세계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자동차 색상 관련 자료다. 자동차 브랜드에도 제공된다.

엑솔타는 국내에 76가지 기본 컬러와 12가지 스페셜 컬러, 17가지 파우더 펄 입자를 보수용 페인트로 공급한다. 어떻게 조색하느냐에 따라 색상은 천차만별이 된다.

무채색 점유율 80%, 흰색이 1위
2020년 글로벌 인기 색상 [자료 출처=엑솔타]
엑솔타는 자동차 색상을 8가지로 구분했다. 엑솔타 보고서에 따르면 8가지 색상 중 흰색이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은 38%에 달했다. 검은색은 19%, 회색은 15%, 은색은 9%로 그 뒤를 이었다.

모두 무채색 계열이다. 4가지 색상의 점유율은 81%다. 자동차 10대 중 8대는 무채색으로 칠해졌다는 뜻이다.

무채색 중에서도 뜨는 색상이 있고, 지는 색상이 있었다. 흰색은 3년 연속 점유율이 같았다.

검은색 점유율은 2018년 1%포인트 오른 뒤 2년 연속 19%를 유지했다.

회색 점유율은 2019년에는 1%포인트, 지난해에는 2%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반면 은색 점유율은 2018년 12%, 2019년 10%, 지난해 9%로 하락하는 추세다.

유채색 체면은 파란색이 챙겨줬다. 점유율은 7%다. 빨간색은 5%, 갈색은 3%, 노란색은 2%, 녹색은 1%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슷한 점유율을 보여줬다.

한국 포함 아시아, 흰색 선호도 가장 높아
2020년 한국 인기 색상 [자료 출처=엑솔타]
흰색을 앞세운 무채색은 대륙에 상관없이 인기를 끌었다. 흰색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곳은 아시아다. 점유율이 48%에 달한다.

검은색은 18%, 은색과 회색은 각각 8%다. 그다음으로 파란색 5%, 빨간색과 노란색 각각 4% 순이다.

아시아 다음으로 흰색 인기가 높은 곳은 아프리카다. 점유율은 흰색이 46%, 회색이 16%, 검은색이 12%로 조사됐다. 유채색 중 점유율이 가장 높은 색상은 파란색으로 7%다. 빨간색과 노란색은 각각 4%다.

북미와 유럽에서도 흰색이 인기를 끌었지만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볼보코리아 홍보대사인 손흥민과 볼보 S90 [사진 출처=볼보]
북미의 경우 흰색은 30%, 검은색과 회색은 각각 19%, 은색은 10%로 나타났다. 파란색(10%)과 빨간색(7%)이 유채색 상위권에 포함된 것은 다른 대륙과 같았다.

유럽에서도 흰색이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대신 2위인 회색과 점유율은 25%로 같았다. 검은색은 21%로 나왔다. 파란색(10%)은 은색(9%)을 제치고 4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흰색(33%), 회색(22%), 검은색(17%)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대신 전 세계 인기 색상 4위인 은색(6%)은 파란색(11%)에 밀렸다. 은색과 빨간색은 점유율이 같았다. 유럽과 선호 색상 순위가 같았다.

무채색, '다채로운 변신'으로 영향력 강화
현대차 그랜저 [사진 출처=현대차]
자동차 업계는 흰색, 검은색, 회색을 앞세운 무채색이 나라에 상관없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튀지 않는 매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동차는 한번 사면 5년 이상 타기 때문에 개성을 표현한 화려한 유채색보다는 쉽게 질리지 않는 '무난한 무채색'을 고르는 경향을 보인다. 중고차로 팔 때도 무난한 무채색이 유채색보다 유리하다.

자동차 브랜드가 잘 팔리고 생산·관리도 쉬운 무채색 색상 위주로 외장 컬러를 선택하도록 강요(?)한 게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다.

무채색이지만 색상별로 '색다른' 매력을 지닌 것도 무채색이 장수하는 이유로 꼽힌다. 흰색은 차를 깔끔하면서도 더 크게 보이는 효과를 지닌다. 흰색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를 '애플 효과'에서 찾기도 한다.

흰색은 예전에는 냉장고나 화장실 타일 등과 연결됐다. 애플이 흰색을 제품에 많이 사용한 이후 훨씬 가치 있는 색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벤츠 E클래스 [사진 출처=벤츠]
은색이나 회색은 튀지 않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외관 디자인도 돋보이게 만든다. 까다로워진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디자인이 다채로워진 요즘 트렌드에 어울린다.

검은색은 안정감, 강직함, 무게감, 중후함 등의 이미지를 지녔다. 예나 지금이나 대형차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색상이다.

무채색의 진화도 무채색 대세에 한몫하고 있다. 유채색이나 펄 등을 결합해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상으로 변신한다.

검은색, 흰색, 회색 등으로 뭉뚱그려 표현하지만 저마다 다른 색감을 지닌다. 희다고 모두 흰 것은 아니고, 검다고 모두 검은 것은 아니다.

그랜저도 캐스퍼도 무채색 인기 높아
현대차 캐스퍼 [사진 출처=현대차]
신차 판매 데이터에서도 한국인의 무채색 사랑과 다채로워진 무채색의 진화를 알 수 있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국내 판매 1위 차종인 그랜저의 경우 8가지 외장 컬러를 갖췄다. 컬러명에 유채색이 들어간 것은 옥스퍼드 블루 메탈릭뿐이다. 이 색상도 검은색 느낌이 나는 남색 계열로 무채색에 가깝다.

그랜저 구매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색상은 미드나잇 블랙펄이다. 점유율은 50%다. 그랜저처럼 준대형 세단 이상 차종은 대기업 임원차로 많이 팔린다. 임원차는 중후한 멋을 발산하는 검은색을 택하는 사례가 많다. 녹턴 그레이는 33%, 화이트펄은 16%로 그 뒤를 이었다.

그랜저 무채색은 유채색, 펄, 금속소재 등과 결합해 다채로워졌다. 그냥 검다고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검은색에는 포레스트 블랙펄, 회색에는 햄턴 그레이도 있다. 은색은 쉬머링 실버와 글로윙 실버로 구성됐다. 검은색, 회색, 은색이지만 서로 다른 색감을 지녔다.

캐스퍼 인기 색상 톰보이 카키 [사진 출처=현대차]
현대차가 아토스 이후 19년 만에 내놓은 경차이자 국산 최초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차 캐스퍼는 6가지 색상으로 구성됐다.

경차와 SUV는 상대적으로 세단보다 유채색이 많은 편이다. 캐스퍼도 마찬가지다. 6가지 외장 컬러 중 절반이 유채색 계열이다. 톰보이 카키, 소울트로닉 오렌지펄, 인텐스 블루펄이 있다. 무채색은 언블리치드 아이보리, 티탄그레이 메탈릭, 아틀라스 화이트다.

인기 색상은 톰보이 카키다. 구매자 중 36%가 선택했다. 아틀라스 화이트는 20%, 언블리치드 아이보리는 18%로 그 뒤를 이었다.

유채색이 1위, 무채색이 2·3위를 기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톰보이 카키는 밝은 유채색보다는 어두운 무채색에 좀 더 가깝다. 확실한 유채색인 오렌지펄이나 블루펄은 10명 중 2명 정도만 선택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무채색이 잘 팔려
제네시스 GV60 [사진 출처=제네시스]
무채색 선호는 신차 시장에서 중고차 시장으로 이어졌다. 무채색 신차가 많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중고차 특성도 무채색 선호도에 한몫한다. 중고차는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상품이기에 무난해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은 색상으로 칠해진 자동차를 중고차 딜러들은 문제가 있는 차라는 뜻으로 '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하자 중고차는 빨간색, 노란색, 녹색 등 유채색으로 칠해진 중·대형차다. 수요가 많지 않아 5% 정도 싼값에 팔리기도 한다.

겨울철 비수기에는 장기 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이 더 많이 감가된다. 반면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무난한 무채색으로 칠해진 차는 좀 더 좋은 값에 팔린다.

국내 최대 규모 자동차 유통 플랫폼인 SK엔카닷컴이 2018년 11월 중고 중형세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색상이 중고차 시세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왔다. 흰색 쏘나타가 하늘색 쏘나타보다 355만원 비싸게 책정됐다.

유채색을 적극 사용한 람보르기니 [사진출처=람보르기니]
색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차종도 있다. 경차다. 깜찍한 이미지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무채색보다는 유채색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색상에 관대한 편이다.

SUV, 스포츠카, 전기차도 색상이 중고차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 편이다.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