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주유대란' 브렉시트 후폭풍.."영국 가기 싫어요"

유원중 2021. 10. 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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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의 민간 석유회사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와 북해유전 등 보유하고 있는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영국이 때아닌 연료 부족과 사재기 등 후진국형 경제난을 겪고 있다.

주유대란이 일어나기 전에도 영국 곳곳에서 생필품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그럼 영국에서 트럭운전사들이 갑자기 부족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영국의 정치권은 '브렉시트 때문이다', '아니다. 코로나 19와 면허발급 차질 때문이다'라며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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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유소 기름 넣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차량들


■ 후진국형 연료 부족 사태 겪고 있는 석유대국 영국

세계 2위의 민간 석유회사 BP(브리티시 페트롤리엄)와 북해유전 등 보유하고 있는 세계 5위의 경제대국 영국이 때아닌 연료 부족과 사재기 등 후진국형 경제난을 겪고 있다. 주유소 앞에는 연료를 넣기 위한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시민들은 새치기하는 사람, 사재기 하는 사람들과 볼썽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심지어 난투극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름이 '다 떨어졌다'는 안내문과 함께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들도 상당수다. 석유회사 BP가 지난달 24일 트럭운전사 부족으로 일부 주유소를 폐쇄한다는 발표를 하자 시민들은 '공황 구매(panic buying)'에 나섰고, 주유소의 연료 부족 현상은 전국적으로 번져 나갔다.


■ 물류 차질 '연료·생필품 대란' 이미 예견된 현상

영국의 정유소에는 기름이 넘쳐 난다. 다만 이를 실어나를 트럭운전사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다. 시민들이 너도나도 연료 확보에 나서면서 소위 '주유 대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주유대란이 일어나기 전에도 영국 곳곳에서 생필품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 등에는 이러저러한 식료품들이 진열장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역시 트럭 운전사들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올 상반기부터 이런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을 해왔다.

■ 트럭 운전사 부족 왜? "영국 가기 싫어요."

그럼 영국에서 트럭운전사들이 갑자기 부족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영국의 정치권은 '브렉시트 때문이다', '아니다. 코로나 19와 면허발급 차질 때문이다'라며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시작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영국의 도로운송협회는 10만 명의 트럭운전사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달 영국의 슈퍼마켓 진열대


브렉시트 직후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영국과 프랑스 출입구에는 화물차가 몇 km씩 늘어서는 광경이 벌어진 적이 있다. 영국 내에서 화물 운반을 해왔던 EU 국가의 트럭 운전사들은 '더는 영국으로 가기 싫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까다로워진 운송절차는 물론, 외국인 화물차 기사에 대한 이민국의 검색, 공중화장실의 부족 등 푸대접은 이들이 영국행을 꺼리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을 근거지로 일했던 EU 출신 화물차 기사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급기야 이민법을 완화해 연말까지 '임시 비자'를 화물차 기사들에게 발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EU의 트럭 운전사들이 영국으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2019년 말 영국 남동부 도버항에 대기 중인 트럭들


바다 건너 불구경을 하는 EU의 정치인들은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 정부를 향해 '자업자득'이라는 쓴소리를 보내고 있다. 이동의 자유를 버리고 EU를 탈퇴할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야당 노동당도 브렉시트를 강행한 보리스 존슨 총리를 향해 "말만 하지말고 일을 똑바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의 산업계는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물류대란이 연말 크리스마스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 문제를 비롯해 EU의 우산 아래에서 영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여론 속에 강행된 브렉시트가 시민 불편과 함께 영국 정부를 궁지에 몰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조만간 영국 군대가 주유소에 기름을 실어나르는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원중 기자 (i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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