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먹통? 본업이나 잘하지"..국민 앱에서 '아재 앱' 된 카톡

최은경 2021. 9.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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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발생한 카카오톡 로그인 오류. [사진 PC 캡처]


카카오의 지네발식 사업 확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본업’ 격인 메신저 서비스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업계 등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카톡)이 선물하기·쇼핑하기·주문하기·카카오TV·헤어샵 같은 기능을 더하면서 ‘무거운 앱’이 돼, 본래 기능인 메신저로서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는 무료 베타 서비스로 선보인 클라우드 서비스 ‘톡서랍’을 지난 1월 ‘톡서랍플러스’로 바꿔 유료화(월 990원)했다. 지난달에는 2019년 도입한 카톡 상단의 광고 배너 ‘비즈보드’를 동영상 버전으로 발전시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뉴스가 중심이던 카톡 하단의 샵(#)탭을 콘텐트 구독 서비스인 ‘카카오 뷰’로 바꿨다.

이제 카톡 안에서 광고와 상거래는 중요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는 올 2분기 플랫폼 부문에서 76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카톡과 관련한 톡비즈 부문은 3905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였다.

카카오톡을 실제 이용한 월간 활성 이용자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카카오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부선 “카톡 쓰지만 텔레그램이 더 편해”


하지만 일부 사용자 사이에서는 카카오의 일방적 변화에 대해 반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카카오 ‘톡’이라는 메신저인데 정작 메신저 기능은 제일 개선이 안 되고 다른 기능만 더하고 있다” “플랫폼이란 게 이래서 무섭다. 더 나은 제품이 나와도 기존 플랫폼과 연동성 때문에 쉽게 옮겨가지 못한다” 같은 비난 글을 올리고 있다.

잦은 접속 오류도 불만 요인으로 꼽힌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5월까지 카톡 메신저 서비스 장애가 14차례 발생했다. 지난 5월 접속 장애가 발생해 재발 방지책을 내놨지만, 두 달 뒤인 7월에도 접속 오류가 생겼다.

일부 사용자는 다른 메신저 서비스인 텔레그램과 비교해 카톡의 기능이 뒤진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카톡·라인·텔레그램을 모두 사용해봤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카톡은 파일 다운로드 유효 기간이 있어 불편하지만 텔레그램은 언제든 자료를 다운 받을 수 있다”며 “또 텔레그램은 늦게 초대된 사용자도 그 전에 올린 자료를 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은 언제든 이미 보낸 메시지를 수정할 수도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카카오프렌즈 대표 캐릭터 라이언. [사진 카카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채널 카카오 나우]

“카톡 시장 지배력으로 생태계 형성”


카톡은 일부 10대 사이에서 ‘아재앱’으로 불린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가장 선호하는 앱으로 카톡(54%)을 꼽았다. 20~50대 이상 연령대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지만 10대는 유튜브를 가장 선호한다(38%)고 답했다. 지인과 소통 시 카톡을 이용한다는 응답률은 다른 연령대에서는 80% 이상, 10대는 54%였다.

10대의 31%는 페이스북으로 소통한다고 답했다. 페이스북 메신저(페메)는 접속 상태를 알려주는 ‘현재 활동 중’ 기능과 메시지가 왔을 때 폰 바탕화면에 작게 아이콘이 뜨는 ‘쳇 헤드’ 기능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카카오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서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지난 7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카톡의 메시지 시장 점유율은 97%에 이른다”며 “카카오는 카톡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강력한 서비스군을 형성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지난 8월 선보인 콘텐트 구독 서비스 '카카오뷰' 페이지. [사진 카카오톡 캡처]

카카오 “서비스 추가로 구동성 낮아지지 않아”


메신저 서비스가 유료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남주 참여연대 변호사는 “카카오가 카카오T처럼 카톡에 대해 무료 서비스로 많은 사용자를 만든 뒤 유료화 서비스로 전환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가령 선물스토어 입점 업체처럼 플랫폼에 가입한 사업자를 대상으로 유료화 정책을 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의 불만 제기에 대해 카카오 측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서비스나 탭 추가가 앱 기본 용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게 아니어서 카톡의 구동성이 낮아지거나 불안정해지지 않는다”며 “서버 구성이 매우 정교하고, 메시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상시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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