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009830)이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사모펀드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태양광 사업에 더해 수소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추가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 등이 필요한 만큼 실탄 마련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최근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신설 회사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솔루션은 지분을 받아줄 대상으로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살펴보고 인수 의사 확인을 위한 물밑 접촉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만큼 투자 안내문 발송 등 공식 절차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솔루션이 첨단소재 부문 일부 매각 검토에 나선 것은 수소 등 미래 사업 확대에 쓰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화(000880)그룹은 최근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화의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지난 8일 “태양광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화의 시선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핵심인 수소경제를 향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M&A를 예고했다. 올해 초엔 수소 사업에 2025년까지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의 현 재무 상태로는 공격적인 M&A에 나설 여력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달 한화솔루션은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 RES 프랑스(RES Méditerranée SAS)를 인수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만 7억2700만유로(약 9785억원)가 필요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RES 프랑스 인수에 소요되는 자금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순차입금 의존도 및 총차입금·EBITDA 지표가 상승하는 등 재무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지난 6월 한화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지분 추가 취득 등으로 자금소요가 지속되고 있어 회사의 재무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은 자동차·태양광·전자기기 소재를 제작하는데, 그중에서도 자동차 범퍼, 의자 등받이 등에 쓰이는 유리섬유 강화 열가소성 플리스틱(GMT)과 햇빛가리개, 언더바디 등에 쓰이는 저중량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LWRT)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미국 수소 고압탱크 업체 시마론을 인수하며 수소 운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들어선 3000억원 규모의 압축천연가스(CNG) 저장 탱크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지분을 일부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첨단소재 부문 매각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 방안을 검토했었다. 당시 한화솔루션은 첨단소재를 물적분할한 뒤 지분 49%를 PEF 운용사에 넘기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논의에 그쳤고 추가 절차가 진행되진 않았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회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적은 있으나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