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IT 기업인 카카오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로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당시만 해도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요금이 부과됐기에 무료 문자 메시지는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카카오는 포털 사이트 다음과 인수합병하고 '카카오T'와 '카카오뱅크'를 출시하는 등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현재는 카카오 계열사만 158개라고 한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진격의 거인 어디까지 카카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한 카카오가 택시와 대리운전, 은행, 골프 등으로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하고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 한 것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또, 해와 빅테크 기업(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사례도 함께 살펴봤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7일 '진격의 거인 어디까지 카카오?' 편을 취재한 서재희 기자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다음은 서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5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진격의 거인 어디까지 카카오?' 편을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너무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 시원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 이슈는 방송이 끝났다고 끝난 문제가 아니잖아요. 이 문제는 계속 진행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하고 관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지난 7일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기자주)."

- 카카오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어요?
"제가 이걸 취재하기 시작한 게 3개월 정도 전이거든요. 그때는 카카오 이슈보다 쿠팡 이슈가 좀 더 크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카카오에서는 무슨 뉴스가 있었냐면 김범수 의장이 기부해서 공익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이었어요. 사실 제가 공익재단 쪽에 관심이 많아서 카카오 공익재단은 다른 재벌들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관심을 가지고 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공익재단 쪽에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취재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거절을 하시더라고요. 이미 기부 선언을 한 시점이 지나서 어느 정도 계획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취재 요청을 했는데 그런 반응이 나와서 약간 의외였어요. 그러면서 그 당시 카카오의 상황은 어떤지 취재를 하게 된 거죠."

- 기자님은 카카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셨나요. 
"카카오에 대한 소비자로서의 이미지는 다른 분들이 그렇듯 친근한 면이 있었어요. 카카오톡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잖아요. 매우 편리하고 일상생활에 도움을 많이 준다고 생각했지만 기업이 사회와 어느 정도 소통하고 있냐 이외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게 오픈된 회사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 어떤 면에서요?
"예를 들어서 김범수 의장이든 아니면 네이버의 이해진 GIO든 공식 석상에 나오는 일 자체가 거의 없잖아요. 그리고 카카오나 네이버를 제가 출입해 보지 않았지만 기자들과 소통하거나 공개적인 행사를 하는 것도 그렇게 많지 않은 거 같아요. 뭔가를 질문하면 항상 '서면으로 답변한다', '전화 인터뷰 어렵다'라는 식의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으니까요."

- 왜 전화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걸까요?
"생각해 보자면 카카오라는 회사도 투자자들을 굉장히 중시하잖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못된 정보가 흘러나가거나, 본인들이 얘기한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조심스러운 거 같아요. 내부적으로 봤을 때는, 아무래도 IT 기반의 회사들은 전체적으로 직원들 연령대가 상당히 낮은 편이잖아요. 그리고 회사에 대해서 본인의 책임과 역할을 굉장히 명확히 하고, 그래서 소통의 요구가 있을 때 최소한의 대응으로 임하는 것 같습니다."

- 세계 여러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이야기로 프로그램을 시작하셨던데, 이유가 있나요?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로 보면 가장 큰 플랫폼 기업이지만 플랫폼 기업 자체가 성장한 게 국내만의 일이 아니잖아요. 시야를 넓혀서 보면 코로나19 이후 공간 이동이 단절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화가 급속하게 진행이 됐는데 이런 흐름 속에서 플랫폼 기업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단순히 네이버나 카카오 등 특정 기업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카카오가 수수료를 올린다면 '수수료를 왜 올려'라는 식의 반발만 생길 수 있다라는 거죠. 근데 카카오가 수수료 올리는 이면의 구조를 봐야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수 플랫폼 기업으로의 독점이 심화되는 현상, 그리고 부가 집중되는 현상 등을 보여 주면서 그쪽에선 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연결시켜 보겠다는 생각으로 세계 여러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 그럼 해외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보세요?
"가장 큰 차이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미국하고 중국 플랫폼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만이 거의 유일무이할 정도로 국내 플랫폼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어요. 제가 전 세계를 다 조사해 보지 않았지만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국내 네이버·카카오 같은 존재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거예요. 오히려 네이버 같은 경우는 동남아나 일본 시장에서도 선전을 펼치고 있거든요. 이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인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 카카오와 네이버 앱은 거의 다 쓰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 명 정도라고 봤을 때 카카오 이용자 수가 4500만 명이 넘는다고 하고요. 이용자 수라는 건 그냥 다운 받은 거 말고 실제로 사용하는 이용자라고 하죠.  네이버도 4100만 명이 넘으니까 거의 영유아하고 초고령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용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 카카오T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셨던데.
"카카오T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시각 있는 거 같아요. 일단 소비자로서 카카오 택시로 인해 편리해진 게 너무나 많이 있잖아요. 그에 대한 편리함이나 고마운 마음도 있죠. 근데 최근 들어 좀 이상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내가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일반 호출을 아무리 눌러도 안 되고 꼭 부과 요금을 내야 하는 스마트 호출을 눌러야 오는 상황들이 생겨요. 소비자로서 그게 합리적인가 의문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편에서 택시업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잖아요. 근데 그분들의 불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직접 택시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충전소에 가서 기사님들의 얘기를 들어본 거죠. 카카오가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의 90% 가까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 점유율이 90% 정도면 독과점 아닌가요.
"그렇죠. 독과점 사업자라고 볼 수 있는데 택시 호출 시장에서의 독과점 사업자냐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공정위에서 결론을 못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택시 호출 시장 자체가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그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도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사실 실생활에서 점유율이 거의 90%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독과점 사업이라고 할 수 있죠. 근데 이용자가 늘어난 것 뿐만 아니라 카카오가 택시 사업을 하잖아요. 직접 택시회사를 아홉 개나 인수했어요. 어떤 택시는 카카오 가맹 택시고, 어떤 택시는 카카오 가맹이 아닌데 그냥 카카오 호출만 받는 택시로 나뉘죠. 이것을 두고 '심판이 선수로 뛰는 거다'라고 표현하잖아요. 카카오 택시가 아닌 다른 택시들은 당연히 뒤쳐질 수밖에 없는 거죠."

-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것이라고 비유하셨는데.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규제가 시작됐어요. 이게 카카오 택시 영역뿐만 아니고 네이버 같은 경우도 알고리즘에서 네이버 제휴 사업자를 더 위로 검색 상단에 올린다든지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됐잖아요. 그런 식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운동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각각의 사업자들 중에서 일부하고 제휴를 맺는다던가 아니면 아예 본인이 선수로 뛴다든지 이런 식으로 경쟁을 하는 것이 굉장히 불공정하다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 해외의 경우엔 어떤가요. 
"외국에서도 규제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는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독점 종결법이라고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법안이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어요. 선수와 심판 중에 하나만 하라고 강제하거나, 인수합병을 해 문어발식으로 경쟁자를 싹 없애 버리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인데요. 우리로 치면 본회의까지 다 통과된 거예요. 실제 법률화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요."

- 카카오가 대리운전도 하나 봅니다.
"2016년에 카카오 대리운전 앱으로 대리운전을 부를 수 있게 됐죠. 그게 전체 대리운전 시장에서 보면 한 20% 정도 차지한다고 하더라고요. 여전히 술 드시고 대리운전 부를 때 전화로 하시는 분들이 많대요. 젊은 분들 위주로 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점유율이 20% 정도라고 해요. 근데 전화 대리 중에서 1577이 가장 큰 사업자인가 봐요. 최근에 카카오가 그쪽이랑 합작을 하겠다고 하면서 대리운전 시장에서도 논란이 됐어요. 그렇게 될 경우에는 사실상 택시처럼 독과점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입' 논란이 있었잖아요. 이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카카오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플랫폼 사업이라는 게 중간에서 연결자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지위와 영역이기 때문에 그걸 기존의 대기업 규제했던 틀로 규제할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 그러면 거기에 대한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에 카카오가 들어와서 이미 사업자로 자리를 잡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항상 그렇듯이 규제와 법제화가 한발 늦죠."

- 카카오가 재벌의 문어발씩 확장을 답습하는 건가요.
"실제로 그렇게 비판을 많이 하세요. 카카오 계열사가 6월 말 현재로 보면 158개예요. 국내외 합쳐서요. 3개월 전만 해도 130여 개 정도 됐다고 하니까 거의 3개월 사이 20개 정도 늘어난 거거든요. 카카오가 회사를 시작해서 늘리는 게 아니고 기존 회사들 중에서 잘 될 것 같다 싶으면 인수합병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계열사가 불어나는 양상인거죠. 지금은 어떤 서비스에 카카오라는 이름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죠. 어디까지 더 확장할지 모르겠어요."

- 취재하며 느끼신 게 있다면. 
"제가 기존에 대기업 재벌 문제를 취재해 왔잖아요. IT 재벌 쪽은 처음으로 취재한 거였는데 겉으로 알려진 이미지에 비해서 훨씬 더 폐쇄적이고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느꼈고요. 그 점은 그 회사들이 반성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더 큰 IT 거물이라고 하는 구글이든 페이스북이든 아마존이든 거기 창업자나 대표들이 미국 의회에서 청문회를 한다든지 어떤 조사를 한다면 다 본인이 직접 나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다 직접 답하고 해명하는 식으로 소통해요. 그게 의무죠. 우리도 조만간 국정감사를 하잖아요. 카카오 김범수 의장 같은 경우는 2018년에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그 뒤로는 참석하지 않았어요.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아마 김범수 의장과 다른 해에 나갔던 거 같아요. 과연 네이버와 카카오 창업자들이 국정감사장에 또 나올지 잘 모르겠어요. 벽 뒤에 숨은 창업자로 남아있는다면 과연 국민들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고요. 플랫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면 그 네트워크 참여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과 더 소통하고 국민들의 생각을 들어보려는 의지와 행동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재희 시사기획 창 카카오 플랫폼 기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