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이 된 정훈, 서른 다섯에 커리어하이 보인다

이형석 2021. 9. 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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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남들은 전성기를 지났다고 말하는 30대 중반, 롯데 정훈은 커리어하이 시즌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정훈은 7일까지 시즌 타율 0.316, 11홈런, 5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은 지난해 작성한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과 벌써 타이를 이뤘다. 남은 경기에서 홈런 1개만 더 추가하면 커리어하이를 경신한다. 또 타점을 6개 더 보태면 2015년 작성한 한 시즌 최다 62타점을 돌파하게 된다.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데뷔 후 최고 타율도 기록할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데뷔 후 딱 한 차례 규정타석 3할(2015년 0.300)을 달성했다.

장타율(0.427, 2020년)과 출루율(0.386, 2014년) 역시 커리어하이를 충분히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올 시즌엔 이보다 훨씬 높은 장타율 0.477, 출루율 0.401를 기록 중이다.

정훈은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다섯이다. 2006년 현대 육성 선수로 입단해 2010년 롯데에서 1군 무대에 데뷔했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양의지·원종현(NC) 황재균(KT) 차우찬(LG) 최주환(SSG) 민병헌(롯데) 김성현(SSG) 등이 리그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나머지 선수들은 은퇴했거나, 백업에 머물고 있다.

정훈의 올 시즌 기록이 아주 특별하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하고 30대 중반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팔방미인으로 거듭났기에 더욱 의미 있다.

롯데 정훈.

정훈은 육성 선수 신분으로 2007년 방출된 뒤 육군 9사단에서 박격포병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엔 다른 직업을 알아보다가 고교 시절 은사의 권유로 모교 창원 양덕초등학교에서 야구 코치를 맡고 있던 중에 롯데의 육성 선수 테스트에 통과했다. 전혀 예상치도 않게 다시 기회를 얻은 정훈은 2010년 프로 데뷔했고, 2013년 주전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2016년 타율이 0.262로 떨어졌고, 수비(실책 11개)도 많았다. 결국 외국인 선수에게 2루수 자리를 뺏겨 백업으로 물러났다.

정훈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현실적인 고민 끝에 주포지션 2루수뿐만 아니라 1루수·외야수 수비를 준비했다. 글러브를 3개씩 챙겨 들고 다녔다. 그는 "현실적으로 팀이 내게 원하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여러 포지션을 돌아다니는 게 살아남는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절박함 속에 레그킥(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내디디며 체중을 이동하는 타법) 자세를 완성, 온 힘을 실어 타격하는 그만의 폼이 완성됐다.

요즘은 팀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다. 1루수로 534이닝, 외야수로 123⅓이닝을 수비했다. 이대호를 제치고 팀 내 가장 많은 4번 타자(156타석)로 나섰다. 1번(64타석) 5번(162타석) 등 사령탑이 바뀌어도, 무슨 역할을 맡겨도 잘해낸다.

정훈은 팀 내 타율 1위, 타점 2위, 홈런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지난 3일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선 결승타를 포함해 2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호수비까지 선보이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는 "처음 주전으로 뛰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절박하다"고 말한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훈의 야구는 30대 중반에 다시 꽃을 피우고 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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