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류승완 감독의 진심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1. 9. 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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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을 운명 같은 시기에 눈앞의 숫자보다는 관객들을 위해 극장 개봉을 감행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든 좋은 창작물은 결국 어느 시기에도 관객을 움직일 수 있다는 영화의 힘을 보여준 류승완 감독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제작 덱스터스튜디오)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다. 영화 '베테랑' '베를린'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 이후 약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모가디슈'와 류승완 감독의 만남은 어느 부분 운명적인 구석이 있었다. 수년 전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한국과 북한 대사관 사람들의 목숨을 건 탈출 실화를 접한 류승완 감독은 천생 이야기꾼답게 관심을 가졌단다. 그러나 이미 판권이 덱스터스튜디오에 있다는 걸 알고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 이야기는 수년을 돌고 돌아 류승완 감독에게 왔다. 덱스터스튜디오 측에서 류승완 감독에게 영화 연출을 의뢰한 것이다.

"저에게 의뢰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는 류승완 감독은 각색과 영화 연출에 있어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연출을 수락했다. 그렇게 '모가디슈'의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이 가장 처음 한 일은 각색이었다. 류승완 감독은 "제가 처음 받았던 각본은 제가 생각한 것과 방향이 많이 달랐다. 영화가 가져가는 목표 지점은 같으나 가는 길이 굉장히 달랐다"라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당시 사건 관련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참고 자료들을 수없이 뒤지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류승완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든 장면도 있었다. 개봉 후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가 된 '깻잎' 장면이 그 예다. 남북한 대사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으며 무심하게 서로의 앞에 반찬을 놓거나 깻잎을 잘 짚지 못하는 상대방을 위해 젓가락으로 고정시켜 주는 장면은 그간의 경계를 허물고 생존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동지애를 보여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린 시절 자신의 할머니가 해줬던 경험을 해당 장면에 녹여낸 류승완 감독은 "엄청나게 큰 의미를 두려고 한 건 아니다. 우리와 북쪽 사람 모두가 언어뿐만 아니라 먹고사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들이 보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의 절정 부분인 탈출 장면도 실화에서는 없는 설정이 추가됐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하자면 일행들이 탈출하기 위해 타고 가는 차에 어떠한 장치를 하는 장면이다. 류승완 감독은 "실제 사건이 너무 영화 같았다. 그래서 관객들이 이걸 믿어줄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남북 대사들의 만남도 영화적으로 각색했단다.


류승완 감독이 만든 이야기를 완성하는 건 결국 배우들이었다. 캐스팅은 놀라울 정도로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류승완 감독은 ""이 각본과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서 다들 동의해주셨다"면서 "배우분들께서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같다. 4개월 정도 외국에서 찍어야 하니까 우리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지 않으면 서로에게 피곤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4개월 동안 아프리카 모로코 현지에서 진행된 '모가디슈'는 류승완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배우들의 단합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프로덕션이었다. 그 힘든 과정 속에 류승완 감독에게 배우들은 단단히 힘을 실어주었다. 류승완 감독은 "모두가 저의 편이 돼주셨다. 제가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서로를 너무 잘 챙겼다. 지금도 자주 모로코 현장을 그리워한다"라고 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 순간마다 배우들의 연기가 류승완 감독에게 원동력이 되어줬다. 마치 생일 선물 같았다는 김윤석의 표정 연기와 강대진 참사관의 영어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단번에 털어준 조인성의 콩글리쉬 연기, 영화 연출하는 쾌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허준호의 대사 한 마디 등 그 순간들이 모여 류승완 감독이 '모가디슈'의 여정을 완주할 수 있게 했다.


배우들, 제작진과 합심해 4개월 간의 모로코 현지 촬영 끝에 완성된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도 온 정성을 다해 만든 영화지만, 개봉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코로나 19 여파로 극장 상황은 좋지 않았고, 그 상황은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심 끝에 '모가디슈'는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닌 극장 개봉을 고수했다. 스코어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가디슈'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뜨겁게 작렬하는 열기와 쨍하게 빛나는 풍광을 관객도 느끼길 바라서였다.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기는 단 한 명의 관객이 있다면 개봉을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용기를 냈다"는 류승관 감독은 "저 스스로도 그렇고 우리 모두의 생각은 '모가디슈'는 극장에서 체험하는 것이 맞다였다"라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 이하 영화에 참여한 모두의 강한 확신 덕분에 관객들은 '모가디슈'를 극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 영화가 주고자 했던 체험들과 메시지들을 온전히 느낀 관객들의 입소문이 코로나 19 여파에도 또 다른 관객들을 극장에 불러 모았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다행히도 저희의 진심을 알아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류승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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