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만 앞서고 준비가 부족한 출연자들, 포장만 요란하고 알맹이없는 서바이벌에 의존하는 제작진을 데리고 '지역상권을 새로 만들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지난 1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제주 금악마을' 세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창업지원자들이 지난 회차 요리대결에 이어 2차 판매미션을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번에 두 팀씩 출전하여 1대1 대결을 벌이는 방식이었다. 출연자들은 제작진에 제공한 같은 물품을 같은 가격에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경쟁을 펼치고, 백종원은 상황실에서 지켜보면서 각 출연자들을 평가했다. 장사에 있어서는 맛만이 아니라 서비스와 판매도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미션으로, 장사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 등도 평가 항목에 포함됐다.

이들이 판매할 상품들은 LED 마우스피스, 영화 '기생충' 안경, 치킨 모양의 방향제, 잔디 슬리퍼, 우산 모자, 짚신, 뱃살가방 등등 누가 봐도 선뜻 판매가 쉽지 않아 보이는 물건들이었다. 지원자들은 상품들을 보고 모두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요리 미션 1등 자격으로 조아름에게 '전체 판매 미션 대진표 작성 권한'이라는 베네핏이 주어졌다. 조아름은 본인의 미션 진행 시간대는 식사가 끝나고 나오는 손님들을 공략할 수 있는 3라운드로 정했고 대진 상대는 8번 이지훈을 선택했다. 1라운드 김종욱 VS 김태환, 2라운드 최재문-최명근 형제와 최두환-이슬빈 부부, 3라운드 조아름 VS 이지환, 4라운드 류익하 VS 송주영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각 팀의 호객행위 대결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 SBS

 
첫 번째 대결에서는 영업사원 출신 김종욱이 적극적인 호객행위로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종욱은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무릎까지 꿇는 적극성으로 더운 여름에 핫팩까지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김태환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오히려 손님들에게 지적을 받거나 먼저 왔던 손님들까지 빼앗기는 상황에 처했다. 상황실에서 지켜보던 백종원과 MC들은 일찌감치 "김종욱의 압승"이라고 인정했다.

최재문 형제와 최두환·이슬빈 부부가 다음 대결에 나섰다. 양측 모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손님들을 찾아 홍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최재문·최두환 형제가 물건을 직접 가지고 마을주민들을 공략하며 판매를 시도했다면, 최두환 부부는 판매대로 최대한 손님을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최씨 형제는 수고에 비하여 성과가 없었고 그사이에서 판매대를 지나치던 손님들을 최부부가 독점하는 양상이 이루어졌다. 최씨 형제가 방송미션을 알리고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두고 지켜보던 백종원은 "안 좋은 모습이다. 방송핑계를 대는 것은 반칙"이라고 지적했다. 최부부가 먼저 종료 2분을 남겨놓고 먼저 완판에 성공한 뒤에는 최형제팀의 호객 행위까지 도와주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백종원은 "태도 점수 1점을 더 땄다"며 최부부의 자세를 호평했다. 두 팀은 결국 사이 좋게 동반 완판에 성공했다.

조아름과 이지훈의 세 번째 대결에서는 판매 시간대를 잘못 선정하여 유동인구가 거의 보이지 않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과묵해 보이던 이지훈이 외의외 입담을 선보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초반 다소 주저하는 듯하던 조아름이 백종원의 매니저와 <골목식당> 제작진 등을 향하여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조아름은 갑작스럽게 비가 오는 상황에 맞춰 타깃형 공략법으로 손님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데 성공하며 선방했다.

마지막으로 류익하와 송주영의 대결에서는 논란이 될만한 장면들이 나왔다. 류익하는 지나치게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상대를 부담스럽게 하는 호객행위로 손님들을 불편하게 했다. 점점 승세가 송주영 쪽으로 기울자 류익하는 송주영의 호객행위 중간에 끼어들어 손님을 빼앗아오려고 했다. 송주영도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성주는 어제 요리 미션에 이어 판매 미션을 지켜보면서 "옆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백종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쟁자라도 서로 도우면 시너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류익하와 송주영의 사례처럼 배려없이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면 서로에게 모두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판매금액 순위상 1위는 나란히 5만5천원 공동 완판에 성공한 최두환 부부와 최재문 형제가 차지했다. 조아름이 4만7천원, 김종욱이 2만6천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김태환이 2천원 판매에 그치며 최하위에 그쳤다.

하지만 판매자세 점수에서는 김종욱이 최부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백종원은 "적극성도 좋았지만, 경쟁상대인 옆 가게에 들어간 손님들을 건드리지 않는 매너도 있었다"며 자세 점수에 만점을 줬다. 요리 미션에서 멜튀김을 시도했다가 기본기 부족으로 질타를 받으며 최하위에 그쳤던 김종욱은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요리와 판매미션을 합산한 점수에서는 최두환-이슬빈 부부가 33.5점으로 1위에 올랐다. 요리미션 1위였던 조아름은 30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요리미션 4위로 안정권이었던 류익하가 판매금액 2점, 판매자세 점수 1점으로 총점 15점에 그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골목식당>은 다음주 가장 많은 점수가 걸린 3차 푸트트럭 영업미션을 예고했다. 마지막 미션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의외의 자진탈락자가 나올 것이 예고되며 궁금증을 더했다.

'창업 서바이벌' 포맷 도입한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 SBS

 
<골목식당>은 그간 백종원을 통해 전국의 어려움을 겪는 요식업 자영업자를 돕고, 침체된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방송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제주 금악마을 편은 기존의 포맷에서 벗어난 '창업 서바이벌'이라는 포맷을 도입하면서 소외된 지역에 아예 새로운 상권을 직접 만들겠다는 야심한 프로젝트를 표방했다.

지역 경제 재생과 창업 지원자 육성이라는 명분은 <골목식당>이 그동안 지켜온 공익예능이라는 방향성과 연결된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식업계가 침체되면서 예전같은 포맷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또한 4년 넘게 방송을 이어오며 비슷한 패턴에 다소 식상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부여하기 위해 서바이벌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방송 취지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기존 요리 서바이벌 예능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방송에서 50대 1 경쟁률을 뚫었다고 알려진 창업지원자 8인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요리 실력과 기본 자질, 매너와 자세 등에서 편차가 큰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합격자 예측이 쉬워졌다는 점에서 경쟁의 긴장감이 주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백종원의 이름값이 무색하게 서바이벌의 내용과 구성은 진부하기 그지없다. 창업지원자들의 자질을 심도있게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요리 미션이야 당연하다 치더라도 요식업과 직접 상관도 없는 호객행위가 지원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데 적절한 미션이었는지 의문이다. 

정작 무대의 핵심이 되어야 할 금악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뒷전이다. 이야기 첫 회 오프닝에서 제주도에서도 소외받은 지역인 금악마을의 열악한 현 주소와 상권구축이 왜 어려울 수밖에 없는지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이 잠깐 나오지만, 그 이후로 금악마을은 그저 출연자들의 '서바이벌을 위한 배경'에 그치고 있다.

거창한 프로젝트에 비하여 내용물은 빈약하기 그지없는 <골목식당>의 기묘한 창업 서바이벌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백종원 골목식당 금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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