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화의 변곡점, 풀빵이 뿌린 씨앗

한영섭 2021. 9. 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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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공제③] 노동공제교실부터 노동공제맥가이버, 공동공제, 노동공제포럼까지

[한영섭]

☞이전기사 : 자기 일당으로 어린 여공들에게 풀빵 사주던 그처럼 http://omn.kr/1v1nl
 
 지난 6월 12일 첫 삽을 뜬 풀빵 노동공제교실
ⓒ 풀빵
 
지난 5월 27일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이하 풀빵) 창립 보고대회가 드디어 개최되었다. '드디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인 이유는 그간의 설립 과정과 창립의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2017년 7월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3층 꿈꾸락에서 열린 '노동운동과 사회적 경제는 왜 함께하려 하는가?' 좌담회① 이후 만 3년 넘게 걸렸다. 당시 송경용 국제사회경제협의체 공동의장의 사회로 열린 좌담회엔 박강태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이희수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상임부위원장, 조준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 한석호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이 참여했다. 이 역사적인 만남 이후 송경용 공동의장은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으로 풀빵 설립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한석호 위원장은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으로 풀빵의 핵심적인 산파 역할을 하게 된다.

이후 2019년 11월 17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 산하 봉제인공제회가 결성되었고, 2020년 서울시 불안정고용노동자단체 융자지원 사업을 통해 노동공제 조직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 힘으로 2021년 1월 22일 노동공제연합 풀빵 창립대회를 열었고,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정식으로 공제 사업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의 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 사회 노동공제 운동이 본격화되는 첫 출발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1920년 4월 11일 조선노동공제회 창립 출범 이후 100년 뒤 나타난 한국 사회의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기억되고 싶습니다. 필자의 바람입니다).

더욱이 풀빵은 노동공제 당사자와 지원조직 연합체로, 단일 공제회가 아니라서 그 의미가 더 크다. 급변하는 노동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조직체가 필요하다. 이를 공제회 방식으로 조직해 노동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동자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노동복지를 제공하려 한다.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실종되어가고 있는 상호부조, 연대와 나눔 정신을 복원하기 위한 사회운동 차원으로서도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노동공제교실과 노동공제맥가이버

풀빵은 현재 당사자 조직과 지원 조직으로 구분되어 있고,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당사자 조직은 라이더유니온,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 한국스마트협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 전국주민협동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 우리함께, 일하는사람들의생활공제회 좋은이웃,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함께하고 있다. 지원 조직으로는 전태일재단, 노회찬재단,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한겨레두레협동조합연합회,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가입되어 있다. 준회원은 공제를 추진하고 있거나 고민 중인 단위를 포함해 단위 조직에서 공제를 적용할 수 있게 출연금과 회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풀빵은 단위 조직에서 공제를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동공제학습원(준)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하게는 격월로 노동공제교실을 열어 노동공제의 의미와 실천에 관한 교육을 한다.

지난 6월, 1기 노동공제교실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노동공제교실은 향후 간부, 일반, 노동조합, 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열 계획이다. 그리고 '찾아가는 노동공제교실'을 운영해 단위 조직에서 부르면 달려가는 교육도 추진하려 한다. 나아가 핵심 활동가를 양성하고, 단위 조직에서 공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강사단을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노동공제 이론과 실천이 확산될 수 있도록 교재를 개발하고 있고, 올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원고를 작성하고 다듬어 가는 중이다.

풀빵에서 추진하려는 두 번째 프로그램은 '노동공제맥가이버'이다. 노동공제맥가이버는 단위 조직이 공제 사업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컨설팅과 경영 지원, IT시스템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제 활성화를 위해 단위 조직에서 공제 사업 전담 상근자를 두지 못할 때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만들 계획이다.

사회연대로 만들어 갈 다양한 공제 품목
 
 지난 5월 27일 열린 노동공제연합 풀빵 창립 보고대회
ⓒ 풀빵
 
또 풀빵의 핵심사업 중 하나로 공동공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위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운 공제 품목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지난 7월 '풀장 1호 적립형 공제 지원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공동공제 품목을 출시했다. 매달 5~20만 원씩 36개월 또는 60개월 적립하면 만기 시 응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더불어 위험을 함께 극복하기 위한 상호부조공제를 준비하고 있고, 비상금공제, 건강공제, 주택공제, 여행공제, 상조공제 등 다양한 품목을 개발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하며 향후 단계별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사회연대 차원의 외부 지원 체계를 만들어 다양한 공제 품목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가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고, 노동자들이 궁극적으로 좋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협력 지원 체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다만 다양한 사회적 지원이 일방적인 시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풀빵 내부에서도 다양한 나눔과 호혜, 연대가 체계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풀장(Pool場)'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나눔과 상호연대가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조직 내부 운영, 사업 원리도 체계화될 수 있도록 구조화를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공제를 확산하고 제도화하기 위해서 노동공제포럼을 통해 이론과 실천의 성과를 확산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운동이 국내에서만 머무르지 않도록 해외 협력, 국제포럼 등을 기획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또한, 아직 허약한 제도적 기반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해 공제 관계법 제·개정 등을 추진하려 한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다양한 공제가 만들어지고 운영될 수 있도록 길을 내는 일을 할 것이다.

풀빵이라는 이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도 앞서 소망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노동공제연합 풀빵이 훗날 2021년을 기억하면서 한국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위한 변곡점이 되었다고 평가 내릴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자원이 필요하다.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씨가 이야기한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1) 좌담회는 <생협평론> 2017년 가을호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사회적 경제와 노동조합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특집으로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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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노동공제연합 풀빵 공제팀장입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9,10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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