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조 '초 슈퍼 예산' 대선 의식했나.. 1000조 넘은 국가채무는 어쩌려고 [뉴스+]

안용성 2021. 9.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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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마지막 예산도 결국 '돈 풀기'
장학금 확대·주거비 경감 등
청년 예산 23조5000억 투입
야당 "사실상 매표행위" 반발
文 "전략적 투자에 집중될 것"
2022년 총수입보다 지출이 55조 많아
'재정선순환' 낙관론에 3년째 적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0.2%로↑
1인당 나랏빚도 첫 2000만원 넘어
40개 공공기관 부채도 550조 육박
전문가 "코로나19 극복 내세웠지만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 등 불충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해 예산안도 결국 ‘돈 풀기’로 짜였다. 정부는 2022년 예산을 올해보다 8.3% 늘어난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과 신(新)양극화, 탄소중립 등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운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 400조원 수준이던 예산은 확장재정 기조 속에 5년 새 200조원이나 급증했다. 평균 8% 넘는 예산 증가율로, 역대 최고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그 사이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를 돌파하는 등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예산이 ‘초슈퍼 예산’으로 짜이면서, 내년 대선을 의식한 여권의 ‘선심성’ 예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가장학금 확대·자산 형성 지원 등 청년 예산에 23조원 넘게 편성되자, 야당은 “사실상 매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예산 정부안을 확정했다. 정부안을 보면 내년 총지출 증가율(8.3%)은 올해 본예산 증가율(8.9%)보다 낮지만, 총수입 증가율(6.7%)보다 높다. 문재인정부 내내 이어진 ‘확장재정’ 기조의 연장선이다.
문재인정부는 예산 편성 첫해인 2018년에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 7.1%를 기록한 이후 2019년(9.5%), 2020년(9.1%), 2021년(8.9%), 2022년(8.3%)에 모두 8%를 넘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2018년 428조8000억원이던 총지출 규모를 4년 만에 200조원 가까이 늘렸다.

정부의 이 같은 확장재정은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내년 예산은 코로나19 완전 극복과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집중될 것”이라며 “충분한 백신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의료 인프라를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국산 백신 개발, 글로벌 백신 허브를 위한 지원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업 제한·금지 조치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을 위한 손실보상 예산(1조8000억원), 백신 구매 비용(2조6000억원) 등 방역예산으로 총 5조8000억원이 편성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벌어진 격차를 해소하고자 31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211만개를 만들고, 질병·부상 시 최저임금의 60%를 지원하는 한국형 상병수당을 시범 실시한다.
내년에는 특히 청년 관련 예산이 두드러진다. 구직·채용기회 확대(5조5000억원), 주거비 경감(6조3000억원) 등에 총 2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확장재정 속에 국가채무는 급증하고 있다.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에 달한다. ‘국가채무 1000조원’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50%’ 모두 사상 처음이라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는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세수 감소·고령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이나 미국은 국제통화를 갖고 있어서 재정건전성이 나빠져도 외환위기 위험이 없지만, 우리는 국제통화를 갖고 있지 않아서 (재정건전성 악화로)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면 그리스처럼 외환위기를 겪을 위험도 높다”고 지적했다.
◆ 국가채무 사상 첫 1000조 돌파… 5년 만에 400조 ‘폭증’

문재인정부 들어 확장적 재정 운용 기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나라 곳간 사정은 그리 넉넉지 못하다. 내년 정부가 세금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총수입)은 548조8000억원으로 전망되지만, 나가는 돈(총지출)은 604조4000억원이다. 지출이 수입보다 55조6000억원이나 많은 ‘적자 재정’이다. 이 같은 이례적 상황이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재정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풀고, 돈이 돌아 경제가 회복되면 더 많은 세수가 걷히고, 결과적으로 재정건전성이 개선된다’는 낙관론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그러나 재정 확대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뿐만 아니라 수준도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확장적 재정으로 풀고 있는 돈도 제대로 쓰이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고 있다.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

31일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까지 올라가 사상 처음으로 ‘나랏빚 1000조원 시대’를 열게 됐다.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5년 만에 400조원 증가한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47.3%에서 내년 50.2%로 늘었다. 이 역시 같은 기간 36%에서 14%포인트가량 급증했다. 국민 1인당 나랏빚도 처음으로 2000만원을 넘어섰다.
다만 정부는 내년에는 경기 회복에 따른 세수여건 개선으로 수입이 늘어나면서 나라 살림 적자폭이 올해보다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년 세입경정을 할 정도로 세수 추계 오류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신뢰도는 높지 않다. 올해의 경우 초과세수가 상당 규모 발생했으나, 이는 재정투입에 따른 경기 회복보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 영향이 컸다. 내년 이후 세수 추계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공공기관의 부채도 5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재부가 내놓은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40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올해 549조600억원에서 내년 585조3000억원으로 늘어나고 2023년에는 6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공식 국가채무 통계에 잡히지 않아 ‘그림자 부채’로 불리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재정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적자 재정을 감수하면서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미래 먹거리 대비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정상화?…“대선용 돈 풀기” 비판도
정부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내년까지만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023년 예산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회복을 통한 정상궤도에 안착할 수 있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5년 내내 8%가 넘는 지출증가율을 기록하다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새 정부가 들어서고 초반에는 통상 재정 지출을 늘려왔던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도 동떨어진 구상이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돈 풀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년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3조3000억원 늘어난 23조5000억원이 편성됐다. 일자리 관련 예산이 1조5000억원 늘었고, 교육·복지·문화(1조2000억원)와 주거(4000억원), 자산 형성(2000억원)도 일제히 확대됐다는 점에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재정준칙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보다 득표가 중요하다가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재정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면서 이를 통해 득표하려는 행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확장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예산투입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지원에 필요한 만큼의 예산이 투입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진정한 확장재정이라면 선진국처럼 코로나19 대응을 늘려야 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손실보상이나 내수 관련된 부분을 가지고 충분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김현우, 조희연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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