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 바다에 있다

플라스틱컵에 담긴 ‘짧은 기쁨, 긴 고통’의 비밀

최복경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 전문위원
최복경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 전문위원

최복경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 전문위원

8월의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여름 더위의 기세는 여전하다. 뜨거운 날씨를 피해 계곡과 강, 그리고 바다로 피서를 즐기러 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긴 냉커피 등 음료수를 하나씩 손에 들고 목을 축이며 즐거운 산책을 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한국에선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쓰레기통이 사라진 지 오래다. 빈 일회용 컵은 아무 데나 버려지기 일쑤다. 곳곳에 버려진 페트병과 플라스틱 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플라스틱은 석유계 물질에서 만들어진 고분자 화학물질이다. 다양한 제조 기술과 값싼 재료, 그리고 좋은 물리적 특성 때문에 갈수록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쓸모를 다한 다음이다. 회수되지 못하고 자연에 버려지면 햇빛과 풍화작용, 그리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데, 그 기간이 수백년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분해를 거듭하면서 ‘미세플라스틱(Micro Plastics)’이 된다는 점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 5㎜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계곡이나 하천,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면서 더 작은 조각이 되며, 결국에는 어류나 해양 동물이 섭취해 생태학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어류를 섭취하는 인간의 몸에도 농축되면서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다행히 올해 6월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다년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양 미세플라스틱이 어류에 미치는 독성 등 유해성 환경영향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현재 수준으로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해당 발표 내용에서도 권고하듯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생태계와 어류 및 인체에 농축되는 정도가 심해져 차후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불가피하게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회수해야만 미래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일각에선 초미세플라스틱도 문제라는 시각이 나온다. 호주 뉴캐슬대 연구진은 최근 초미세플라스틱이 미세먼지처럼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으며, 마시는 물을 통해 한 달에 칫솔 한 개 무게(21g)가 인체에 축적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째 모든 나라가 힘들어하고 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피서를 즐기고 싶은 것이 온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피서지에서 또는 일상생활에서 모두가 조금만 신경을 써서 가능하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 특히 여름에는 일회용 냉커피를 담는 데 쓰이는 플라스틱 컵 사용이 급증하지만, 회수는 잘되고 있지 않아 장기적으로 심각한 환경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원하게 냉커피를 마시되 빈 플라스틱 컵을 꼭 회수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전 지구적인 재앙으로 확대될 수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바다의 고통은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래를 위해 범국가적인 미세플라스틱 대비책을 강구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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