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 언니와 '라스트댄스' 대표팀 막내 정지윤 "마지막 함께해 영광"

이정호 기자 2021. 8. 1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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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정지윤(오른쪽)이 2020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국내 훈련에서 김연경과 사진을 찍고 있다. 정지윤 제공



정지윤(20·현대건설)에게 지난 한 달은 꿈만 같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전국민의 응원을 받으며 4강 진출의 역사를 썼다. 정지윤은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배구대표팀 12명 가운데 유일한 2000년대생 막내다.

현대건설 훈련에 복귀한 정지윤은 지난 주말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솔직히 대회 기간에는 여자배구에 이렇게 관심이 높은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야 ‘우리가 정말 응원을 많이 받았구나’를 알게 됐다”고 했다.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의 투혼은 김연경의 ‘라스트댄스’로 함축되곤 한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4강에 올랐다. 4강 여정 속 ‘막내’ 정지윤의 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경 언니 효과죠.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요.” 6월말 이탈리아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의 전초전, 2021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3승12패로 마쳤을 때만 해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성적이었다.

VNL에서도, 도쿄 올림픽에서도 팀이 흔들릴 때마다 김연경이 중심을 잡았다. 때로는 개그맨이 돼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때로는 코치 이상으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김연경을 보면서 정지윤은 “왜 연경 언니같은 선수가 주장이 돼야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VNL에서 8연패를 당하다 세르비아, 캐나다전을 승리하기 전에도 “다시 집중하자”는 주장의 강력한 메시지가 있었다. 당시를 떠올린 정지윤은 “연패가 길어지긴 했지만 그 동안 대표팀은 여러 실험을 하며 손발을 맞추고 있었다. 그래도 연패가 길어지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자 연경 언니가 ‘정신 차리자’고 했다. 그러면서 코트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했다.

그 흐름은 도쿄 올림픽까지 이어졌다. 대표팀은 난적인 도미니카공화국에 이어 일본을 꺾으면서 8강에 진출했다. 모두 VNL에서 졌던 상대다. 특히 한·일전에서는 5세트 매치포인트에 몰린 가운데 4연속 득점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진 8강에서는 세계 랭킹 4위 터키까지 잡았다. 정지윤은 “일본전에서는 선수들 모두가 이겨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승리한 뒤 정말 선수들 모두 행복해했다”며 감격해했다. 8강행이 확정된 뒤 세르비아에 졌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들뜨지 말고 다시 집중하자”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던 것도 김연경이었다.

6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전. 한국 정지윤이 공격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정지윤은 “연경 언니의 마지막 대표팀 아니었나. 연경 언니는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 집중력이 정말 다르다. 경기 외적으로도 배울게 많았다”며 “같이 운동할 수 있었다는게 영광이었다”고 했다. 부산 수정초등학교 6학년 때 김연경의 장학금을 받던 배구 꿈나무였던 정지윤에겐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정지윤은 “부끄러워서 그 말을 직접 한 적은 없다. 언니는 모르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연경은 많은 나이 차이에 자신을 조금 어려워하는 정지윤에게 조언보다 장난을 많이 치면서 먼저 다가섰다. 그렇지만 정지윤은 ‘레전드’가 건넨 조언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겼다. “훈련 때 ‘어떻게 때려보라’며 코칭을 많이 해주셨다. 운동할 때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라는 말도 마음에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정지윤은 귀국 후 이틀의 휴식만 가진 뒤 팀 훈련에 합류했다. 정지윤은 “정말 엄청난 경험을 했다는게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나서는 올림픽에 출전해 우리 선배들, 다른 나라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 올림픽이었다”고 했다. 정지윤은 더 큰 목표도 품었다. “아직은 어리다고 하시는데 이제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확실하게 내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국가대표가 되면 더 자신있게 내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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