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김윤석이라는 고유명사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1. 8. 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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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김윤석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확신, 오랜 기간 배우의 길을 걸어오며 우리들에게 그가 보여준 건 연기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였다. 신뢰라는 이름의 고유명사, 배우 김윤석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제작 덱스터스튜디오)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로, 김윤석은 극 중 한신성 한국 대사를 연기했다.

김윤석이 '모가디슈'를 선택한 이유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거대한 악과 맞서 싸워 탈출하는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도시에서 서로 의지하며 탈출하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단다. 김윤석은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순간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위기를 극복해나갔을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김윤석이 한신성 캐릭터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공감대 형성이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본인들과 한신성이 별반 다르지 않은 인물이라고 공감하게끔 만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단다. 김윤석은 "때로는 경박스럽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인간으로서 마지막 도리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해 초인적인 기지를 발휘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객들이 영화를 봤을 때 공감되는 캐릭터였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모가디슈' 속 한신성은 김윤석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인물이다. 제때 도착하지 않은 부하에 짜증을 내다가도 금세 돌아서서 사람들 앞에서 넉살 좋은 웃음을 보이기도 하고, 갈등을 겪는 부하들을 달래주기 위해 은근슬쩍 상대방을 욕하고, 상사의 전화에 능구렁이 같이 안 들리는 척하는 모습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그런 한신성이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탈출에 성공하는 모습이 더 큰 울림으로 와닿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영화에서 획득해야 할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완벽히 스크린에 옮긴 김윤석이 있었기에 '모가디슈'는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고, 또 확실하게 전할 수 있었다.

"'모가디슈'는 머나먼 아프리카라는 곳에서 내란의 한가운데에서 고립된 채 외부의 어떤 도움도 없이 빠져나가야 하는 그 상황에 놓인 그 안에서 말이 통하는 유일한 두 무리가 만나서 모두가 함께 생존을 위해서 탈출하는 이야기예요. 그런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만났을 때 무엇이 필요한가, 그 상황이 가장 중요했죠. 그 외의 남과 북이다라는 건 그다음 문제죠. 선택과 갈등의 기로가 있겠지만 공통의 목표가 생존이다. 관객이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한다면 그게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이지 않을까 싶어요."


신뢰할 수밖에 없는 연기로 한신성 캐릭터를 완성한 김윤석이지만, 촬영 전만 해도 '모가디슈' 제작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럴 만도 한 게 '모가디슈'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됐다. 도시 전체를 1980년대 모가디슈처럼 세팅해야 했던 대규모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김윤석은 "영화에 출연할 외국인들을 어디서 다 캐스팅할 건지, 이게 무모한 도전이지 않나라고 감독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윤석의 걱정은 기우였다. 류승완 감독과 제작진의 준비성과 제작 시스템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했고, 처음엔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김윤석 조차도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타국에서 진행된 촬영은 매일이 힘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때때로 기억날 만큼 김윤석에게는 매력적인 경험으로 남았다.

가장 걱정했던 외국인 배우들과의 호흡은 '연기'라는 연대감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김윤석은 "어떻게 소말리아계 배우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 생각했는데, 몇 달 전부터 오디션을 통해서 그분들을 기적적으로 모았더라"면서 "그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는지 느끼게 됐다. 외국인이라기보다는 함께 영화에 출연한 동료라는 연대감이 있었다"라고 했다.

또한 류승완 감독에 대해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김윤석은 "이분은 24시간 현장에서 사는 분 같다. 크랭크인이 되고 나서부터 이분은 현장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어마어마한 준비와 각 팀 제작진들이 각자가 맡은 역할을 조각 맞추듯이 현장을 꾸려나가는 걸 보고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류승완 감독의 영화 인생이자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옆에서 보면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김윤석은 "저는 감독의 지휘 하에 배우들 함께 감독이 원하는 미학과 추구하는 영상 드라마를 함께 따라주는 모든 사람들이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뒤 "1등 공신은 감독님이다. 이에 못지않은 사람들이 제작하는 사람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건 어마어마한 제작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영화"라고 다시 한번 류승완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모가디슈' 속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해지는 순간에 우리를 공감하게 만든 건, 김윤석의 힘이다. 악인에게도 이입하게 하는 그 힘은 김윤석의 분명한 철학에서 비롯됐다. 김윤석은 "악한 사람이라고 해서 선한 면이 아니고 선한 사람이라고 해서 악한 면이 없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한 역을 할 때 이 사람의 숨겨진 악한 모습을 함께 가져가야지 입체적인 인물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순간에 선과 악 중 어떤 쪽으로 치우치는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악인과 선인이 나뉘지 않나. 그 반대편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33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어떤 작품, 캐릭터든지 납득하게 만드는 연기의 힘으로 단단한 신뢰의 탑을 쌓아 올린 김윤석. 김윤석의 다음 작품이 무엇이든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윤석 | 모가디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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