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특수고용·프리랜서 외면한 '대전 청년희망통장'

정재훈 입력 2021. 8. 1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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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전] [앵커]

대전시가 3년 동안 5백여만 원을 저축하면 여기에 시 예산을 더해서 두 배로 되돌려주는 청년희망통장 가입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청 자격이 4대 보험 가입자로 제한돼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의 청년 노동자들은 신청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보험 판매 일을 하는 33살 조천희 씨.

최근 대전시의 청년희망통장에 가입을 기대하며 부푼 꿈을 안고 있었습니다.

3년간 매달 15만 원씩, 540만 원을 저축하면 시 예산을 더해 두 배로 되돌려준다는 청년희망통장.

하지만 조 씨의 목돈 마련 기대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4대 보험에 가입된 청년 노동자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제한 조건 때문이었습니다.

특수고용직인 조 씨는 고용과 산재보험만 적용받고 있습니다.

[조천희/청년노동자/특수고용직 : "실제로 자격요건을 보니까 해당되지 않는구나 생각해서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나 프리랜서도 신청이 불가능한 건 마찬가집니다.

[홍춘기/대전시노동권익센터장 : "고용이 불안정한 청년노동자에게 굉장히 상처를 줄 수 있고, 오히려 이 청년노동자들에게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등본과 초본, 가족관계 증명부터 사회보장급여, 가구원 소득재산 신고서, 4대 보험 가입서, 거주지 임대차 계약서, 금융거래 부채증명까지.

통장 하나에 가입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11가지나 됩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등본과 소득증빙서류만 있으면 청년 통장을 신청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광주광역시 관계자 : "많은 서류들을 요구하지 않고, 일단은 최저임금기준으로 거기에만 해당되면 신청을 받아서 선정하고 있거든요."]

[김재섭/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간사 : "다른 시도가 점차 절차를 간소화하고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변경하는 것에 비해서 대전시는 오히려 계속해서 행정에 편리한 방식으로만 정책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전시는 올해는 이미 공고를 냈기 때문에 내년에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대전시 관계자/음성변조 : "관련 서류라든지 과다한 제출서류 문제점을 저희도 이야기를 듣고 있고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개선하는 방법으로 내년에는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입 문턱도 높은 데다 과도한 서류제출 요구까지.

대전 청년희망통장을 필요로 하는 청년 노동자들이 소외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

[앵커]

방금 보신 청년희망통장에 대한 내용을 취재한 정재훈 기자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정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광주광역시 사례를 언급했잖아요.

다른 시도에서 운영하는 청년통장 실태는 어떤가요?

[기자]

네, 현재 청년통장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8개 광역시도 사례를 모두 분석해봤는데요.

먼저, 가입 자격부터 살펴볼까요.

4대보험 가입을 자격 조건으로 하는 곳은 대전과 인천 뿐입니다.

반면 서울과 경기, 광주, 부산, 전남 등 대부분 자치단체가 4대 보험 유무를 떠나 일용직, 특수고용, 프리랜서 등 근로 유형과 관계없이 일하는 청년노동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특히 전라남도는 이보다 더 나아가 국가근로장학생과 군 복무자, 사회복무와 산업기능요원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해 대전시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앵커]

정 기자, 또 소득 기준.

그러니까 한 달에 얼마 이하를 벌어야 가입할 수 있다는 기준에서도 다른 지역과 차이가 크다고요?

[기자]

먼저, 정부가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청년희망키움통장의 경우 가입자격이 중위소득 30% 이하인 생계급여수급가구 청년노동자만 해당됩니다.

월 소득이 54만 8천 원 이하만 가입할 수 있는 건데요.

정부 사업이 최빈곤 청년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자격 기준이 높아 지자체에서는 이보다 완화해 저소득 청년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 대전의 경우 청년희망통장에 가입하려면 중위소득 90% 이하, 그러니까 월 소득이 1인 가구 기준 164만 5천 원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최저임금 기준 주 40시간 노동자 월급인 182만 원보다 더 낮게 벌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다른 시도의 청년통장 공고문을 살펴 봤더니 대다수인 6개 시도가 중위소득 100%이자 최저임금 기준 월급인 182만 원에서 중위소득 140%인 255만 원까지를 가입 대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대전은 지난해까지 중위소득 120% 이하를 기준으로 했다가 올해부터 90% 이하로 강화했는데요.

대전시는 신청자가 몰리다 보니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정 기자, 대전 청년희망통장을 신청하는데 이것 말고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청년통장 신청을 하기 위해선 대전만 유독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방문해야 하는 건데요.

앞서 보셨던 영상처럼 11종에 달하는 수많은 발급서류를 각각의 기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걸 또 동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가서 제출해야만 합니다.

청년통장 제도를 시행하는 8개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대전만 대면접수를 고집하고, 반대로 나머지 7개 시군은 우편과 이메일, 온라인접수도 받고 있었습니다.

[앵커]

청년희망통장이 해마다 진행되는 사업이잖아요?

벌써 4년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 빨리 개선이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올해 사업은 이미 공고가 나갔고, 지금 가입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장 개선은 어렵다는게 대전시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내년부터 개선이 될 지도 미지수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직접 대전시에 저소득 청년들이 소외받는 문제에 대해 문의했을 때 "저소득 근로자들도 다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앵커]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위한 사업이 맞는 건지, 사업을 설계하면서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는데요.

영세 사업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청년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하루 빨리 반영돼 더는 외면받지 않기를 바리겠습니다.

정재훈 기자 (jjh11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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