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맞았다..한·일전에서 증명된 두 야구천재, 이정후와 강백호 [도쿄 라이브]

요코하마 | 김은진 기자 2021. 8. 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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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야구 대표팀 이정후(왼쪽)와 강백호. 연합뉴스


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오자 일본 언론은 한국 선수들을 분석했다. 과거 국제대회에서 일본을 울리던 타자들은 물러나고 새 얼굴들이 대거 가세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서 이정후(23)와 강백호(22)를 주목했다.

‘닛폰스포츠’는 “신예 중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와 시즌 타율 4할에 육박하는 강백호를 경계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주니치스포츠’는 이정후가 주니치에서 뛰었던 이종범의 아들이며 나고야에서 태어났다는 소개도 했다. ‘닛칸스포츠’는 “KBO리그 타율 1위를 질주 중인 강백호”를 콕 찍었다.

한국과 일본이 2020 도쿄올림픽 준결승에서 만난 지난 4일, 이정후와 강백호는 일본의 경계심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결승에 직행하지는 못했지만 일본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강판을 끌어낸 6회초 세번째 타석의 승부로 둘은 천재적인 재능을 입증했다.

야마모토는 올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181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무시무시한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다. 시속 150㎞ 후반 강속구에 포크볼 구속은 140㎞대 후반까지 나온다. 뚝 떨어지는 포크볼은 헛스윙 제조기다. 이정후도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야마모토의 이 포크볼에 당했다. 당시 8회 셋업맨으로 등판한 야마모토를 맞아 커브에 이어 들어온 포크볼 2개에 헛스윙 3구 삼진을 당했다. 현재 한국의 대표 좌타자인 강백호와 이정후는 좌타자에게 강한 야마모토를 상대로 그 주무기인 포크볼을 공략해냈다.

0-2로 뒤지던 6회초 무사 2루에 강백호는 좌전 적시타를 쳤다. 야마모토의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절묘하게 따라가 퍼올려 안타를 쳐내며 감각적인 타격 재능을 그대로 입증했다.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주고 외야 실책까지 더해져 주자를 2루에 보낸 뒤 강백호에게 첫 타점을 허용한 야마모토 뒤에 이정후가 나왔다.

2년 전 포크볼에 당했던 이정후는 아주 신중하게 공을 골라내며 볼카운트 싸움을 벌였다.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낮게 들어온 포크볼을 잘 참았고 2B-2S에서 6구째 낮은 직구도 잘 참은 뒤 7구째에 또 포크볼이 들어오자 파울로 걷어냈다.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쳤던 이정후가 포크볼 승부에 자꾸 참고 걷어내 투구 수가 늘었지만 야마모토 역시 포크볼 승부를 놓지 않았다. 8구째 또 포크볼을 던졌고 이전보다 밋밋하자 이정후는 바로 받아쳤다. 1루 주자 강백호가 여유있게 3루를 밟을만큼 우익수 앞으로 쭉 뻗은 타구였다. 이 타석에서만 8개를 던진 야마모토는 양의지를 삼진으로 잡은 뒤 결국 교체됐다. 한국이 2-2 동점을 만들기까지 야마모토를 상대한 강백호와 이정후의 승부는 결정적이었다.

이정후와 강백호는 2017년과 2018년 차례로 등장해 압도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했고 데뷔하자마자 리그 핵심타자로 올라서면서 자연스럽게 국가대표 세대교체의 주역이 됐다. 강백호는 대회 시작 이후 심각하게 부진했지만 나이와 경험에 비해 매우 빨리 압박감을 털고 자신의 타격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놀라운 승부 근성을 입증했다. 2년 전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복기하며 이번 올림픽 승부처가 될 야마모토와 재대결을 철저하게 준비해 되갚았다.

결과적으로 결승 직행 티켓은 내줬지만 일본은 한국의 두 야구 천재를 확인했다. 두 천재가 깨어난 이상 한국의 메달 도전도 계속된다. 이정후는 일본에 진 뒤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요코하마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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