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의 역설.. 한전, 특별재난지역 전기요금 혜택 줄였다

이윤정 기자 2021. 7. 2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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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19일 재난지역 전기요금 감면 한도 신설
폭우 피해 입은 전남, 22일 재난지역 지정
재난지역 지정 후 감면이 원칙이지만 전남은 제외
17년만에 지침 바꿔.. 적자 빠진 한전의 비용 절감

기록적 폭우로 수백억원 규모의 재산 피해를 입은 전남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한국전력(015760)이 최근 특별재난지역 대상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정책 수행과정에서 대규모 부채를 떠안은데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혜택 축소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특별재난지역에 제공하는 전기요금 감면 혜택의 한도를 신설했다고 23일 밝혔다. 당초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지침 개정을 예고한 뒤 1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19일부터 시행됐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이전까지 특별재난지역 이재민들은 임시가건물로 대피할 경우 복구기간 중 최대 6개월까지 전기요금 100%를 금액 상관없이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1가구 당 월 20만원 한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재해로 건물이나 농어업시설, 공장 등이 아예 사라지는 멸실의 경우 재난기간 첫달에 전기요금 100%를 면제받았으나, 이번에 200만원 한도가 신설됐다.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농어업인, 소기업 운영자들은 운영하던 가게와 농어업시설, 공장이 재해로 사라지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첫달은 200만원의 전기요금만 면제받고 다음달부터는 전기요금 100%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50% 전기요금을 경감받을 수 있었던 파손·침수 건축물의 경우 100만원 한도가 신설됐다. 단 주택용 고객은 건축물이 파손 침수될 경우 한도 내에서 100% 요금이 면제된다.

한전은 이번 조치에 대해 “지원 제도의 합리적 기준을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도를 설정해 에너지 낭비를 방지할 필요가 있고, 특정 고객의 전기요금 과다 지원을 방지해 고객 간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전까지 한도 없이 제도가 운영돼 얼마나 비용이 소요됐는지, 특정 고객에게 얼마나 지원이 쏠렸는지 등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최근 전남 진도군에는 5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저염분화로 전복이 대량 폐사해 25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폐사한 전복. /진도군 제공

지침 개정 직후인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전남 장흥·강진·해남군 3개 군과 전남 진도군의 진도읍·군내면·고군면·지산면 4개 읍·면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자연재해로 전기요금을 감면받으려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이 우선이다. 규정대로라면 특별재난지역 지정 이전에 지침이 개정된만큼 신설된 한도에 따라 감면을 받는 게 맞지만, 한전은 이번 전남의 경우 바뀐 지침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전남이 지침 개정 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긴 했지만, 재해는 지침 개정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남은 이번에 한도 없이 전기요금 감면이 가능하지만, 향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는 곳은 신설된 한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남 사례를 보면 규모가 작은 양식장도 매달 수백만원씩 전기요금이 발생해 100만~200만원 한도로는 전액 감면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군면의 한 새우 양식장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양식장을 운영 중인데, 여름의 경우 180만~20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낸다”며 “2만평이 넘는 큰 양식장은 1000만원대까지도 전기요금이 나온다”고 말했다. 고군면의 또다른 전복 양식장 관계자는 “중간 규모의 전복 양식장으로 매달 평균 170만~180만원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지역 특별지원제도가 2007년 1월 도입된 이후 14년만에 한도가 신설된 배경으로는 최근 악화되고 있는 한전의 재무건전성이 꼽힌다. 한전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부채를 떠안았다. 한전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연결기준 한전 부채는 지난해 132조4753억원에서 2024년 159조4621억원의 2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올해 2·3분기 전기요금을 연속 동결한 점도 한전 부실화를 부추기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한전은 2분기에 매출액 13조2274억원, 영업손실 1조3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1분기 매출액 15조753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크게 악화된 수준이다. 지난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급증한 원가 부담을 한전이 지게 된 데 따른 것이다. 3분기 전기요금 역시 인상이 무산된만큼 한전의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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