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도현, 백상 수상 후 더욱 되새기게 된 '초심'
문자 메시지 소개글에 '초심'이라고 적어둔다는 배우 이도현(26). 좋은 일이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을 때, 초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크게 동요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해 방영된 JTBC 드라마 '18어게인'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데 힘입어 데뷔 4년 만에 57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지만 마음가짐과 태도는 수상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시상식 이후 두 달 만에 만난 이도현은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들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하는 사람이다. 최선을 다하는 데 힘을 주신 분들 덕분에 받은 상이라고 생각한다. 수상 소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 취하지 않고 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 철저히 해서 좋은 연기 보여드리겠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수상 영상을 다시 보니 어떤 느낌이 드나.
"평소 매사에 최선을 다해 살자, 후회를 덜하며 살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다시 저 때로 돌아가도 잘 못할 것 같다. 뭔가 거짓스러운 모습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그냥 저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어땠나.
"사실 신인상이 첫 시상 순서인 줄 몰랐고 축하무대를 빛내러 간 자리였기 때문에 후보자 좌석에 착석하기 전까지 노래 연습만 하다가 들어갔다. 아버지께서 시상식 전에 혹시라도 상을 탈 수도 있으니 수상소감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막상 컴퓨터를 켜(서 쟁쟁한 후보를 확인하)니 뭔가 김칫국을 마시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그냥 끄고 잤다. 다른 후보들이 너무 잘했고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기에 호명이 되기 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무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평소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감독님들이 다 있었다. 그런 자리에서 내가 주목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머니가 신인상 후보들의 5분할 때부터 영상을 찍었다. 약간 고슴도치 아들이다. 어머니는 내가 누구보다 멋진 아들이라고 생각해서 후보들이 나올 때마다 편애 리액션을 하더라. 그 영상을 보니 너무 웃겼다. 사실 축하무대만 하러 가는 거니까 큰 기대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무 좋아했다. 그날 시상식이 끝난 직후 ('오월의 청춘') 촬영을 하러 갔다. 그날 하루만큼은 즐기고 싶었는데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백상 수상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크게 변화하려고 하지 않고 흘러가는 방향에 맞춰 살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가 상을 탔는데 기쁘지도 않냐고 하더라. 물론 나 역시 기쁘다. 하지만 속으로만 좋아한다. 순간 겉으로 표현하게 되면 거만해질 것 같아서 항상 그 점을 경계한다. 초심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NS 대화명도 '초심'이다."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서 최백호씨와 축하무대도 꾸몄다.
"최백호 선생님의 배려로 리허설을 많이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자를 너무 못 맞췄더라. 끝나고 '축하무대 잘 봤다', '잘하더라'라고 하길래 별 탈 없이 잘 끝났나 보다 했는데 아니더라. 아주 큰 탈이 있었던 걸 봤다. 일생일대 기회라고 생각해서 선 무대였는데, 그야말로 인생 최대 고비이자 기회였던 자리였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을 통해 정통 멜로에도 처음 도전했다. 작품에서 배우 고민시와 절절한 러브라인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촬영을 하면서 감정이 더 깊어졌다. 배우들, 감독님, 스태프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깊어져 뭔가 준비를 해가지 않아도 상대 배우를 바라보면 그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현장에서 대본을 보며 준비했던 리액션이 아닌 다른 연기가 나오니 하면 할수록 연기의 맛을 느끼게 됐다. 다 같이 합을 맞춰 감정신에 들어가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끝난 후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 빠져나왔다."
-요즘 주요 관심사는.
"올해 하반기 첫 방송 예정인 차기작 tvN 새 드라마 '멜랑꼴리아'다. 특혜 비리의 온상인 사립고를 배경으로 수학 교사와 수학 천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수학과 관련한 책, 다큐멘터리들을 보고 있다. 수학 얘기다 보니 수학 문제를 풀거나 수학 기호를 쓸 때 어색해 보이지 않기 위해 연구 중이다. 사실 과거 학창 시절 '수포자'(수학포기자)였다. 다시 어렵게 수학을 시작했는데 연구하다 보니 그 안에 수학자들만의 세계관이 있더라. 그 세계관이 우리 인생과 비슷하고 신기한 것들이 많아 재밌게 연구하고 있다.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처음에 말도 잘 못하고 그러는데 임수정 선배님이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그래서 좀 많이 편해진 상태다. 촬영이 기대된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데뷔 4년 만에 초고속 성장 중이다.
"2018년도쯤 '이 해는 나의 해로 만들겠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산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마인드와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다 보니 그 기대에 충족되지 않았을 때 오는 좌절이 너무 크더라. 그래서 그 뒤부터는 기대감보다 내게 주어지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인드로 바뀌었다. 이런 상도 내가 실력이 좋아서 받는 게 아니라 모두의 힘이 잘 합쳐서 대표로 받았다고 생각한다. 더 조심하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느 때로 가고 싶나.
"미래다. 멋있게 잘 늙고 싶다. 신하균 선배님의 주름을 보면 너무 멋있지 않나. 주변에 멋있게 잘 늙은 형들을 보면 그 모습 자체가 멋있고 부럽다. 나의 30대 중후반의 모습이 궁금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제 20대가 3년 남았는데 작품을 쉬지 않고 하고 싶다. 내년에 영화로도 인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다. 훗날 송강호, 이병헌 선배님처럼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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