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자가 격리 중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년여 동안 지속해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들을 19일(현지시간) 부로 해제하겠다고 재차 공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18일 영상 메시지에서 "지금 봉쇄를 풀지 않는다면 언제 풀겠는가"라며 "지금이 딱 적절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며 "애석하게도 이 바이러스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존슨 총리의 이런 발언은 영국 내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에 육박하고,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의 코로나19 확진에 이어 자신과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자가 격리 중인 가운데 나왔다.
영국은 지난 1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4674명, 사망자가 41명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확진자가 4만8161명, 관련 사망자는 25명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영국은 지난해 3월 이후 유지됐던 제한 조치들을 모두 풀고 이른바 '자유의 날'을 맞게 됐다.
잉글랜드에 한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와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사라지고, 병원과 공항 등 일부 공공장소를 제외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도 없어진다.
존슨 총리는 확진자 급증에도 봉쇄를 푸는 이유로 자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을 들고 있다. 그는 이날도 자국민을 향해 "제발, 제발, 제발 2차 접종을 나서서 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성인 인구의 87.8%에 해당하는 4630만 명이 백신 1차 접종을 받았으며, 2차까지 마친 이들은 67.8%에 달하는 3570만 명으로 집계된다.
그 결과 지난 16일 영국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일일 확진자 수가 5만 명을 넘어섰지만 사망자 수는 49명에 그쳤다. 지난 1월 당시 일일 확진자 수가 5만 명에 이를 때 하루 사망자가 1800명에 달하던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다.
확진자 수가 많아져도 백신으로 면역력을 끌어올린 덕에 사망으로 직결되지 않으니, 방역 조치를 풀어 경제를 회복하자는 게 영국 정부의 목표다.
그러나 섣불리 봉쇄를 풀었다간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게 매일 수만 명의 확진자가 나올 경우, 확진자들이 접촉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자들이 격리에 돌입하면 자연히 경제 정상화에도 제한이 올 수밖에 없다.
방역 조치가 풀리면 내성이 있는 변이가 출현할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다는 과학자들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과학자 1200명은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에 이 같은 우려를 제기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하원 보건·사회복지위원회 제러미 헌트 위원장은 BBC 인터뷰에서 오는 9월 개학 이후에도 확진자 수가 급증할 경우 방역 규제를 재도입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한편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자치 정부는 잉글랜드와 달리 자체 방역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