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삼부토건 '조남욱 리스트'에 윤석열 있었다.. 2007년부터 등장
[구영식 기자]
▲ 골프장에서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조남욱(89) 전 삼부토건 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래서인지 삼부토건을 경영하는 동안 검찰 등 법조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충청도'와 '서울대 법대' 출신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후원해왔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조 전 회장 관련자료에는 김경한(법무부장관), 명노승(법무부 차관), 정상명(검찰총장), 김각영(검찰총장), 김진환(법무부 감찰국장), 최환(법무부 검찰국장), 최교일(법무부 검찰국장), 이종백(법무부 검찰국장), 이건개(대검 공안부장), 유창종(대검 중수부장), 안강민(대검 중수부장), 서영제(서울중앙지검장), 남기춘(서울남부지검장), 정진규(인천지검장), 양재택(서울 남부지검 차장) 등 당시 쟁쟁했던 전·현직 검사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들은 대부분 충청도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조 전 회장과 식사나 골프라운딩을 함께하고 명절이나 연말·연시 때마다 선물과 연하장을 받았다. 특히 김각영, 이건개, 안강민, 최교일, 정진규, 양재택 등은 삼부토건이나 자회사의 법률고문으로도 활동했다. 안강민 전 중수부장은 정대택씨와 관련한 고소사건에서 장모 최씨의 변호사였다.
옛 삼부토건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법무 관련 업무에 자문하며 도움을 주는 전관 고문들은 소수의 판사 출신들이었고, 잘 나가는 검사나 검사 출신 전관들은 호텔이나 술집에서 접대만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의 후계자였던 아들은 몇몇 직원들에게 '뒷날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부친과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아무리 그렇다 치더라도 너무나 많은 (검사 출신) 전관들을 관리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와서 미루어 짐작해보면 재벌 2세이자 보수정치계의 원로였던 조 전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은 검찰이라고 생각하고, 그 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사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경제·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과 기업의 부적절한 처신에 많은 도움을 받고자 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 대선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전 대전현충원 제2연평해전전사자 묘역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이희훈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조 전 회장 관련자료와 주변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명절과 연말·연시 때 당시 현직 검사였던 윤 전 총장에게 선물과 연하장을 보내고, 골프를 함께 치거나 식사를 함께하는 방식으로 윤 전 총장을 관리했다.
이와 함께 조 전 회장 관련 자료에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와 부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도 '최 회장'이나 '김명신 교수'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장모 최씨는 지난 2011년 5월 검찰에서 "조남욱 회장과 잘 아는 사이이고, 조 회장이 (윤 전 총장을) 소개시켜줬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11일 조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윤 전 총장쪽과 장모 최씨쪽에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날 조 전 회장과는 연락이 닿았지만 그가 전화를 받은 직후 바로 끊어버렸고, 이후에는 전화를 안받아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장모 최은순-부인 김건희는 2006년 명단부터 확인... 각각 '최 회장', '김 교수' 표기
최-김과 같이 유럽여행 갔던 양재택 전 차장검사도 같은 시기 등장
▲ 서울르네상스호텔을 운영하던 남우관광(삼부토건 자회사)의 추석선물 명단 좌하단에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연필로 기재돼 있다. |
ⓒ 구영식 |
조 전 회장 관련자료에 윤 전 총장이 처음 등장한 때는 2007년 9월 20일이다. 서울르네상스호텔(라마다르네상스호텔의 후신)을 운영하던 남우관광(주)의 추석 선물 대상자 명단에 '윤석열'이 수기로 기재돼 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대검의 핵심보직에 속하는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에 장모 최은순씨와 부인 김건희 대표도 조 전 회장의 추석 선물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한 해 전(2006년)에 각각 송이와 망고를 받았던 최씨와 김 대표에게는 각각 '과일'과 '망고'가 전달됐다.
장모 최씨는 '최 회장', 김 대표는 '김명신 교수'로 표기돼 있었다. 당시는 최씨가 미시령휴게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김 대표는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운세 콘텐츠'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획득하기 직전이다. 서일대, 서울정보기능대에서 강의했다는 경력 때문에 '교수'라는 명칭이 붙은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2009년 1월 작성된 조 전 회장의 설날 선물 최종명단에도 윤 전 총장이 포함됐다. 윤 전 총장에게 전달될 선물은 '정육'이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에서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발령받은 직후였다.
▲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관련자료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와 부인이 등장한다. 회장 비서실에서 작성한 메모에는 '미시령휴게소'와 김명신 교수'로 표기돼 있다. |
ⓒ 구영식 |
2011년 4월 2일 조남욱-윤석열-최은순-무정스님 골프 라운딩
골프를 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1년 4월 2일 오전 조 전 회장과 윤 전 총장이 강남300CC(경기도 광주 소재) 아웃코스에서 동반 골프 라운딩을 했다. 이날 골프 라운딩에는 장모 최씨와 무정 스님도 참여했다. 당시 윤 전 총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2과장이었고, 같은 해 5월부터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과 특혜인출사건을 수사했다.
이와 별도로 조 전 회장은 같은 해 10월 16일 장모 최씨와 골프를 쳤다.
삼부토건은 당시 비전힐스와 신안CC, 뉴서울CC, 블랙스톤리조트, 이스트밸리 등의 골프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 전 회장은 이러한 골프 회원권들을 이용해 전·현직 검사들을 관리했다.
▲ 지난 2011년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의 연하장 발송 명단 중에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포함돼 있다. |
ⓒ 구영식 |
연하장도 전·현직 검사들의 관리 수단이었다. 조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12월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으로 근무하던 윤 전 총장에게 연하장을 보냈다. 윤 전 총장 외에 이건개, 남기춘, 양재택 등 전직 검사출신들도 조 전 회장의 연하장 발송 명단에 포함됐다.
연하장 발송 명단에 포함된 남기춘 전 지검장은 윤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자 단짝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12월 법무부 검찰징계위원회가 상부지시 위반으로 윤 전 총장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릴 때 윤 전 총장의 변호인이었다. 조 전 회장은 지난 2008년 4월 26일 크리스탈밸리CC에서 남 전 지검장과 골프라운딩을 즐겼다.
조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12월에도 연하장을 보내며 윤 전 총장을 챙겼다. 당시 윤 전 총장은 국가정보원 댓글공작사건 수사로 청와대 등과 갈등을 겪고 수원지검 여주지청장(2013년 4월~2014년 1월)으로 좌천됐을 때였다.
같은해 연하장 발송 명단에는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는 충청도와 서울대 출신은 아니다(경북고, 고려대 출신). 서울중앙지검장을 나온 직후인 지난 2013년 8월 최 전 지검장과 삼부건설공업(삼부토건 자회사)은 월 200만 원의 법률고문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부터는 고문료를 500만 원으로 올려 최 전 지검장은 지난 2016년 1월까지 총 1억4600만 원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옛 삼부토건의 관계자는 "최교일 전 지검장은 고문료를 500만 원으로 올려받고는 (조남욱 회장의 차남인) 조시연 부사장을 몰래 변론했다"라고 주장하며 "당시 삼부토건 기획실장이 최 전 지검장을 찾아가 자문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뇌물수수 등이 포함된 혐의 가운데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만 조시연 부사장을 기소했다"라며 "그래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라고 말했다.
▲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11일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결혼식에 축하화환을 보내고 하객으로 직접 참석했다. 당시 주례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맡았다. |
ⓒ 오마이뉴스 구영식 |
또한 조 전 회장의 차남 조시연 전 삼부토건 부사장 운전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 2007년~2008년께 서울르네상스호텔(라마다르네상스호텔의 후신)에서 조 전 회장과 조시연 전 부사장 등과 식사를 함께했다. 이 식사자리에는 부인인 김 대표가 지난 2018년 <주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과 윤 전 총장을 연결해줬다고 주장했던 '무정 스님'이 동석했다.
조 전 회장의 운전기사였던 A씨는 "무정 스님이 조 회장에게 윤석열 검사에 대해 '나중에 법무부 장관까지 올라갈 위인의 상'이라고 말하는 것을 승용차 안에서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조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무정 스님은 삼부토건에서 임원이나 조 전 회장의 비서를 임명할 때는 물론이고 조 전 회장이 관리하는 전·현직 검사들의 관상을 봤다는 인물이다. 조 전 회장의 관련자료에도 수십 차례 등장하는데, 검사 출신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 윤석열-김건희 연결해줬다는 '스님'의 정체는? http://omn.kr/1ud55 ).
지난 2007년~2008년 시기 윤 전 총장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2005년 5월~2007년 2월), 대검 검찰연구관(2007년 2월~2008년 3월), BBK 정호영 특검 파견검사(2008년 1월~2월), 대전지검 논산지청장(2008년 3월~2009년 1월)을 지냈다.
조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11일 대검 별관 4층에서 열린 윤 전 총장과 김 대표의 결혼식에 축하 화환도 보내고, 하객으로 직접 참석했다. 당시 주례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었다. 정 전 총장은 앞서 지난 2011년 12월 6일 삼부토건과 법률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법률자문계약은 사실상 형사사건 수임계약이었는데 착수금 5000만 원에 성공보수 1억 원이었다.
▲ 1980년대 전두환 당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 |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 어느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황우석 서울대 교수, 조남욱 전 삼부토건 회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 |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동해의 '황 사장'과 무정 스님, 그리고 윤석열 검사
특히 조 전 회장 관련자료에 '황 사장'이라고 적힌 인물이 수차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조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2월 28일과 2008년 10월 5일, 2012년 4월 15일과 5월 20일에 '황 사장'과 골프라운딩을 했다. 그 가운데 2005년 2월 28일에는 무정 스님, 2012년 5월 20일에는 장모 최씨를 동반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1년 8월 13일 무정 스님과는 오찬을, 윤 전 총장과 '황 사장'과는 만찬을 함께했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황 사장'은 강원도 태백 출신으로 현재 동해시에서 전기설비와 부동산 개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 전 회장의 핵심측근인 무정 스님과 아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황 사장'을 '황 회장'이라고 부르는 강원도 동해시의 한 인사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황 회장이 무정 스님을 제일 먼저 모셨다"라며 "무정 스님이 강원도에 오면 황 회장이 모시고 다녔다"라고 전했다. 그는 "전업사를 하던 황 회장이 무정 스님을 만나면서 사업이 확장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황 사장'과 윤 전 총장도 가까운 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황 회장과 윤 전 총장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며 "(윤 전 총장이) 강릉에서 검사를 할 때 황 회장, 무정 스님과 인연을 맺었고, 나중에 김건희 대표와 연결됐다"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윤 전 청장이 강릉지청에 있을 때 황 회장은 동해시 검찰 지도위원인가 선도위원(현 '법무부 법사랑위원회 위원'과 비슷한 직책임 - 기자주)인가로 활동했다"라며 "황 회장의 후배가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전에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 단톡방을 만들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춘천지검 강릉지청 검사로 근무했다. 강릉지청은 강릉시, 동해시, 삼척시 등 세 개의 시를 관할하고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5월 29일 강원 강릉시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오른쪽)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 연합뉴스=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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