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좀비처럼 된 노주현·하재숙·박은석, 누구의 책임인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7. 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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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이 만든 배우 수난사.. 좀비처럼 활용되는 배우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들은 죽어도 죽지 못하고 드라마 속을 떠돈다. 귀신이 되어 떠돌거나, 갑작스런 하차로 인한 충격의 토로가 드라마 속 잔상으로 남아 떠돈다. 죽을 수밖에 없는 폭탄 테러를 당하고 죽은 줄 알았는데, 레게머리에 얼굴 문신까지 한 채 형으로 등장했다가 논란이 일자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그 폭발 속에서도 되살아나기도 한다. 좀비 장르 드라마를 말하는 게 아니다. 최근 이른바 신 막장 트로이카로 불리게 된 Phoebe(임성한), 문영남,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이다.

Phoebe의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2>에서 시즌1에 사망한 신기림(노주현)은 죽어도 죽지 못한 채 귀신으로 떠도는 인물이다. 젊은 아내 김동미(김보연)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심장 발작으로 일으켰지만 이를 방치한 아내에 대한 원한이 남아 그의 주변을 떠돈다. 김동미가 남편의 아들인 신유신(이태곤)을 젊어서부터 새엄마가 아닌 남자로서 연모해왔고, 그래서 수면제를 먹인 후 침대에서 그를 쓰다듬을 때 귀신이 된 신기림은 아들의 몸에 겹쳐 눕는다. 섬뜩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신기림은 수영장에 나타나 거기 누워 있는 여성의 몸을 음흉하게 훑어보고, 심지어 팬티까지 벗은 채 수영을 하며 물속에서 여성들의 몸을 훔쳐보고 건드린다. 김동미에 대한 원한을 드러내는 신기림의 모습이야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이런 수영장 신은 자극을 위한 설정 신이 아닐 수 없다. 배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 장면을 연기하는 노주현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KBS <오케이 광자매>에서 연기하던 마리아라는 인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하차한 배우 하재숙은 그 후 SNS를 통해 그 아픈 심경을 드러내더니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리아라는 인물의 사망 설정에 2주 동안 울었다고 한다. 시청자들도 너무 갑작스런 하차에 황당함을 느꼈던 건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애초 중도 하차를 알고 드라마를 시작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걸 연기하는 배우가 느꼈을 갑작스런 하차의 허탈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재숙이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토로하면서 <오케이 광자매>에는 여전히 그의 존재가 떠도는 느낌이 만들어졌다. 물론 이건 마리아의 시어머니였던 지풍년(이상숙)이 아들과 재결합한 이광남(홍은희)을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며느리와 복덩이 엄마는 마리아라고 고집을 부리면서 생겨난 잔상이지만, 죽어도 여전히 떠도는 듯한 그 존재감은 갑작스런 하차에 큰 상처를 입은 하재숙이 드라마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그 심경을 여기저기 토로하게 된 데서 비롯된 일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SBS <펜트하우스3>는 죽어도 되살아나는 쌍둥이, 좀비 설정이 유독 많은데다 과장되고 개연성 없는 스토리로 인해 배우들이 특히 안쓰럽게 여겨지는 드라마다. 그 중 박은석은 로건 리로 등장해 첫 회 만에 폭탄이 터져 사망하더니, 금세 알렉스라는 로건 리의 형으로 재등장했다. 하지만 레게 파마와 얼굴 문신이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면서 슬그머니 사라졌고 대신 죽은 줄 알았던 로건 리의 부활로 되살아났다.

온 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그 엄청난 폭발과 화염 속에서 살아남은 로건 리는 무슨 이유에선지 천서진(김소연)이 하윤철(윤종훈)을 시켜 되살려냈다. 물론 개연성 자체를 기대하지 않게 된 드라마지만, 이런 납득되지 않는 상황과 설정 속에서 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들은 어떨까. 배우들은 그래서 아예 과장 연기를 선택하고 있다. 김소연이 연기하는 천서진을 보면 리얼하다기보다는 의도적인 '발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야 이 드라마가 하나의 허구적 게임에 불과하다는 걸 연기를 통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장드라마에서 인물은 너무 쉽게 죽는다. 신혼여행을 떠난 날 목욕탕에서 갑자기 죽고, 아내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심장마비로 죽으며 갑작스런 폭탄 테러로 사망한다. 하지만 이들 배우들은 인물이 죽어도 촬영장을 떠나지 못한다. 원혼이 되어 떠돌다 작가의 악취미에 이상한 연기를 해야 하고, 납득 안가는 하차 때문에 갖게 된 아픔을 토로하는 것으로 드라마 속에 맥거핀처럼 그 존재가 떠돈다. 물론 죽었다 되살아나 반격하는 좀비 같은 인물로 돌아오기도 한다.

대본이 그래서 그런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할지 모르지만 배우들도 그 역할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공조한 면이 없지 않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대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배우들은 몰랐을 게다. 갑작스레 엉뚱하고 황당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대본 속에서 배우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따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것조차 '영광'이라 말하는 배우들이 존재하지만, 이런 작품들의 공감 안가는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그들의 배우 인생에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 지는 조금 지나봐야 알게 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죽어도 죽지 못하는 배우들을 마주하게 된 이상한 드라마들을 보고 있는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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