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화 "재벌가 역할 즐겨..분노조절장애 연기라 보약부터 복용" [N인터뷰]①

'마인' 한희진 역

김혜화/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최근 종영한 tvN 주말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연출 이나정 오승열 김형준)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이는 단연 배우 김혜화였다. '마인'은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10.5%(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 가구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호평 속에 종영했다.

주인공 서희수(이보영 분)와 정서현(김서형 분)의 진정한 '마인'을 찾아가는 여성 서사 속에 김혜화 역시도 효원가의 딸 한진희 역으로 방송 첫 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크림빵 갑질신에서는 보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살 만큼 리얼한 연기로 분노를 자아냈지만, 후반부 갈수록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재벌가 딸의 모습으로 연민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김혜화는 올해 데뷔 16년 차에 '마인'을 통해 주목받게 된 소감에 대해 "내가 걸어온 길이 잘 맞는 방향이었구나' 했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그는 지난 2005년 영화 '공공의 적2'로 데뷔해 무대에서 활동해오다 올해 1월 종영한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을 통해 본격적으로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렸다. "하늘은 노력한 자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그 하나로 정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는 말로 그간 준비된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을 짐작하게 했다. '마인'으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가 된 김혜화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혜화/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마인' 종영 소감은.

▶정말 훌륭한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감독님 작가님, 마음 따뜻하신 스태프들, 그리고 기라성 같은 선배님, 멋진 동료분들과 호흡 맞출 수 있었던 것이 너무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주신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그 영광스러웠던 드라마를 떠나 보내게 돼서 아쉽다.

-주변 반응은 어떻게 실감했나.

▶밖에서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실물 보신 분들은 "'마인 잘 보고 있다"고 해주시거나 "실제로 보니까 예쁘다"고 해주시더라.(웃음) 넷플릭스 덕분인지 SNS를 통해 많은 국가의 드라마 팬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게 놀라웠다. 기억나는 반응은 "미운 캐릭터인데 왜 밉지 않을까"라거나 "효원가 귀염둥이 왜 안 나오냐"거나 "분량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다.

-'마인' 출연 계기가 궁금하다.

▶전작 '날아라 개천용'이 2회가 방영됐을 때 캐스팅 디렉터 분 통해서 감독님께서 미팅을 하고 싶어하신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오디션을 두 번 봤다. '날아라 개천용'에서는 전혀 화려한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의외로 그 캐릭터의 느낌 보다는 키가 큰 점을 봐주신 것 같다. 제 큰 키 덕에 '마인'의 한진희를 떠올리신 것 같더라. '날아라 개천용'과 '마인'에서의 모습이 전혀 다른데도 한진희를 떠올려주셨다는 점에서 '촉이 너무 좋으시다'고 생각했다.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땠나.

▶너무 놀라웠다. 그동안 배우 생활을 해오면서 그런 솔깃할 만한 얘기들을 몇번 듣긴했지만 그때마다 성사가 된 게 아니어서 먼저 들뜨지 말아야지 했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캐스팅 디렉터분께서 연락을 주셨을 때 '이번엔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한편으로 기대가 많이 됐다.

-한진희 캐릭터가 본인과 잘 맞을 것 같았나.

▶그럴 거라는 직감이 있었다. 이 드라마상에서 코믹적인 부분을 조금은 담당했어야 했는데 저도 유머를 좋아하고 코믹 연기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격적인 부분도 그렇다. 평소에 한진희처럼 포악한 건 아니지만 과한 감정의 폭발과 재벌가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전문성이나 카리스마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영어 연기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이 캐릭터를 제안해주셨지' 할 정도로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도 많이 됐다. 하지만 시청자 분들이 밉게 보시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캐릭터의 입체적인 순간 순간과 그 인물이 가진 상황과 결핍, 고민을 보여주려 노력을 많이 했다.

김혜화/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한진희가 미움을 받지 않은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꼼수를 부린다거나 음흉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고 어린 아이처럼 속내를 다 드러내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봐주시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한진희의 화려한 겉모습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텐데.

▶한진희의 겉모습에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고 감독님이 원하시는 바가 있었다. 톡톡 튀는 매력을 위해 머리를 볶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비싸보이는 옷, 희귀한 옷도 말씀주셨는데 점점 극의 흐름에 따라 헤어와 패션도 부드럽게 변화됐었다.

-외적인 모습 외에도 준비한 것들은 뭐가 있었나. 이전 작품과 달랐던 준비 과정은.

▶가장 많이 달랐던 점은 아무래도 의상이었다. 아무래도 재벌가고 부자라는 설정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기에 흥미롭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생각해서 그걸 조율하는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 다르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다혈질, 분노조절장애 캐릭터라 신체적으로 많이 힘들 수 있어서 보약을 먹었다.(웃음) 또 살집이 있어야 부티가 날 것 같아서 살을 찌우고 PT도 받았었다. 워낙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몰아찍게 되다 보니 목 관리를 위해 노력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며 흥미로웠던 것은.

▶캐릭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재밌게 찍었다. 평소에 해보지 못하는 것을 한다는 생각으로 재밌게 찍으려 했다. 할말도 내면에서 속으로 생각하고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래서 즐기면서 했다.

-크림빵 사건 장면을 찍을 때 참고한 것이 있나.

▶전혀 없었던 것 같다. 특별한 레퍼런스는 없었다. 다만 감독님께서 동선을 철저하게 구성하셨다. 어느 포인트에서 빵을 집고 페스추리를 들어야 하는지 카메라 워킹에 대한 디렉션을 주셨고 그 외에는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하셨다. 동선이 한 번 틀리면 크림빵을 다 치워야 하고 다른 이들의 옷에도 잘못 묻히면 안 돼서 최대한 NG 없이 가도록 노력했다. '순서 틀리면 어떡하지' '여기에 던져야 하는데 잘못 날아가면 어떡하지' 했었다.

-엠마 수녀가 팩트 폭격하는 장면에서 울었다. 눈물의 의미는.

▶진희가 그때 울면서 이렇게 말을 한다. '여태 살면서 누군가 저를 혼내준 적이 없었다' '혼나고 싶었나봐요' '저 좀 혼내주세요'라고 말한다. 관종으로서 관심 받고 싶고 다른 애들처럼 혼도 나고 싶었던 애정결핍이 있었던 캐릭터였다. 그런데 엠바 수녀가 진심으로 확 박히는 말을 해준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충격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다.

김혜화/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재스민(NS윤지 분)과의 난투극 장면도 화제였다.

▶난투극 장면은 정말 분장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 재스민의 머리를 한번 잡을 때마다 손톱이 떨어져서 분장팀이 고생한 기억이 있다.

-재스민과 다투는 장면에서 영어 실력이 화제였다.

▶영어는 30년동안 공부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교육을 열심히 받았다. 영어를 제 나이 또래 비해 일찍 시작한 것 같기도 하다. 어머니께서 선생님을 붙여주셔서 흥미를 갖고 지금까지 꾸준히 공부해올 수 있었다. 어학연수를 다녀왔었고 꿈이 어학과 관련한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외국인 선생님 구한다고 전단지도 붙이는 등 정말 언어에 적극적이었었다. 불어는 대학 졸업하고 언니(김재화)와 프랑스의 아비뇽 축제에 가서 배웠다. 5개월 정도 프랑스에 머물면서 공연을 준비했었는데 불어 어학 공부를 했었다.

-배우가 된 후에도 언어를 열심히 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정도였는데 이젠 할리우드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지낸 사람들과 일을 하고 싶다. 언어도 끊임없이 안 쓰면 까먹으니까 좋아하는 부분에 있어서 부지런하게 되더라.

-백미경 작가의 필력에 놀란 적도 있었나.

▶(필력을) 너무나 실감했다. '어떻게 이런 대사를 쓰실 수 있지? 정말 기발하시다' 했다. 그 속에 현실이 반영돼 있고, 짧은 문장에서도 철학이 느껴져서 놀랐다. 매 대본마다 생각지 못한 일이 계속 터져서 너무 흥미진진했다. 진희 대본을 받을 때마다 깜짝 놀랐다.

-연기를 하며 가장 많은 시너지를 느꼈던 배우는.

▶모든 배우들과의 만남이 제일 좋았다. 김서형 선배님과 저는 붙는 신은 짧다. 몇 초 안 되는 대사인데도 선배님이 정말 잠깐 제게 걱정 내비치는 대사를 하시는데 온몸으로 전달이 됐다. 그게 너무 위로가 됐었다. 케미라 해야 할까. 선배님과 주고받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 박원숙 선생님은 리딩 때부터 감격스러웠다. 선생님과의 연기가 제일 기대되고 긴장됐다. 선생님이 딸처럼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에 대해 신경 써주셨고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처음에는 어려웠던 마음이었다가 나중엔 엄마처럼 느껴졌다. 제가 낯가림이 심해서 많이 다가가진 못하지만 딸처럼 다가가려는 노력을 했다. 이보영 선배님 같은 경우는 평소에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이시다. 활발하시다가도 촬영 들어가면 다른 분이 되신다. 자연스럽게 그 인물이 되는 걸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