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상진 "WUDC 동북아 최초 韓 개최 영광..코로나19 시국 아쉬움도"

박세연 2021. 7.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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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진. 제공|블리스엔터테인먼트
방송인 오상진(41)은 요즘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tvN '프리한 닥터' 등 고정 출연 중인 방송 스케줄과 아빠로서 세 살 난 딸의 육아 등 일상 외에도 동북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된 '세계대학생토론대회'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제41회 세계대학생토론대회(World Universities Debating Championships, WUDC)'는 세계 각 대학교에서 모인 수천 명의 토론자가 참가해 영국 의회식 토론을 하는 국제적인 디베이트 대회로, 매년 하버드, 옥스퍼드, 캠브릿지 등 세계 유수 대학이 참가하는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토론 행사다.

오상진이 의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디스커버코리아 산하 단체 디베이트코리아는 이번 토론대회 유치를 위해 3년간 각고의 노력을 거듭, 2019년 12월 열린 WUDC 총회에서 만장일치(88-0)로 한국 유치를 확정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은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 점에서, 유치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인 오상진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 치러지고 있는 국제 대학생 영어토론 대회로는 가장 오래 된 행사에요. 그만큼 권위 있고, 역사가 있는 대회죠. 그런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서 3년 전부터 공을 들였어요. 2년 전 연말에 태국 대회에 가서 직접 유치권을 따고, 개최가 결정되어 정말 기뻤고 많은 기대를 하며 준비했는데,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비대면으로 치르게 되어 안타깝기는 합니다."

오상진. 제공|블리스엔터테인먼트
그도 그럴것이, 불꽃 튀는 토론의 현장이 오프라인 아닌 온라인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 종전 치러졌던 행사 규모에 비춰봤을 때 유치 당시엔 3000 여 명 이상의 외국 대학생들이 국내 입국해 치르게 될 것으로 전망했으니, 이번 행사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오상진은 "국내 입국 가능한 학생들 100명 내외는 현장에서 치르고, 그 외에는 화상 시스템이나 채팅 어플을 통해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현장에 가보면 미적지근한 토론이 아니라 거의 격론이 오고가거든요. 리액션도 풍부하고, 그 속에 응원 문화도 존재하고요. 거의 자유분방한 토론 배틀에 가까운 형태인데, 현장에서 주고받는 분위기를 보여드릴 수 없어 아쉽습니다."

아쉬움과 우려 속 7일 개막한 이번 세계대학생토론회는 오는 13일까지 일주일간 킨텍스 제2전시장 6홀에서 이어지며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행사 주최·주관사인 디베이트코리아가 토론 강국이자 IT 강국인 한국의 자존심을 걸고 철저히 준비한 것이 빛을 발하고 있다.

MBC 소속 아나운서로 활동하다 2013년 프리랜서 선언 후, 교양 장르를 넘어 예능, 연기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능 방송인' 오상진이 대학생 토론대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4년 전. 현 디베이트코리아 사무총장 윤석호 씨의 제안을 통해서였다.

"처음엔 저도 부담을 가졌죠. 제 영어 실력이 토론을 할 정도로 훌륭하지도 않고, 잘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문이 있었는데, 토론대회를 한 번 참관한 뒤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대학생들이 이런 토론을 하며 문화 대 문화로 부딪치고 교류하는 모습에서 큰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도 취업이 힘들고 하다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울 기회를 갖기 어려운데, 이건(토론) 분명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영어 토론이라는 점에서 국내 많은 대학생들이 실제 이 무대까지 오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국제적 시각과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 도전해본다면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오상진. 제공|블리스엔터테인먼트
그는 토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자녀 교육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토론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은 아직도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있다 보니 토론의 장을 열어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은데, 외국 친구들은 본인의 논리가 확고하고 뚜렷하죠. 논박이 오가는 과정에서 정반합을 몸으로 배워가는 거죠. 제 생각엔, 출산률 저하로 학생수가 급감하고 있는데, 아이를 많이 낳게 하는 것도 좋지만 교육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훨씬 더 심화된 사람으로 키우낼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딸도 영어에 재능이 있고 관심이 있다면, 꼭 접하게 해주고 싶어요."

오상진은 20대를 먼저 경험한 '인생선배'로서 대학생들이 이같은 영어 토론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을 제언하기도 했다.

"사실 저는 학생들이 토론하는 걸 보면, '어휴 나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죠. 내가 젊을 때 이런 게 활성화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어린 친구들이 격론을 벌이며 치열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술로 세월을 보내던 시간이 후회가 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가능하면 많은 학생들이 경험해보고 느끼면 좋겠어요."

끝으로 오상진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어린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있는 대회를 거쳐 외국 대회에서도 우승하게 하는 게 목표"라면서 "현재 세계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언젠가 외국 학생들이 한국어로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포부를 비치기도 했다.

한편 세계대학생토론대회는 하버드, 예일, 코넬 등 세계 유수의 대학을 포함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국내 유수 대학들이 참가해왔다. 제이크 설리번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 샐리 루니 작가 등 많은 저명한 인사가 거쳐간 이 행사는 세계 정세와 문화, 종교, 철학,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두고 토론하며 전세계 대학생들이 미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발판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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