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월세 지원받은 청년, "111만원 벌고, 5.9평에 산다"읽음

류인하 기자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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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에 사는 강모씨(35)는 다세대 연립주택 1층에 산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48만원인 집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낡았다. 환기가 되지 않아 집안에서는 늘 눅눅한 냄새가 난다. 강씨는 “강남에 이렇게 싼 집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집 건너편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다. 그곳에서 밤새 밝히는 조명은 강씨의 수면을 방해하기 일쑤다. 지난해 서울시 청년월세 지원금을 받은 그는 월세를 아낀 돈으로 암막커튼을 달고 화장실 바닥 타일을 깔았다. 온라인구매대행 업체에 근무 중인 강씨가 받는 월급은 200만원 남짓이다. 그의 꿈은 월급 300만원이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회사로 이직하는 것이다.

고단한 청년들의 삶은 7일 서울시가 올 상반기 ‘청년월세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된 청년 5000명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도 그대로 드러나있다. 서울시 청년월세 지원을 받은 청년 10명 중 7명이 단독·다가구 다세대 주택에 세들어 살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소득은 111만2000원에 불과했으며 임차면적은 19.7㎡(5.9평)였다. 평균 임차보증금은 828만9000원으로 월세는 39만원을 내고 있었다. 월세지원을 받는 청년 10명 중 8명(86.3%)이 보증금 1000만원 이하의 집에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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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월세는 월세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서울시가 10개월간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올 상반기에 월세지원을 받은 청년은 20대 후반(25~29세)이 44.6%로 가장 많았다. 20대는 전체의 76.8%를 차지했다. 직업군은 사무직이 24.9%로 가장 많았으며 무직 22.3%, 학생 19.5%, 미용사, 판매원, 배달원 등 판매영업사원 15.1% 순이었다. 예술인이나 종교인, 사회활동가 등 전문자유직도 12.9%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최종선정자를 포함한 전체 지원자 3만5679명에 대한 현황 분석 결과도 내놨다. 지원자들은 지난해와 유사하게 7개 자치구에 집중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악구에서 6683명(18.7%)이 신청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은 지원자가 나왔다. 관악구는 신림동 고시촌 등 전통적으로 청년 1인가구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어 광진구 2431명(6.8%), 동작구 2315명(6.5%), 마포구 2089명(5.9%), 강서구 1953명(5.5%), 성북구 1886명(5.3%), 동대문구 1741명(4.9%) 순으로 신청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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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에 응답한 1만5918명의 거주현황을 살펴보면 청년 1인가구 10명 중 8명이 서울 외 지역에 살다 서울로 와 1인가구로 독립한 것(79%)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1인가구로 거주하기 시작하는 시기는 평균 23.9세였다. 청년들이 1인가구로 독립해 정착하는 데는 월세 등 경제적 이유(49.5%)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학교 및 직장과의 거리가 가까워 현 거주지를 택한 경우도 36.8%를 차지했다.

월세가 저렴할수록 주택가 거주상태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응답자 중 32.3%는 ‘주거공간의 규모’에 가장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음상태(31.8%), 환기위생상태(15.2%), 채광상태(14.1%), 방범상태(4.5%) 등에도 불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5000명 모집에 이어 하반기 청년월세 지원자 2만2000명을 추가 선정한다고 이날 밝혔다. 상반기 모집에서 선정인원보다 7배 밚은 3만6000여 명이 몰린 데 따른 조치다. 하반기 신청접수는 다음달 10~19일 서울주거포털을 통해 받는다. 서울시는 “하반기에는 대상자를 대폭 늘려 정책수요 적체를 해소하고,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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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청년월세 지원을 받은 청년 17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8.6%가 월세지원을 통해 주거비 부담이 완화됐다고 답했다. 68.4%는 생활 전반에 여유를 갖게 됐다고 했다. 또 32.2%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됐으며, 식생활 및 생활 전반적인 면에서 개선을 경험한 청년도 26.9%를 차지했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서울시가 청년들의 주거 안정과 주거비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청년 주거실태 분석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주거정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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