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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골 사랑방
 토정골 사랑방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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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안 받는데 왜 이렇게 친절해요?"

"그렇게 운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혼자 있지 말고 토정골사랑방에 가 있어."


'토정골'은 옛날에 진흙물이 많이 나오는 마을이라고 해서 토정(土井), 우물골이라고 불렸다. 2018년 11월 공감워크숍에서 공간 이름 응모를 통해 '토정골사랑방'이라고 공간 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서두에 밝힌 건 토정골사랑방을 이용하는 동네 이웃들의 생생한 반응이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마을활력소, 주민들이 서로 마음 놓고 소통하는 토정골사랑방은 어떤 곳일까?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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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고민하는 토정골사랑방

지난 6월 18일에 방문했을 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 수칙을 지키며 은평우리동네 배움터 '마인드맵으로 마을 의제 찾기-손으로 그리는 마인드맵'에 참여한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토정골사랑방 운영위원과 총무를 맡고 있는 이호용 강사는 "마인드맵은 한 번 그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면서 내가 추천하고 싶은 장소, 시간대, 사람 등 추억이 깃든 공간과 사람들은 개인의 역사가 됩니다. 나의 개인적인 성향 찾기로 출발하다 보면 마을 의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마을공동체의 구성 요소가 됩니다"라는 말로 마인드맵 3회 차를 진행했다. 관이 주도하는 탁상행정식의 마을 의제가 아니라 실제로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들 입장에서 보는 의제 발굴은 자발적인 주민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여의도공원까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데 불광천 홍보를 문화비축기지와 월드컵평화공원처럼 보다 넓게 홍보하면 어떨까? 은평구 따릉이 대여소는 이용자에 비해 너무 적다. 주말에는 따릉이 대여소를 더 늘려야 한다. 북한산이 서울을 대표한다면 은평구는 봉산이 대표 산이다. 봉산 시작점에서 끝까지 걸어보았는가? 은평구 지역 거점에서 봉산길 코스를 걸을 수 있도록 자세히 알려 주면 좋겠다" 등 주민들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붓물 터진 듯 이야기가 이어진다. "불광천은 응암역 입구에서 시작된다. 만화도서관, 에너지재생센터 등 은평구 주민들의 세금으로 뚝딱뚝딱 지었다가 순식간에 없어지거나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불광천 시설 공사는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여 주민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좋겠다. 일상생활을 할 때 도로 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행자도로가 너무 비좁은데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

일상에서 만나는 동네 이야기는 "증산종합시장은 노후화되어 개선 작업을 진행했지만 별 효과가 없다. 전통시장을 없애는 게 아닌 요즘 분위기에 맞춰 지역화폐와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은평구는 불광천을 따라 지하철 6호선이 개통되어 있다. 역마다 독특한 이야기와 색깔을 덧입히면 어떨까? 주민들은 은평구가 살기 좋은 동네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외부에는 존재감이 덜 하다. 걷기 좋은 불광천과 연계하여 지하철역마다 변화를 꾀한다면 더 돋보이고 부각이 될 것이다" 등등 다양한 생각과 깨알 같은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김은희 주민은 "토정골사랑방은 마을여행 큐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제가 마인드맵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돼요. 내 생각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는 게 매력적이고 포도송이처럼 확장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신경숙 주민은 "마인드맵을 많이 쓰지 않지만 주민들과 함께하다 보니 아주 즐거워요. 마을 의제는 우리 주변에 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공감하고 그 의견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겨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다"며 이웃과 만나는 즐거움을 전한다. 

이호용 총무는 "마인드맵은 결과물로만 보면 안 되고 참여자들의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해요. 흔히 공론장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의견에 머무르기 쉽지만 실생활 속에서 어우러지는 마인드맵은 출력해서 벽에 붙여 두고 낙서하듯이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 두세요. 마을 의제는 거창한 게 아니고 이렇게 소소하고 작은 내 생각들이 모여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마인드맵을 정리해 가다 보면 창의적인 마을 의제도 나올 수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지난 5월에는 기후 위기 대응, 자원 재활용 실천 워크숍을 진행했고 7월부터 10월까지 신나는 보드게임, 함께 만드는 은평 청소년 뉴스룸, 신비한 우주와 천문관측,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관심 있는 주민들은 참여하길 바란다. 
 
함께 고민하는 마을
 함께 고민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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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숨 쉬는 토정골사랑방

2년째 대표를 맡고 있는 이형자 대표는 "어느 장소에 가서 토정골사랑방 대표라고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토정꿀을 사야 하는데 대표님에게 부탁하면 되겠다고 말하는 분 덕분에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어요. 토정골사랑방은 '토정골 사랑방'이 아닌 통으로 붙여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019년부터 3년 동안 공간에 필요한 지원비는 받지만 그 외 자잘한 지출은 여러 주민들의 자원봉사와 후원을 통해 이어가고 있어요. 내년부터는 어떻게 할지 좀 걱정"이라며 공간 운영에 따른 어려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요구로 관에 의해 만들어진 토정골사랑방이지만 공간을 이용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언제나 주민이었다. 옥상 텃밭 화분에는 방울토마토, 오이, 작두콩, 상추, 가지, 고추, 딸기, 머위대, 호박 등등 다양한 채소가 쑥쑥 자라고 있다. 비좁은 도시에 살면서 먹거리를 내 손으로 자급자족하는 작은 즐거움을 맛보는 터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이호용 총무는 "우리은평배움터는 배움터로만 운영될 수 있는 아쉬움이 있지만 토정골사랑방은 세대별로 쉼을 할 수 있는 공간,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공론장으로서 소통의 공간, 주민자치 프로그램이나 평생 학습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면 좋겠어요. 토정골사랑방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가 아닌 주민들 스스로 무엇이든 도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는 취지를 잊지 않고 주민들이 마음 놓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세대별 경계가 없는 이웃 간의 소통과 배움이 넘쳐나는 곳, 역촌동 마을활력소 토정골사랑방은 언제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으리라 믿는다. 은평구 주민으로서 공간이 필요하거나 쉼이 필요할 때, 또는 관계 맺기가 필요할 때 망설이지 말고 토정골사랑방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풀뿌리 지역언론 연대체 바른지역언론연대입니다.
태그:#토정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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