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우 "되찾은 '연하남' 수식어, 참 고마워"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1. 6. 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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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지현우, 사진제공|명필름


배우 지현우가 ‘연하남’으로 돌아온다. 이번엔 파격이다. 영화 ‘빛나는 순간’(감독 소준문)에서 고두심과 33살을 뛰어넘은 로맨스를 펼친다.

“전역한 뒤 후배들과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제 ‘연하남’ 캐릭터는 연기할 수 없는 나이가 됐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이쿠! 이렇게 한참 ‘연하남’이 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 예전 ‘올드미스 다이어리’ 할 땐 신인이고 어려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돌이켜보면 참 고마운 시절이었어요.”

지현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작품에 관한 이모저모와 고두심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나아가 연기 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진심도 내비쳤다.

영화 ‘빛나는 순간’ 속 고두심과 지현우.


■“고두심, 얼굴에서 소녀가 보였다”

고두심과 나이 차이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고두심 선배 자체가 인상을 쓰거나 화를 내질 않아요. 경험이 워낙 많으니 후배가 선배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한다는 걸 잘 알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항상 열어두세요. 친구처럼 얘기해도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니’라고 말하지 않아서, 참 편하게 해줬죠.”

멜로 분위기로 이어지기 위해서 그는 여러 감정선을 지켜가려고 했다. 그 마음을 연구하는 데엔 실제 제주 해녀들과 어울린 경험이 도움이 됐다.


“‘해녀’라고 하면 억척스러고 센 이미지가 있지만, 얘기하다보니 어릴 적 할머니처럼 편안하더라고요. 또 순수하기도 했고요. 자식들은 ‘엄마’에게서 그런 면을 잘 못 보지만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인데, 그런 면을 바라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함께 연기한 고두심 선배의 얼굴에서도 소녀가 보였고요. 뭉클했어요.”

배우로서 고두심에 존경심이 든 순간도 있었다.

“인터뷰 장면에서 고두심 선배가 제주 4.3 항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건 사실 대본에 없었던 대사였어요. 연기하는 걸 지켜보는데 제가 모르는 대사가 나와서 ‘뭐지?’ 싶었어요. 알고보니 선배가 직접 준비해왔더라고요. 끝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 정도 경지에 오르려면 어떡해야 할까’ 궁금해질 만큼이요.”


■“데뷔 18년차, 배려할 줄 아는 여유 생겼으면”

그에게 가장 빛났던 순간을 물었다.

“배우로선 ‘올드미스 다이어리’로 큰 사랑을 받았던 21살 때가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팬들이 많이 생기고 뮤지컬을 해도 매진이 되니 그땐 ‘왜 날 좋아하는 거야?’란 생각만 했는데요. 시간이 한참 지나보니 ‘다시 그들을 만나서 제대로 인사하고 싶다’고 느껴요. 그리고 최근에 ‘빛났던 순간’은 이번 작품을 찍을 때였어요. 제주도에서 연예인 아닌 사람으로 대해주는 게 정말 좋았어요. 힐링했다고나 할까요.”

눈 떠보니 데뷔 18년차가 됐다고 웃었다.

“회사로 치자면 과장 정도 된 거잖아요? 중간에 끼어서 힘든 것 같아요. 고민이 많은 시기죠. 후배들 얘기도 듣고 선배들을 바라보면서 저를 돌아보는데 ‘내가 너무 열심히만 하려는 게 아닐까. 이게 오히려 안 좋은 게 아닐까’ 고민하고 있어요. 친한 김무열과 가끔 이런 얘길 하긴 하는데 ‘그래서 재밌는 것 아냐? 정답이 없잖아’라는 결론이 나곤 하죠.”


서른여덟살, 이제 곧 40대를 앞뒀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니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고두심 선배에게 그런 질문을 많이 했어요. 요즘 두렵고 불안한데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불안감이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선배가 웃으면서 ‘난 지금도 그래. 어쩔 수 없는 거야. 다들 비슷한데 아닌 척 하는 거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위안이 됐어요. 40대엔 불안감을 조금 줄이고 즐기면서 일하자는 목표도 세웠죠.”

그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밴드 사거리 그오빠를 결성했다고.

“이젠 친구들도 모두 장가가서 전화할 곳도 없고 불안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밴드를 시작했어요. ‘배우 아닌 일상의 나,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뭘 해야할까’ 생각하다가 제가 전에 해오던 음악을 계속 하자고 생각했죠. 덕분에 ‘인간 지현우’를 찾을 수 있었어요.”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또 다시 찾아올 ‘빛나는 순간’을 기다린단다.

“고두심 선배를 보면서 사람을 배려하고 챙길 줄 아는 여유가 제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인간적으론 따뜻한 사람이 됐으면 해요. 제 것도 열심히 하면서 생색내지 않고 어린 후배들까지 챙기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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