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수식어를 만드는 힘 [인터뷰]

현혜선 기자 2021. 6. 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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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6 김서형 / 사진=kth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김서형에게는 '센 캐릭터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강렬한 연기와 카리스마, 특유의 쿨함이 어우러진 덕이다. 그런데 그 안에는 또 부드러움과 밝음이 공존한다. 김서형이 구축한 그만의 '센 캐릭터'다. 이제는 이런 수식어가 숙명처럼 느껴진다는 김서형의 이야기다.

김서형은 영화 '여고괴담4-목소리' '검은 집' '악녀', 드라마 '아내의 유혹' '기황후' '굿 와이프' 'SKY 캐슬' '아무도 모른다' '마인' 등에 출연하며 대한민국을 대표 '센 캐릭터 전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김서형이 또 한 번의 센 캐릭터로 관객과 만났다. 영화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감독 이미영·제작 씨네2000, 이하 '여고괴담6')를 통해서다. '여고괴담6'는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가 학교 내 문제아 하영(김현수)을 만나 오랜 시간 비밀처럼 감춰진 장소를 발견하고, 잃어버렸던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김서형은 "'여고괴담6'는 2년 전에 찍었던 영화다. 'SKY 캐슬'을 끝내고 바로 선택한 작품이다. 'SKY 캐슬'이 끝났을 때 헛헛함이 컸다. 뭔가를 다 끄집어 내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여고괴담6'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바로 선택할 수 있었다. 쉼 없이 끌고 가야 되는 역할에 매료됐던 것 같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전했다.

김서형은 '여고괴담4'에 이어 '여고괴담6'에 출연하게 됐다. 시리즈물에 재차 출연해 남다른 의미를 가질 터. 특히 이번에는 주연 발탁이다. 그는 "캐스팅 제의를 받을지 몰랐다. 시리즈에 연달아 출연한다는 건 부담이 되더라. 사실 내가 공포 영화를 잘 못 봐서 '여고괴담' 시리즈의 전체적인 흐름은 몰랐다. 그래도 '여고괴담'이 매 시즌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냐. 그나마 부담은 덜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리즈에 연달아 출연한 자부심보다는 '여고괴담6'가 다시 돌아왔다는 데 의미를 크게 뒀다. 돌아가신 이춘연 대표님에게 '여고괴담6'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10편까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냐. 그게 꾸준히 남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여고괴담6 김서형 / 사진=kth 제공


이렇게 '여고괴담'과 다시 만난 김서형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했다고 밝혔다. 은희는 과거의 기억을 잃고 모교로 돌아온 인물이다. 작품은 은희가 실제 기억을 잃었는지, 자신의 기억을 왜곡한 건지 묘호하게 묘사한다. 이에 대해 김서형은 "과거 은희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헷갈렸다. 트라우마를 겪는 입장에서 존재를 부인하고 싶은 건지, 피해자로서 피하고 싶은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도 나는 시나리오를 보고 감정선을 빨리 이해한 편이다. 은희가 기억을 잃었는지 안 잃었는지 헷갈릴 수 있는데, 아마 편집 과정에서 일부분이 빠지다 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서형은 "전에 했던 모든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서 감정선을 하나도 놓지 않고 어렵지 않게 왔던 기억밖에 없다. 정말 속 시원하게 몸의 털 끝 하나까지 내던지고 왔던 작품이다. 이후에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와 '마인'을 찍게 됐는데,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는 걸 느꼈다. '여고괴담6'가 그런 달라짐의 한 부분이 됐다"고 전했다.

캐릭터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촬영도 힘들었다고. 김서형은 "야외에서 쓰러지는 장면을 찍었던 게 힘들었다. 매트를 깔아놓기는 했지만, 머리가 많이 아팠다. 몸싸움 장면도 꽤 많이 찍었는데,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뇌진탕까지 왔다. 몸싸움 장면이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감정과 체력 모두 극한으로 몰고 간 촬영이었다. 김서형은 'SKY 캐슬', '악녀', '여고괴담6', 그리고 최근 방송된 '마인'까지 극한까지 가는 감정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정서적으로 지치지는 않았을까. 그는 "'SKY 캐슬' 전후로 은유적으로 보이는 역할을 많이 한 것 같다. 이런 작품을 하고 있으면 나도 벅찰 때가 있다. 그걸 받아들여야 하는 게 배우로서는 당연하지만, 김서형이라는 사람에게는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이제는 그게 무뎌진 것도 같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털어내야 하는 방법들을 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캐릭터를 주로 맡다 보니 김서형에게 일명 '센 캐릭터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김서형은 "센 캐릭터가 맞다. 난 이런 캐릭터를 대할 때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됐을까에 중점을 둔다. 그렇기에 제일 약한 사람이 제일 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수식어가 붙은 건 감사하다. 내가 노력하고 성실했던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다. 다만 계속 센 캐릭터를 맡더라도 조금씩 다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다"고 설명했다.

여고괴담6 김서형 / 사진=kth 제공


'센 캐릭터 전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많은 여성 팬을 거느리게 된 김서형이다. 그는 "캐릭터의 힘인 것 같다. 캐릭터의 서사, 대사, 감독님의 연출, 조명 등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면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게 아닐까. 또 그동안 성공한 커리어 우먼, 전문직 등의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래서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분들에게 선망의 모습을 비춘 것 같다. 좋은 작가님들이 써주시는 대사 한마디에 얹어 있는 쿨함도 잘 버무려졌다. 몇 개월 동안 멋진 사람으로 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서형은 당분간 '센 캐릭터'가 숙명이 될 거라고 전했다. 그는 "배우라는 이름 앞에는 뭐든 가릴 수 없지 않냐. 임팩트 있고, 한 번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 주로 들어온다. 그걸 잘 표현해야 되는 게 당분간의 숙명이다. 밀어내기보다는 받아들이려고 한다. 사실 센 캐릭터라고 해서 마냥 세지 않다. 결국 만드는 사람이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센 캐릭터에 이면에는 부드러움, 슬픔, 밝음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걸 잘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수식어가 붙기까지 꾸준히 활동한 김서형은 연기와 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작품을 하는 3~6개월 동안은 열심히 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다음 날부터 캐릭터가 아닌, 김서형이 바로 된다. 별다를 게 없이 생활한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보니, 할 수 있는 걸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또 생계를 해결해야 하니 더 쉼 없이 연기하는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끝으로 김서형은 관객들에게 "공포물이라고 생각하면 '큰 한 방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포의 맥락은 다양하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무거운 메시지도 있지만, 어찌 보면 이게 변하지 않는 이야기지 않냐. 천천히 대사 하나 하나 잘 들여다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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