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고괴담6' 김서형 "내게 연기는 책임감, 평생 하고 싶으니까요"

추승현 기자 2021. 6. 2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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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 / 사진=kth 제공
[서울경제]

“언젠가 제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할 때까지 노력하겠습니다.”

28년 차 배우 김서형의 다짐이다. 그는 드라마의 인기를 넘어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은 베테랑 배우이지만, 확신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큰 화제를 모은 ‘SKY캐슬’ 이후 차기작으로 ‘여고괴담’을 선택한 이유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다.

김서형은 17일 개봉한 영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 모교’(이하 ‘여고괴담6’)에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를 연기했다. 그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학교 내 문제아 하영(김현수)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앞에 나서는 은희의 복잡한 내면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은 감정과 체력을 모두 쏟아부으며 열연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감독님에게 ‘저렇게 힘든 역이었냐’고 반문했었어요. 촬영하는 동안 날씨도 더웠고,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촬영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 두 달 안에 다 찍어야 했거든요. 단기간 내에 최선을 다해 정신이 흐트러짐 없이 가야 했어요. 그런 것에 매진하다 보니 어려웠는데도 그런 기억이 없는 것 같았죠. 개봉 후에 ‘많이 힘들었겠다. 애썼다. 어떤 작품보다 몸으로 가장 힘들었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건 괜찮아요.”(웃음)

김서형이 ‘여고괴담6’을 촬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공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이다. 평소 공포물을 보지 못한다는 그는 촬영할 때도 두려움에 눈물을 보였다. 모든 것이 세트고 모형일지라도 무섭게 느껴졌다. 특히 학교 내 ‘고스트 스팟’이라고 불리는 화장실에 갇히는 신을 찍을 때는 한참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했다.

“감독님에게 ‘나는 무서운 거 정말 못 본다’고 했었어요. ‘여고괴담4’에 출연했을 때도 완성된 영화를 보고 엄청 소리를 질렀거든요. 이번에도 내용을 알면서 보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거더라고요. 그래도 앞으로 또 이런 서사와 캐릭터의 공포물이 들어온다면 고민하지 않고 할 거예요. 도전의 의미보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이니까, 공포물을 못 봐도 충분히 공포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서형 / 사진=kth 제공

다양한 캐릭터에 관심이 많은 김서형은 그간 강렬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SKY캐슬’ 김주영, ‘아무도 모른다’ 차영진 등 김서형이 최근에 연기한 인물들은 지적이고 냉철한, 소위 센 캐릭터다. 하지만 그는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고민보다, 오히려 더 좋은 수식어를 달고 전진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고착화되려고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어요. 제게 주어진 작품 안에서 선택을 하다 보니 센 캐릭터를 할 수밖에 없기도 했죠.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에요. 10년 전에도 고민한 부분이긴 한데, 지금은 고착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서형이 그리는 캐릭터들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사회에서 성공한 전문직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마니아층이 생기기도 했다. 김서형은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을 그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멋지다고 해주시니 쑥스럽기만 해요. 비결이라기보다 저도 주위에 그런 인물들이 없어서 스스로 그런 여성상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걸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캐릭터를 들여다보는 시청자들의 성향이 나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저도 제 손을 잡아줄 수 잇는 언니를 원했거든요. 그런 게 절실히 표현된 것 같아요.”

김서형 / 사진=kth 제공

대신 어렵고 센 캐릭터를 반복하다 보니 평상시에는 안에 있는 것들을 비우고 백지상태가 되려고 노력한다. 또 센 캐릭터를 맡게 될 수도 있으니 비슷한 스타일로 보이지 않게 대비책을 세워두는 것이다.

“‘SKY캐슬’ 김주영이든, ‘여고괴담6’의 은희든 다 지우고 다른 캐릭터를 위해 응축할 수 있는 걸 만들어 놓기 때문에, 다음 캐릭터에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많은 역할을 쌓아오다 보니 어떻게 하면 멋있고, 어떻게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지 조금 아는 것 같기도 해요. 그 정도의 스킬이 생겼어요.”

최근 김서형이 연기한 ‘마인’의 정서현은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센 이미지이긴 하지만 멜로가 섞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김서형에게도 숨이 트일 수 있는 계기였고, 보는 이들에게도 멜로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제가 쉽게 코미디나, 멜로 장르로 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전 현실을 직시하거든요. 그런 장르만 내내 기다릴 수 없어요. 생계는 유지해야 하는데 연기는 하고 싶어서, 센 캐릭터를 조금씩 다르게 비틀면서 멋있게 보여주는 쪽으로 돌파구를 찾은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멜로가 정말 중요했어요.”

“저에게 연기는 책임감이에요. 평생 배우를 하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생계를 위한 연기도 저를 책임감 있게 붙잡아 둡니다. 연기는 운명 같은 존재예요.”

김서형 / 사진=kt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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