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등록 사태…유학생 전년대비 43% 급감
“엄선된 교육 과정, 양질의 수업 기회로 삼아야”
지난 4월 말, 펜실베니아 주 정부 산하 고등교육 위원회(The Pennsylvania State System of Higher Education)는 주 내의 6개 대학에 대해 이 중 2개 대학 중심으로 구조적 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블룸스버그(Bloomsburg), 멘스필드(Mansfield), 록 헤이븐(Lock Haven) 대학이 하나로, 캘리포니아(California), 클라리온(Clarion) 그리고 에딘버러(Edinboro) 대학이 다른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뉴햄프셔 주립 대학시스템(The University System of New Hampshire (USNH))이라는 이름 하에 재편될 여섯 개의 학교 중 하나인 뉴햄프셔 주립대학(University of New Hampshire) (위)과 플리머스 주립 대학(Plymouth State University) (아래). 이 외에도 뉴햄프셔 법학대학(The University of New Hampshire School of Law), 뉴햄프셔 주립대학 멘체스터 분교(The University of New Hampshire at Manchester), 킨 주립대학(Keene State College), 그리고 그래니트 주립대학(Granite State College)이 USNH로 통합될 예정이다. ⓒ게티이미지
이렇게 되면 위 6개의 학교는 각각의 교명은 유지하지만 중심이 되는 2개 학교의 시스템에 맞춰 수업과 프로그램들을 축소⠂재편하고, 교수 및 교직원 등 인적 자원을 재분배하는 한편, 일부 수업을 전면 폐지하게 된다.
이들 주립대 6곳 외에 사립대도 통합 움직임이 포착됐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지(誌)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사립대인 세인트 조셉 (St. Joseph University) 대학과 유니버시티 오브 사이언스(University of Science)는 등록금과 수업료를 줄여야 한다는 압박 속에 지난 5월에 있었던 2021학년도 졸업식을 끝으로 두 학교의 통합을 위한 1년 간의 숙고와 회의 과정에 돌입했다.
미국 대학들의 통폐합 논의는 펜실베니아 주만의 일이 아니다. 1784년에 개교한 유서 깊은 동부 대학 중 하나인 메사추세츠 주의 베커대학(Becker College)이 지난 5월에 폐교를 결정한 데 이어, 뉴햄프셔 주의 주립대 6곳이 ‘뉴햄프셔 주립 대학시스템(The University System of New Hampshire (USNH))’ 이라는 이름 하에 재편될 예정이고, 델라웨어 주립대학(Delaware State University)과 웨슬리 대(Wesley College)가 각각 지난 2월과 5월 각각 통합을 논의한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誌)는 이와 같은 긴박한 동부 대학들의 통폐합 결정이 코로나 19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한다. 세계적인 인구 감소의 추세 속에 해마다 고등학교 졸업생과 대학 신입생의 등록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긴 했으나, 이미 졸업한 동문들과 대학 공동체 구성원들의 반대로 학정 운영 시스템 개혁을 모색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던 각 학교들이 예상치 못한 코로나 시국의 영향으로 상당한 재정적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팬데믹 이후 미국 내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고도 등록을 하지 않는 미등록 학생 수가 대거 늘어나고, 대학의 온라인 전면 강의가 주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권고되는 가운데, 재학생들의 휴학율과 자퇴율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CNBC와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미국 국립 학생 정보 연구 기관(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 Research Center)’은 지난 봄학기 등록한 미국 대학생 수는 전년도에 비해 3.5 퍼센트 줄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의 감소세에 비해 무려 7배나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게다가 국제학생 교육처(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의 통계에 의하면 이번 2020-2021학년도의 경우, 국제 학생 중 신입생 4만 명 이상이 입학을 정식으로 연기하고, 기존의 유학생들도 대거 휴학하는 등, 미국 내 유학생 수가 전년도에 비해 43 퍼센트 감소하는 전례없는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교육 기관에서 2021년 봄학기 학생수는 전년도에 비해 3.5 퍼센트 감소했는데 이는 작년 2020년 0.5 퍼센트의 7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 강의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이 확인되었고, 세계적 인구 감소 추세 또한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라 지금과 같은 학생 수의 감소가 앞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위스콘신의 로렌스 대학(Lawrence University) 캔 앤설먼트(Ken Anselment) 입학처장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다수의 미국 대학들은 지난 5월 졸업생들을 마지막으로 학교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 조정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임박한 위기감 속에 통폐합을 논의하고 있다고 포브스지는 분석했다.
대학들의 전면 통폐합 사안에 대해 각 학교의 졸업생과 교수 및 교육 관계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각 학교를 기반으로 발달한 대학 주변 시설 및 커뮤니티가 겪을 불편과 고통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록 헤이븐 대학의 1995년도 졸업생인 돈 슈렘(Dawn Schram)씨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誌)와의 인터뷰에서 “말이 좋아 통폐합이지 많은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 기회가 그대로 사라지는 것 아닌가. 이러한 결정은 단지 소속 학교들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주변 커뮤니티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윤에 쫓긴 당국의 결정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나 통폐합에 반대하는 이들조차도 급속한 입학생과 재학생의 감소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결단이든 내려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 학교의 통폐합이 결과적으로 대학 교육 자체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과 직장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계발로 이어지는 등 보다 엄선된 교육 기회와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일례로 올해 미국 내 대부분의 학부생들의 등록금이 동결되거나 인하되었고, 이는 지난 30년 동안 가장 낮은 금액이라고 마리스트 대학(Marist College)의 켄 라인하트(Kent Rinehart) 부총장은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지(誌)는 현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통폐합의 추세가 너무 부풀려졌던 대학 교육 재정과 예산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 이에 대해 교육도 역시 경제 법칙의 자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따라서 수요가 줄면 당연히 가격도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 박은영 글로벌 리포터 adelepark328@gmail.com
■ 필자 소개
미국 필라델피아 거주
인문학 박사과정
해당 뉴스가 마음에 드시나요?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