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투기·농지법 위반' 간 큰 경기도 공무원들

송창섭 기자 2021. 6. 15.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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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리시 전직 시장 비서실장들, 부인·친구 명의로 투기 의혹

(시사저널=송창섭 기자)

구리시 사노동은 조선 초 왕릉을 만들 때 공사를 위해 강원도 영월에서 올라온 노인 네 명(四老)이 이후에도 남아 네 개의 마을을 이뤘다는 데서 유래했다. 동편 왕숙천을 건너서부터는 남양주 다산신도시가 펼쳐진다. '두레물골'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 전체 면적의 60%는 그린벨트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도 바로 연결된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이 일대가 그린벨트에서 풀릴 경우 사노동의 개발 가치가 가장 크게 뛸 것으로 내다봤다.

사노동 일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4월 열린 구리시장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소속 백경현 후보가 당선되면서부터다. 백 시장은 취임 직후, 인접한 남양주시와 손잡고 구리시 사노동(21만9800㎡)과 남양주시 퇴계원면(7만2200㎡) 일대에 IT(정보기술)·제조업 사옥과 청년창업지원센터·스타트업 캠퍼스 등을 조성하는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 사업을 추진했다.

지역민들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부터다. 전아무개씨도 그중 하나였다. 현재 경기도 비상기획담당관실 산하 민방위팀장(5급)으로 근무 중인 전씨가 사노동 141-○○번지 등 2개 필지를 매입한 시점은 2018년 6월22일이다. 공교롭게도 전씨의 남편 김아무개씨는 백 시장 재임 당시 구리시 총무과 소속 팀장으로 근무했다.  

토지보상 후 '로또 단독‧근생주택지' 분양 가능

당시 전씨는 백 시장이 추진한 테크노밸리 사업지에 포함되지 않는 땅을 매입했다. 그의 땅 바로 앞부터 수용이 예정돼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경기도가 운영하는 '부동산 포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이 토지에 적용된 토지이용계획은 지난해 8월14일자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과 올 5월1일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전부다. 쉽게 말해 지난해 8월부터 토지 개발행위가 제한됐다는 것이다.

이번엔 전씨 땅 바로 앞 사노동 115-○번지 토지에 적용된 도시계획을 살펴보자. 이곳이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이 된 시점은 2017년 12월27일이다. 정리하면 3m 일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땅은 2017년 12월부터 일체의 개발행위가 제한된 반면, 전씨의 땅은 매입 당시 여기서 빠져 있었다. 지역주민들은 전씨가 소유한 바로 앞 지역이 2017년 말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묶인 이유를 테크노밸리 사업 때문이라고 본다. 면적이 995㎡인 전씨 땅 141-○번지의 2018년 개별공시지가는 ㎡당 43만6800원이다. 전체 면적으로 환산하면 4억3460만원이다. 이랬던 이 땅은 올해 공시지가 기준 ㎡당 54만7500만원으로 올랐다. 상승률로 환산하면 25%다.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면 1억1000만원가량 차익을 거둔 셈이다. 물론 실거래가는 이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테크노밸리 사업은 2018년 6·13 지방선거라는 변수도 비켜가는 듯 보였다.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안승남 후보 역시 테크노밸리 사업 추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전씨가 논란의 사노동 토지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시점은 안 시장 취임 전인 6월22일이다. 한 구리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임 시장이 테크노밸리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 걸 확인하고 투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시장은 7월1일 정식 취임했고, 남편 김씨는 시장 비서실장으로 발령 났다. 소유권 이전 등기가 난 시점은 보름가량 지난 7월16일이다. 안 시장이 경기도의원이던 시절 전 팀장도 경기도의회 담당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당초 계획대로 사노동 일대가 테크노밸리로 조성됐다면 전씨는 미수용 토지를 갖고 있어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2018년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진행된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에서 테크노밸리 사업성은 낮게 나왔다. 그 결과 2019년 말 테크노밸리 사업은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오는 2024년까지 구리·화성·의정부 등 수도권 3곳에 이커머스 물류단지를 조성키로 결정하면서 사노동 개발은 또다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개발면적이 확대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테크노밸리 사업 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전씨의 땅은 이커머스 물류단지 예정부지에 포함되게 생겼다. 구리시는 인창동에 위치한 농수산물시장도 여기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씨는 보유한 토지가 강제 수용되지만 몇 가지 혜택도 받게 된다. 현행 보상절차에 따르면, 1000㎡ 이상의 토지를 보유한 이에게는 택지 개발 후 단독주택지 내 협의양도인택지를 구매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수도권 단독주택용지는 청약 경쟁률만 수백 대 1로 나와 '로또 택지'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택지지구 조성 시 반드시 협의양도인택지를 조성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급된다면 분양받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공람·공고일 전에 거래한 1000㎡ 이상 토지 보유자는 모두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전씨는 현재 2개 필지(995㎡, 660㎡)를 보유하고 있어 토지 및 건물 보상 후 협의양도인택지를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두 전직 비서실장이 근무 중인 구리시청ⓒ시사저널 임준선
전씨 땅은 도로변 토지에 급하게 흙을 붓고 밭고랑을 만든 흔적이 보인다. 항공사진 및 로드뷰로 확인한 결과 진입로 일대 토지는 경작한 흔적이 없다.ⓒ시사저널 임준선

비서실장들 의혹에 안 시장 향한 비난 커져

전씨 남편인 김씨는 안승남 시장 취임 후 6급에서 5급으로 한 단계 승진하면서 현재 구리시 살림살이 전반을 다루는 총무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런데 전씨가 보유한 땅은 여러모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그린벨트 내 토지를 매입할 때는 농지취득자격증명원(농취증)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을 받기 위해선 관할 구청에 1년 중 120일 이상 경작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이 나온다. 현재 전씨 소유 땅에는 버섯 재배 목적의 창고 2개 동이 있는데 구글맵·카카오맵·네이버지도에 나온 로드뷰를 살펴보면 실제로 전체 토지를 경작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시사저널이 현장을 찾은 6월7일 진입로 앞 토지에는 이제 막 흙을 붓고 밭고랑을 낸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인근에서 밭농사를 하는 한 주민은 "시에서 벌금을 매긴다고 하니 서둘러서 흙을 붓고 밭고랑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사노동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농사를 짓겠다고 하고 농취증을 받아 땅을 산 뒤 실제로는 경작하지 않는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라고 설명했다. 사실이라면 농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사노동 토지 매입에 대해 전씨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정상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취득 경위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추후 경기도청과 전 팀장 휴대전화로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했지만 역시 답변하지 않았다.

구리시는 얼마 전까지 안승남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던 최아무개씨가 투기 목적으로 사노동 일대 토지를 차명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에 김아무개 총무과장까지 논란에 휩싸일 경우 안 시장의 두 전직 비서실장이 부동산 투기에 나선 사실이 확인되는 셈이다. 현재 구리시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안 시장 '주민소환'이 추진되고 있다. 구리시는 "김 총무과장의 농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행정안전부의 감사를 받았으며 현재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경찰 수사 및 경기도 감찰도 진행 중이다.  

최아무개 전 구리시장 비서실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땅. 왼쪽 토지는 미수용, 오른쪽 주택은 수용된다.ⓒ시사저널 임준선

 또 다른 비서실장의 수상한 행각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5월14일 오전 9시부터 6시간 동안 전격적으로 구리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 목적은 안승남 구리시장의 비서실장 최아무개씨의 부동산 투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이날 시청과 최씨 주거지 등 5곳을 압수수색해 도시계획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3개 박스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안 시장은 그로부터 6일 뒤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경찰은 최씨가 공무상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사노동 일대 토지를 차명으로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차명으로 거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토지는 구리시 사노동 304-○, 304-○번지 2개 토지와 310-○에 위치한 주택이다. 이 부동산의 실소유자는 최씨의 동갑내기 친구 송아무개씨다. 현재 송씨는 이 집에 실거주 중이다.

송씨가 지난해 1월 계약하고 2월에 소유권을 넘겨받은 이 주택은 이커머스 물류단지 개발 예정지에 포함돼 있다. 그로부터 5개월 뒤인 지난해 7월 이 일대는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으로 묶였다. 이렇게 되면 건축, 신축 등 어떠한 개발행위도 할 수 없다.

송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 바로 맞은편 토지 2개 필지를 개발행위허가제한구역 발표가 나기 불과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 계약했다. 실제 소유권이 넘어온 시점은 두 달 뒤인 8월이다. 3m짜리 일차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집은 수용, 토지는 미수용되면서 송씨는 '이중 수혜'가 가능해졌다.

우선 주택이 수용되면서 그 대가로 정부로부터 택지지구 이주자협의택지를 구입할 권리를 받게 된다. 값은 일반 분양가의 70~80% 수준이다. 한 차례 분양권 전매도 허용되기 때문에 분양권만 갖고 있어도 최소 6억~7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난다. 현행 LH 토지보상 체계에 따르면, 이주자택지를 분양받기 위해선 도시개발구역지정(토지수용) 공람·공고일을 기준 1년 전에 주택을 매입해야 하며 반드시 실거주해야 한다.

현재 이커머스 물류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 공람·공고는 안 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2월부터 이 집에 살아온 송씨에게는 토지보상 과정에서 이주자택지를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미수용되는 택지 역시 개발 후 막대한 시세차익이 에상된다. 지역 내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미수용될 송씨 땅은 지구단위계획상 문화시설용지로 돼 있어 땅값이 싸다. 그런데 이번 이커머스 물류단지 개발로 사노동 일대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될 경우 송씨의 땅은 값이 엄청나게 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최씨 친구 명의 투기 혐의 잡고 수사 중

차명거래 의혹에 대해 최씨는 "평소 친한 송씨에게 돈을 빌려줬고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구리시 관계자도 "최씨 스스로 빌려준 돈이고 추후 상환받았다고 하고 있어 별다른 인사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람 간 자금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물류단지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시 도시계획 담당자와 최씨가 결탁했는지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최씨가 비서실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각종 인사청탁을 받았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리시 주변에선 벌써부터 구체적으로 과장·팀장급 공무원 2~3명의 이름이 돌고 있다. 구리시는 "최씨의 땅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자금 및 문자메시지 내역으로 대부분 소명될 수 있어 경찰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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