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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차도 VIK 욕망…아이는 숨차다

[심희정의 컨슈머 인사이트]

◆도 넘은 '키즈 플렉스'

☞VIK : Very Important Kids

백화점 명품 아동 의류 매출 87% 쑥

키즈 식품 불티나고 럭셔리 돌잔치도

자녀 통해 대리만족·과시욕 드러내

부모 경제적 능력보다 과도한 소비에

아이 삶 전반 '박탈감·포장' 등 부작용

행복가치 변질, 직업선택에도 문제로





앤아더스토리즈의 최초 키즈 캡슐 컬렉션


스텔라맥카트니 키즈


마르니 키즈


톰브라운 키즈 컬렉션


“너도나도 ‘보복 소비’라며 명품을 사는 분위기에 떠밀려 저도 명품 백을 하나 구입하고 보니 아이에게도 명품 미니백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랑 같은 것을 입고 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재미가 쏠쏠해요." (39세 주부 신 모 씨).

“과거에는 버버리 키즈 하나 입히면 ‘플렉스’였는데 요즘 주변에서 구찌, 펜디, 마르니 키즈 등 다양한 명품과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많이 입히는 것을 보니 로고 박힌 옷 몇 개는 갖춰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펜디·마르니를 입는 것은 어림도 없지만 아이는 제 인생과 달라야 하지 않겠어요." (42세 회사원 이 모 씨).

부모들이 자녀를 통해 과시 욕구를 푸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키즈 플렉스’ 시장도 선을 넘는 모습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재택 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아이에게 보다 더 집중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로 아이들은 부모는 물론 조부모 등 친인척의 지갑까지 틀어 쥔 ‘VIK(Very Important Kids)’가 되며 명품·패션·식음료·호텔·교육 등 모든 산업군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 과도하고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수요가 급증하자 VIK 모시기에 혈안이 된 신종 키즈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아이를 통한 대리 만족이나 과시 욕구를 드러내려는 부모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더 나아가 다른 부모처럼 아이에게 좋은 것을 입히고 사주고 경험하게 하지 않으면 내 아이가 소외되는 것 같은 ‘포모신드롬’까지 나타나는 기형적인 사회 현상이 장래 아이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품 보복 소비, 키즈로 옮겨 붙었나=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소비는 명품 및 수입 컨템포러리 패션 부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올 1~5월 명품 매출(57.1%) 증가율보다 명품 브랜드와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포함된 프리미엄 아동 부문이 87.6%나 성장했다. 온라인 명품 구매 플랫폼인 머스트잇에 따르면 3~5월 키즈 카테고리 판매량은 112% 증가했다. 의류가 126%로 증가 폭이 가장 컸으며 신발과 가방 등 액세서리가 각각 97%, 48% 늘어 키즈 명품 시장의 성장세를 증명했다.

스텔라맥카트니 키즈


스톤아일랜즈 키즈


지방시 키즈


코로나19 가족 단위의 모임이 증가함에 따라 패밀리룩을 즐기며 이를 SNS에 과시하는 성향이 짙어지자 성인 브랜드의 미니미도 인기다. 스텔라맥카트니·MSGM·N21·스톤아일랜드·닐바렛·폴스미스·에르노 등 고가의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자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X세대 부모의 심리를 겨냥해 아이와 함께 입을 수 있는 키즈 라인을 쏟아냈다. 앤아더스토리즈 역시 브랜드 론칭 이후 최초로 1~8세 아동을 위한 키즈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성인들의 명품 백 보복 소비는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양상을 보이며 명품의 기이한 대중화 바람도 생겨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요즘 루이비통·구찌 가방을 들었다거나 에르메스 스카프를 했다고 해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몽클레르 티셔츠에 버버리 스니커즈를 신고 구찌 미니백을 갖고 있다고 해서 새삼 놀라울 것이 없는 세상이 됐다”며 “아이들조차 짝퉁이든 정품이든 적어도 아이템 몇 개는 명품 로고가 찍힌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시 키즈


◇‘키즈’만 붙으면 불티…쏟아지는 키즈 제품=지난 2월 유아동을 겨냥해 새로 출시된 정관장의 ‘키즈랩 프로바이오틱스’는 출시 한 달 만에 100만포 판매를 돌파했다. 정관장은 유아동 전문 제품을 시작으로 11~13세, 중학생, 고등학생 등 타깃 나이를 전략적으로 나누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자녀들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을 설계했다. 다섯 가지 유해 성분을 빼고 저불소 처방이 된 ‘2080 키즈가글’도 나왔다.

키즈 김치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종가집이 ‘어린이 한입 백김치’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풀무원도 국내산 고춧가루를 사용한 토마토김치와 홍시깍두기 등 어린이 전용 김치 ‘키즈김치’로 출사표를 던졌다.

소규모로 축소됐지만 화려해진 돌잔치는 더욱 인기다. 최상위 객실인 복층 구조의 ‘남산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 10인 기준 돌잔치와 투숙이 포함된 반얀트리서울의 700만~900만 원짜리 돌잔치 패키지는 전년보다 찾는 고객이 1.7배 늘었다.

정관장 ‘키즈랩 프로바이오틱스’


전국 백화점에는 10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일반 키즈카페보다 최소 5~6배 비싼 영어 키즈카페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3개월에 150만 원짜리부터 24개월에 800만 원 등까지 멤버십으로만 운영된다. 얼마 전 종료한 글로벌 베이비페어에서는 200만 원짜리 벤츠 마크가 새겨진 유모차 ‘하탄’, 130만~150만 원대의 ‘줄즈’를 사려는 소비자가 줄을 이었다.

◇부모는 포모신드롬, 아이는 행복의 기준 ‘물질’로 ‘록인’ 우려=사회학자들은 100만~200만 원대인 몽클레르 패딩이나 30만~40만 원대 골든구스 슈즈, 수십만 원짜리 명품 티셔츠에 대한 부유층의 소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문제는 경제적 능력을 넘어선 과시 소비와 아이에 대한 올인 소비에 따른 대리 만족의 부작용이 자녀 인생 전반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SNS라는 ‘과시 창구’를 통해 옆집에서 소비하고 누리는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독일 심리학자 프리츠 슈트라크 박사가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 옆에 있을 때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확인한 만큼 인간은 상대적 소득에 민감하다”며 “따라서 명품에 대한 욕구가 어릴 때부터 생기면 상대적 박탈감, 소외감, 과시, 포장 등 다양한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포노사피엔스(휴대폰 인류)인 디지털 세대가 이미 손 안에서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취하고 보이는 것에 대해 민감해지면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브랜드를 지니고 있을 때 ‘내가 이런 물건을 갖고 있으면 ‘인싸(인사이더)’로 인정 받는구나’하고 느끼면 명품이나 물질이 삶의 가치에서 1순위가 될 수 있다”며 “이렇게 될 때 행복을 느끼는 기준과 요인이 물질로 정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유명 브랜드들이 어린 시절에 정립된 브랜드에 대한 기억과 개념이 향후 자신의 소비 수준과 무관하게 ‘브랜드 록인’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점을 간파하고 키즈 및 주니어 브랜드를 양산하는 이유다.

애경 ‘2080 키즈 가글’


한국 사회에서는 사치, 명품, 과시, 럭셔리가 혼용돼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나 일본 장인의 혼이 깃든 100년 된 칼, 희소가치가 있는 음반을 명품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과연 명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부모의 가치관 정립이 우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이는 부모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생활을 모방하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나영 교수는 “값비싼 물건이 아닌 다른 다양한 가치에서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아는 아이가 성장해서도 험난한 세상을 살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교수는 “1990년대 초반까지 한국의 산아제한 정책에 따라 TV 광고를 휩쓸었던 ‘우리 애는 특별해요’라는 문구가 진정 활개를 치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한다. VIK로 자라난 세대는 타인과의 평가 기준이 보여지는 것에 주로 의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급기야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문제를 야기해 사회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내가 역량이 되지 않더라도 남이 보기에 평가받지 못하는 일은 기피하고 남의 눈에 좋아 보이는 직업을 선택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업은 구인난, 취준생들은 구직난에 시달리는 양극화가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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