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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이 묻는다, '정상가족'이 무엇이냐고


입력 2021.06.10 09:13 수정 2021.06.10 09:1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KBS ⓒKBS

자발적 비혼모를 선택하며 아이를 출산한 방송인 사유리가 편견을 깨고 있다. 나아가 그의 예능 출연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만 매몰됐던 가족 예능에 새로움을 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유리는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서양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 젠을 출산했다. 이후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그 이유를 솔직하게 밝혔으며, 최근에는 KBS2 육아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또 한 명의 '슈퍼맨'으로 출연 중이다.


지난 3월 합류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부 네티즌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사유리의 방송 출연은 비혼모 출산을 부추기는 데 동조하는 것이라며, 방영을 중단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당시 '슈퍼맨이 돌아왔다' 측은 "우리 프로그램 제목의 '슈퍼맨'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히어로, 영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사유리 역시 한 아이를 키우는 슈퍼맨의 길로 들어섰다. 슈퍼맨 사유리의 육아를 보고 싶다는 누리꾼들의 요청이 쇄도한 만큼 사유리를 새로운 슈퍼맨으로 섭외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었다.


현재 사유리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다른 슈퍼맨들과 마찬가지로 젠을 돌보며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며 성장 중이다. 최근 샘 해밍턴의 집을 방문, 샘 해밍턴과 윌리엄, 벤틀리와 가족처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유리가 가족 예능에 무사히 안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4인 가족이 아닌 1인 가족부터 2인 가족 등 가족의 개념은 확장되고 있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이를 다양하게 다뤄내지 못했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예능의 영역에서 보여준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이것을 당연한 시선으로 다룬 것에 반가운 반응들이 이어졌었다.


특히 그동안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의 육아를 특별한 것으로 다루고, 가족이 모였을 때 안정되는 모습 등을 통해 가족 내 성역할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가부장적인 가족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족 예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기도 했었다. 사유리 출연을 계기로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뻔한' 육아 예능에서 한 발 나아간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끌어내고 있다.


ⓒSBS ⓒSBS

이 외에도 진태현, 박시은 부부가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서 성인 입양에 대해 밝히고, 신애라가 SBS '집사부일체', 채널A '요즘가족 금쪽수업'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입양 가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등 입양에 대한 보다 다양한 주제들을 다뤄내며 인식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다룬 프로그램도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JTBC는 싱글맘들의 육아를 다루는 예능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이하 '내가 키운다')를 론칭하며 또 한 번 틀을 깨기를 기대케 했다. 그동안 예능에서 배제되어 왔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제시하는데서 나아가, '육아 팁과 정보 공유'라는 기획의도를 통해 보편적인 고민의 영역에서 그들을 다루겠다는 의지가 엿보게 한 것이다.


'내가 키운다'의 김솔 PD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대해 "혼자 자녀를 키우는 '솔로 육아' 가족들에게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다루는 것에 대해서도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기도 하고,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유학과 사업 등의 사정상 부모가 따로 사는 경우 도 있다. 최근에는 한 연예인의 비혼모 선언도 있었다. 가족의 모습은 다양해져 가지 않나. '내가 키운다' 또한 그런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관찰 프로는 어떨까라는 생각에 기획을 하게 됐다"며 "예전에 낯설었던 '혼밥'의 문화가 이제는 익숙해졌듯이 '혼육(솔로육아)' 에 대한 이야기가 이젠 마냥 남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이야기, 우리 친구의 이야기, 이제는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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