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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30% 급등…`이름 바꾼 코인` 주의보

윤원섭,한상헌 기자
윤원섭,한상헌 기자
입력 : 
2021-06-03 17:39:28
수정 : 
2021-06-03 19: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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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에 상장한 `MCI코인`
`싸이클럽`으로 간판 바꾸자
순식간에 39원서 52원 폭등
상장된 코인의 이름만 바꾸는 이른바 '리브랜딩' 주의보가 가상화폐 업계에 발령 중이다. 통상 리브랜딩을 하면 해당 코인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코인 발생사들이 시세조종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상장된 'MCI코인'이 '싸이클럽'으로 이름을 바꾸는 리브랜딩을 통해 가격이 1시간 만에 39원에서 52원으로 3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코인 가격은 더 상승하면서 3일 한때 62원까지 올랐다.

이는 싸이월드와 협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공개된 백서(코인 사업계획서)에 관련 내용은 담겼지만 거래소에서 이름을 변경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시간에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리브랜딩은 코인의 명칭과 로고가 변경되는 것을 말한다. 추가로 백서까지 변경해 사업 방향 등을 바꾸기도 한다.

싸이클럽을 운영하는 MCI재단의 싸이월드 백서에 따르면 이 코인은 싸이월드를 연계한 음성·텍스트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싸이클럽은 올해 3분기에 시범 오픈하고 내년 1월 정식으로 문을 연다고 돼 있는데 아직 서비스를 출시하지도 않은 채 코인만 우선 만들어둔 셈이다.

일부에서는 싸이월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싸이월드제트'가 대형 거래소에 코인을 새로 상장하는 것이 어려우니 기존 코인을 이름만 바꾸는 '리브랜딩'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싸이월드제트는 크리에이터 육성기업 MCI재단과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지난 4월 체결한 바 있다.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지난 1년 사이 10여 개가 넘는 코인이 로고와 명칭을 바꾸거나 백서를 수정하는 등 리브랜딩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를 포함하면 이런 리브랜딩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리브랜딩 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지난 3월 '피체인' 코인이 '플리안'으로 명칭과 로고를 변경했는데 변경 전날 관련 소식이 알려지자 코인 가격이 60%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업비트에 상장된 '아이텀게임즈' 코인은 지난 4월 '아이텀'으로 명칭을 변경한 직후 50% 넘게 가격이 올랐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리브랜딩이 주식시장에서 회사 이름을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바꾸는 것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다만 주식시장에선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을 거치는 것과 달리 리브랜딩 권한은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재단에서 결정하고 있어 시세조종과 자금세탁 등 가능성이 크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권한이나 경영 방침 등은 전적으로 발행 재단 측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등록 안내 컨설팅(가칭)'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참가 대상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0곳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선정해 간담회를 개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FIU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가상화폐 거래소가 FIU에 신고등록을 하는 데 필요한 요건(ISMS 인증 획득,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개설 등)을 설명하고 사업자 취급 금지 가상자산 규정, 사업자 시세조종 금지 등을 논의했다.

[윤원섭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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