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5.6% 뛰어도.. 기업들 웃지못한 까닭

지난달 21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5월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6% 증가했다. 1988년 8월 이후 약 3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그러나 역대급 수출에도 기업들은 웃을 수만 없다. 원자재값 급등에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교역 위축, 수출 대상국의 경제 악화, 원화 강세 등으로 하반기 수출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7억3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48억5500만달러 대비 45.6% 증가했다. 증가율이 4월 41.2%에 이어 두달 연속 40%대를 기록한 것은 수출 역사상 처음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하루 평균 수출액은 2018년 이후 첫 24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월 기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수출이 5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한 건 3개월 연속이다.

올해 1~5월 누적 수출액은 2484억 달러로, 같은 기간 누적 기준 역대 1위다. 더 긍정적인 것은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4개가 증가했고, 이 가운데 12개 품목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할 만큼 각 품목들이 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수출액이 24.5% 증가한 반도체는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자동차 수출은 93.7%나 증가해 14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석유화학 94.9%, 석유제품 164.1% 등 다른 품목도 기록적 증가율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중국 22.7%, 미국 62.8%, EU 62.8%, 아세안 64.3%, 일본 32.1%, 중남미 119.3%, 인도 152.1%, 중동 4.6%, CIS 36.5% 등 9대 지역에서 모두 증가했다.

지난달 수입액은 37.9% 증가한 478억1000만달러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29억3000만달러로 13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올해 수출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지만 내용 면으로도 우리 수출의 펀더멘탈이 더욱 견고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 올해 수출 반등을 넘어 새로운 수출 도약의 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출 증가세와 달리 하반기 수출은 둔화가 우려된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5.2%가 하반기 수출 감소를 예상했다. 기업들은 원자재값 상승,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하반기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기·전자기업 70%가 줄 것으로 예상했고, 이밖에 자동차·부품기업도 63.0%, 바이오·헬스 59.5%, 유화학·석유제품 52.4%가 수출 감소를 예상했다.

한경연 측은 "하반기 수출 증가 기업보다 감소 기업이 더 많다면, 업종과 기업별로 수출실적이 갈리는 K자형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재찬·강민성기자 jc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