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아웃' 정재광 "배우로서 큰 산 넘어..소처럼 일하고파"

한미희 2021. 6. 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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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는 고교 야구 선수 역으로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화 속 순진하고 무모하며, 거칠고 여린 소년 광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우 정재광 [키즈리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낫아웃'에서 야구라는 꿈 하나만을 좇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비틀거리는 열아홉 살 고교 야구 선수 광호 역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은 정재광(31)은 최근 인터뷰에서 "여전히 야구를 즐기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야구의 룰도 모르는 그가 실제보다 12살이나 어린 고등학생 야구 선수 역을 맡게 된 건 야구팬인 이정곤 감독 때문이다.

2016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정재광에게 독립스타상을 안겨준 단편 영화 '수난이대'를 본 이 감독은 정재광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이 감독은 정재광에게 "야구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투자를 받게 되면 꼭 같이하자"고 적극적으로 제안했고, 4년 뒤 프러포즈를 하듯 시나리오를 건넸다.

야구도 전혀 몰랐지만,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첫 단독 주연이었다.

"초고는 128신이었는데 저는 등·퇴장이 없는 게 정말 부담이었어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동시에 이 산을 넘어야지 배우로서 그릇이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겠구나 싶었죠."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는 고등학교 야구 경기를 참관하고, 야구 아카데미에 다니며 촬영을 준비했다.

"고교 야구 대회를 보면서 제가 상상했던 광호의 이미지와 맞는 친구를 발견했어요. 웃고 떠드는 주변 친구들과 달리 남다른 눈빛으로 다른 팀의 경기를 보고 있더라고요. 저 절박함, 절실함이 광호일 수 있겠다 싶었죠. 저는 경기를 보는 그 친구를 관찰하며 광호를 디자인했어요."

영화 '낫아웃' [키즈리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햇볕에 그을려 검고 거친 피부를 만들기 위해 태닝을 하고, 염분이 많은 국밥과 치킨, 맥주를 가리지 않고 먹으며 25㎏을 찌웠다. 야구 선수의 커다란 몸집을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볼살을 찌워 어려 보이기 위함이기도 했다.

하루 6시간을 걸으며 다시 27㎏을 감량한 그에게서 영화 속 광호의 거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봄, 촬영을 시작한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촬영 장소 섭외 등 모든 과정이 고생이었다.

엄격한 통제로 힘들어진 촬영에 지친 스태프들이 다시 힘을 모았던 건, 드래프트에서 떨어진 이후 꿈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좌절한 광호가 아버지의 허름한 식당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광호를 연기하는 정재광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까지 함께 울었던 장면이었다.

"광호가 '나 진짜 잘했단 말이야'라는 대사를 하는데 한 미술팀 스태프가 미대 입시 준비할 때가 생각난다며 많이 울었어요. 현장에서 모두가 광호에게 공감하고 광호를 위로하는 순간이었죠. 코로나19로 촬영 자체가 많이 힘들 때였는데, 그 이후 다시 모두 으쌰으쌰 힘을 내서 뜨거운 분위기로 촬영을 이어나갈 수 있었어요."

영화 '낫아웃' [키즈리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재광 역시 고등학교 시절 배우라는 꿈을 품고 중앙대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비슷한 과정에 처해 비슷한 감정을 겪었다고 했다.

"청소년수련관에서 '타이타닉' 같은 영화를 DVD로 보면서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다양하게 살아보면 좋겠다, 저 안에 내가 있으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그때까진 춤추는 걸 좋아했는데, 배우가 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어요. 네가 무슨 연기냐, 춤이나 춰라, 중앙대는 못 간다면서요. 저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증명해내고 싶었어요. 그때의 절박한 마음과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을 극대화해 광호와 맞닿은 거죠."

수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해 온 정재광은 인기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의 전직 소방관 역으로 얼굴을 알리고, 영화 '버티고'에서 천우희의 상대역으로 상업 영화에 데뷔했다.

'낫아웃'은 "배우로서 성장시켜준 큰 산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도전하고 싶은 작품과 역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저 "제 그릇에 맞는 작품이 왔으면 좋겠고,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며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차기작은 한소희와 송강이 주연하는 로맨스 드라마 '알고 있지만'이다. 조소과 조교 역을 맡은 정재광은 "광호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항상 웃고 있는 밝고 톡톡 튀는 '오지라퍼' 캐릭터"라며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키즈리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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