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재형 핍박받을수록..김종인·김무성측 "한번 봅시다"
"김종인 측 인사, 최재형 측 접촉"
김무성 "최 원장 아주 맘에 든다"
최 원장 "입장 얘기할 상황 아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와 관련해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최 원장을 향한 야권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 원장 주변과 야권 내부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3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주초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측 인사가 최 원장 측과 접촉해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을 주선할 뜻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원장이 이런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 국면을 앞두고 야권 또는 제3지대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이 최 원장에게 관심을 표명함에 따라 향후 두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최 원장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서 ‘당 밖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지목받아왔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최 원장에 대한 구애를 표현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최 원장을 거론하며 “당 밖의 유력 주자들이 대선 경선에 참여하도록 문을 활짝 열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도 30일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안철수·윤석열·홍준표·김동연·최재형 등 모든 야권 대선주자를 다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 측이 최 원장에 관심을 표명한 걸 두고 “대선 출마 등 정치적인 뜻이 있는지를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최 원장에게 확인하기 위해 만남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원장에 대해 “본인이 정치 활동 의사 표시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정당에서 자꾸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실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3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최 원장 측에 연락했냐’는 질문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대선 후보로서의 최 원장’ 카드에 대해서도 “그 사람이 나와봐야 알지, 지금은…”이라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선 김 전 위원장보다 앞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 측이 최 원장측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총장 등 야권 후보가) 단일화하도록 반문(反文)연대 플랫폼을 만들 것이다. 문재인 정권을 반대하는 세력이 총결집해야 한다”며 “최 원장도 아주 맘에 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이 정치에 뛰어들지 말지에 대해 명확한 뜻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거물급 인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 원장은 지난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상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제 입장을)얘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그 뒤 국민의힘에선 “단호하게 거절하거나 가능성을 부인한 건 아니다”란 반응도 나왔다.
최 원장 주변에선 “야권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최 원장의 마음이 조금 움직이고 있다”는 전언도 흘러나온다. 과거 최 원장의 뜻이 ‘절대 정치는 안 한다’였다면 최근엔 ‘상황에 따라서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정도까지는 바뀐 것 같다는 얘기도 있다. 또다른 인사는 “7월 정도까지는 최 원장이 어떤 방향이든 결정을 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최 원장이 실제로 정계에 발을 내디딜지에 대해선 정치권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현 정부의 불공정 문제 등에 분노한 최 원장이 감사원장직을 던지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아직까진 “최 원장의 스타일이나 삶의 궤적을 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한편 이날 한 언론은 “최 원장이 본인에 대한 검찰 수사에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유병호 감사원 대변인은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유 대변인은 “최 원장은 이번 수사를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검찰이 내부 절차에 따라 처리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검찰이 원칙에 따라 균형잡힌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검찰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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