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부 투어 기록 빼는 상식 깨고
보도자료 배포, 인터뷰까지 진행
데이터센터에는 ‘49억9061만원’
투어 성장 홍보하려다 논란 자초
아마 우승 기록 제외도 납득 안 돼
“장하나가 약 11년 만에 생애 총상금 5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30일 E1 채리티오픈 마지막 날 배포한 보도자료의 내용이다. KLPGA 투어와 드림 투어를 포함해서 50억원을 돌파했다는 게 KLPGA의 해석이었다. KLPGA는 장하나(29·사진)와 공식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이는 스포츠 세계의 통상적인 기록 산정 방식과는 동떨어진 셈법이어서 논란이 일어났다.
KLPGA 투어에서 기록을 말할 때는 정규 투어인 KLPGA 투어 기록만 대상으로 할 뿐 2부 투어인 드림 투어나 3부인 점프 투어 기록까지 포함하지 않는 게 스포츠 세계의 상식이다.
드림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선수가 KLPGA 투어에서 첫 승을 올리면 데뷔 첫 우승이라고 하지 드림 투어를 포함해 4승째라고 하지 않는다.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도 마찬가지다. PGA 투어에서 통산 상금을 말할 때는 PGA 투어에서 벌어들인 돈만 따질 뿐 콘 페리 투어에서 번 상금까지 보태서 계산하지 않는다.
사실은 KLPGA 투어도 그렇게 하고 있다. KLPGA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는 장하나의 생애 통산 상금이 49억9061만46원으로 기록돼 있다. 약 939만원 차이로 아직 50억원을 돌파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KLPGA는 굳이 드림 투어 상금까지 포함해 50억원을 돌파했다며 웃지 못할 코미디 쇼를 벌였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해석으로 KLPGA의 공신력을 스스로 추락시킨 셈이다. 대신 원칙과 상식이 구겨진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드림 투어 상금까지 보태서 상금 50억원을 돌파했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하나의 통산 상금 50억원 돌파는 KLPGA 투어 성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바로미터다.
KLPGA 1세대인 구옥희가 20번 우승하고도 2억5491만원밖에 벌지 못했을 정도로 시장이 작았던 KLPGA 투어는 40여년 만에 장하나가 13번 우승하고도 5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다. KLPGA는 그런 의미를 강조하는 대신 50억원 돌파에만 집착하다 쓸데없는 논란을 자초하면서 의미까지 퇴색시키고 말았다.
사실 KLPGA의 기록 집계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또 있다. KLPGA 투어 통산 우승 횟수에 아마추어 시절 우승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도 그중 하나다. 아마추어 2승을 포함해 10승을 올린 최혜진의 통산 우승 횟수는 8회로 돼 있다. 아마추어로 우승하든, 프로로 우승하든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우승한 것이다. 최혜진이 K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10번이지 8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