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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대 뉴타운으로 꼽히던 그곳 ‘절반의 성공’ 장위, 공공 개발로 불씨 살릴까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21.05.31 07:42:32
  • 최종수정 : 2021.05.31 10:08:50
최근 개발 기대감이 부쩍 커진 지역 중 한 곳은 단연 성북구 장위뉴타운이다. 구역 해제와 난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이곳은 최근 남은 구역을 중심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때 서울 최대 규모 뉴타운으로 꼽혔던 만큼 장위뉴타운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니 신도시급 신흥 주거타운이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장위뉴타운은 2005년 뉴타운으로 지정될 당시만 해도 ‘서울시 최대’ 규모 뉴타운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장위동 일대 186만7000㎡의 땅을 15개 구역으로 나눠 아파트 2만4000여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에 이웃 동네까지 들썩였다. 하지만 2008년 말 금융위기가 닥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장위뉴타운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뉴타운을 밀고 가자는 주민과 사업성이 없다며 그만두자는 주민 사이 갈등이 계속됐다.

사업이 지체되는 사이 장위뉴타운8·9·11·12·13·15구역 6곳이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한때 서울 최대 뉴타운으로 기대를 모았던 장위뉴타운 대지 규모는 절반인 91만8901㎡로 쪼그라들었고 ‘서울 동북권 최대’ 뉴타운이라는 타이틀만 겨우 유지했다.

재개발 사업을 먼저 마친 구역에는 잇따라 새 아파트가 공급됐다. 이미 2구역 ‘꿈의숲코오롱하늘채(2017년 10월 입주)’, 1구역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2019년 6월 입주)’, 5구역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2019년 9월 입주)’가 입주를 마쳤고 7구역 ‘꿈의숲아이파크’는 지난해 말 공사를 마치고 입주했다. 아직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구역도 관리처분인가, 사업시행인가 등을 받아두거나 최소 조합설립인가를 마치면서 뉴타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입주한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59㎡는 올 2월 10억원(20층)에 신고가를 기록한 후 11억~12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2년 전인 2019년 5월만 해도 5억~6억원대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전용 84㎡는 지난 3월 12억7000만원(10층)에 팔린 뒤 거래가 끊겼다.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은 13억5000만원까지도 호가를 부른다.

가격이 급등하자 이번에는 구역에서 해제된 곳의 주민 불만이 생겼다. 뉴타운 사업을 끝까지 추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낡은 주택 주변에 17~32층에 달하는 고층 새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아갈수록 이미 좌초된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서울 대표 노후 주거지로 꼽히는 성북구 장위뉴타운은 구역 해제와 난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곳들을 중심으로 개발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서울 대표 노후 주거지로 꼽히는 성북구 장위뉴타운은 구역 해제와 난개발 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곳들을 중심으로 개발을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장위8·9구역 공공 재개발

▷민간 재개발·가로주택 추진도 속속

하지만 최근 장위뉴타운 해제 구역 중 공공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우선 지난 3월 말 장위8구역과 장위9구역이 2차 공공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들 공공 재개발 추진 구역에 대해 용도 지역 상향이나 용적률 상향(법적 상한의 120% 적용) 등 도시 규제를 완화해줄 예정이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제외해주는 등의 공적 지원을 적용해주기로 했다.

이 중 9구역은 2차 후보지가 발표된 지 12일 만인 4월 10일 정부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층 컨설팅을 진행할 정도로 개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9구역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모습이다. 9구역 조합에 따르면 정부는 통상 빨라야 5년에 달하는 재개발 사업 기간을 빠르면 3년 6개월까지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혜택은 2차 후보지 발표 당시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조건이다. 또 3종 주거 지역을 준주거로 종상향, 가구 수를 확 늘리기로 했다. 최고 용적률을 적용하고 층수도 최대로 보장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정부가 9구역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있다. 9구역은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으로 2017년 정비 구역에서 해제되기는 했지만 주민 호응도가 높은 편이다. 9구역은 공공 재개발 공모 당시 주민 동의율 약 70%를 달성했다.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동의율 조건(소유주의 3분의 2)을 이미 넘은 것이다. 또 교회 등 재개발을 반대할 만한 종교 시설이 적다 보니 이해관계자 간 합의도 쉬울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했다.

사업지 규모도 다른 공공 재개발 사업지에 비해 큰 편이라 사업성 우려도 적다. 국토부에 따르면 돌곶이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8구역과 함께 공공 재개발을 추진할 경우 장위동에만 약 4700가구(9구역 2300가구·8구역 2387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 대규모 공급을 추진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장위뉴타운 공공 재개발을 성사시키고 싶은 속내도 있다.

물론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공공 재개발 반대 여론이 확산하는 점은 변수다. 지난 5월 26일 서울시가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개발 구역을 새로 정하는 데 걸림돌이던 대못 규제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이 때문에 8·9구역이 민간 재개발로 선회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장위동 일대 개발 열망이 높아졌다는 점, 개발을 마치고 나면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8·9구역이 어떤 형식으로든 재개발을 추진하면 장위동 일대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3·4·6·10·14구역은 그간 꾸준히 민간 재개발을 추진해왔고 남은 구역도 가로주택 정비 사업을 추진하거나,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는 등 재개발 활로 찾기에 열심이다.

15구역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정비구역 지정 직권 해제처분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3200여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수 있게 됐다. 15구역은 그동안 재개발 사업 재추진을 위한 동의서를 모으는 작업을 진행한 한편 서울시가 15구역을 직권 해제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2심에서 추진위가 승소한 뒤 서울시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 주민 손을 들어줬다.

15구역과는 별도로 15-1구역은 가로주택 정비 사업(3개동, 206가구)을 추진하고 있다.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놨다. 11구역 역시 구역을 다시 3개로 나눠 일부가 가로주택 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다. 가로주택 정비 사업은 재개발보다 사업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추진 기간도 평균 2~3년으로 짧아 소규모 정비 사업에 유리하다. 다만 도로 확장이 어렵고 ‘나 홀로 아파트’가 되기 쉬워 개발 이익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단점이 있다.

장위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큰 13구역 역시 여러 구역으로 쪼개진 이후 13-4구역, 13-6구역, 13-8구역 등이 가로주택 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최근 13구역 전체 재개발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가 구성됐다. 다만 신축 빌라가 크게 늘어난 탓에 노후 건물 비율이 낮아졌는데 이를 허물고 다시 재개발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외에 12구역은 공공 재개발 후보지 선정에서 탈락한 후 공공 주도 개발 후보지 선정을 위해 노력 중이다.

민간 재개발을 추진 중인 곳 중 3·14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으며 4·6·10구역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뒀다. 14구역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앞두고 건축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건축심의가 통과하면 빠르면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2022년 관리처분인가 절차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10구역의 경우 일찍이 2017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으나 사랑제일교회 철거 지연 등으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1호 (2021.06.02~2021.06.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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