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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사무실 절반은 빨래방으로…일용직까지 나서"

송고시간2021-05-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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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서울 강동구에서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강순영(4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지난해 4월 사무실 절반을 빨래방으로 개조했다.

강씨는 30일 "여행업은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라 지난 1년여간 대부분의 정부 지원에서 제외됐다"며 "'버티기'를 위해 사무실을 개조해 임시로 건강식품 등 다른 물건을 판매하는 사장님들도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견디다 못한 중소 여행사들이 폐업만은 피하고자 사무실을 '개점휴업' 상태로 둔 채 다른 일을 하며 버티는 사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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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절벽' 중소여행사들…폐업만은 피하려고 악전고투

반으로 나뉜 강순영씨 사무실
반으로 나뉜 강순영씨 사무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우리 기자 = "저처럼 경력이 오래된 여행업 전문가들은 상황이 나빠졌다고 해서 미련 없이 폐업하진 못해요. 조금 나아질 때까지만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버티는 거죠."

서울 강동구에서 중소 여행사를 운영하는 강순영(4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지난해 4월 사무실 절반을 빨래방으로 개조했다.

그는 오전에 아무도 찾지 않는 여행사 문을 열어놓고 바로 옆 빨래방을 관리한다. 하지만 빨래방 수익도 1층 임대료를 내기엔 역부족이라 반년 전부터 오후에 쿠팡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강씨는 30일 "여행업은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라 지난 1년여간 대부분의 정부 지원에서 제외됐다"며 "'버티기'를 위해 사무실을 개조해 임시로 건강식품 등 다른 물건을 판매하는 사장님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를 견디다 못한 중소 여행사들이 폐업만은 피하고자 사무실을 '개점휴업' 상태로 둔 채 다른 일을 하며 버티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강씨처럼 여행사가 건물 1층에 있어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2층 이상에서 조그맣게 사무실을 차리고 운영하던 회사들은 꼼짝없이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고정비용을 메우고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여행업을 하는 박모(56)씨도 지난해 중순부터 사무실을 열지 않고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한다.

그는 "휴업 상태여도 직원들 고용유지비 일부와 임대료·공과금 등 돈 나갈 곳이 수두룩해 매일 밤 고민을 안고 잔다"며 "20년간 해온 이 일을 영영 못 하게 되는 사태만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비닐에 싸인 여행사 사무실의 여행책자 거치대
비닐에 싸인 여행사 사무실의 여행책자 거치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여행업협회가 올해 1월 내놓은 '전국 여행업체 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여행업체 1만7천664곳 중 여행업을 유지 중인 업체는 74.1%였다.

나머지 25.9% 중 폐업 신고를 마친 곳은 1.1%에 불과했는데, 업체 22.4%는 '사실상 폐업', 2.4%는 '사실상 여행업이 아닌 상태'로 버티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손실보상법의 피해보상 대상에 여행업이 포함되지 않은 데다, 정부가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고수하자 이들은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간다"고 호소하고 있다.

강순영씨는 "손실보상법이 여행업에도 소급 적용되면 그나마 절벽에서 한 걸음이라도 뒤로 물러날 수 있다"며 "그것만 바라보고 하루하루 논의 상황을 살피며 마음 졸이고 있다"고 했다.

일부 대형 여행사들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해외여행 상품을 출시해 예약을 받고 있지만, 중소 여행사들은 그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예약이 취소되고 금액을 환불해야 할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는데, 오프라인에 있는 중소업체들은 손실을 떠안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행이 다시 자유로워지는 날까지 최소한 버틸 수라도 있게 고정지출 부담을 줄이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박씨는 "가장 큰 부담이 임대료"라며 "정부가 나서서 공유 오피스를 지원하거나, 당장 어렵다면 회사 주소를 자택으로 이전할 수라도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iroow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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