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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시동…교사 면허도 통일

강효민 | 2021. 05. 26 | 2,912 조회

유치원, 보육원, 어린이원 관할 부처 제각각..10년 뒤 도입 목표

유치원 교사와 보육사 면허 통일화도 함께 검토

교사, 보육사, 학부모 “기대 반 우려 반”


일본 자민당 '어린이·청년이 빛나는 미래창조본부'가 10년 뒤 유아교육과 보육을 일원화하는 ‘유보일원화(幼保一元化)’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지난 14일 보도했다. 또한, 유치원 교사와 보육사의 면허를 통일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OECD 국가 중 유아교육과 보육이 이원화된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뿐이다.


미래창조본부는 어린이청(こども庁) 창설에 적극적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자민당 총재)의 지시로 총재 직속기관으로 신설됐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래창조본부에서는 유보일원화를 어린이청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오는 6~8월 사이에 실시하는 정부 경제 재정 운영 지침의 ‘핵심 방침(骨太の方針)’에 반영할 계획이다. 어린이청 설치법 등을 포함한 기본법도 내년 정기국회에 의원입법으로 제출할 방침이다.


현행 유아교육과 보육 기관은?


현재 일본에서 유아교육, 보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유치원, 보육원, 인정 어린이원(認定こども園, 이하 어린이원)으로 나눌 수 있다.


유치원은 만 3세에서 취학 전 아이들이 다니는 교육기관이다.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문부과학성이 관할하고 유치원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본다. 표준 교육시간은 1일 4시간으로 대부분의 유치원이 오전 중에 일과를 마치고 13~14시에 아이들이 귀가한다. 점심은 각 가정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육원은 0세부터 취학 전 아이들이 다니는 아동복지시설이다. 따라서 후생노동성이 관리하며 보육사가 아이들을 돌본다. 보육시간은 8~11시간으로 아이들이 맡길 수 있는 시간이 유치원과 비교했을 때 훨씬 길다.


지난 2006년 ‘취학 전 어린이에 대한 교육, 보육 등 종합적인 제공 추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비교적 최근에 유치원과 보육원의 중간 역할을 하는 어린이원이 생겼다.


어린이원은 0세부터 취학 전 아이들이 다니는 시설로, 시설의 성격에 따라 유보연계형, 유치원형, 보육원형, 지방재량형으로 나누어진다. 내각부에서 관할하며 시설에 따라 보육교사, 보육사, 유치원 교사가 근무한다.


유보일원화의 배경은


유보일원화 도입을 검토하기 이전 문부과학성에서는 지난 2011년 유보일체화(幼保一体化)를 시도했다. 육아와 경제활동의 양립을 지원하고, 취학 전 아이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고자 한 시도이다. 유치원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보육 기능을 양적으로 확대해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유아교육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양육을 지원하는 목적이었다.


유치원과 보육원이 각각의 장소에서 연계 운영하며 운영의 주체를 일체화하는 경우, 유치원 또는 보육원을 폐지하고 같은 장소에서 병설로 연계 운영해 시설을 일원화하는 경우, 같은 시설에서 어린이원 기능을 더해 시설을 종합화하는 경우가 생겼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하나의 시설이지만 유치원, 보육원, 어린이원의 각각 관할 부처가 달라 회계, 행정 처리가 이원화 되는 등 제도적 제약이 있었다.




◆2011년 유보일체화 계획 ©문부과학성


대기아동은 보육시설에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를 의미한다. 하지만 보육시설에 들어가고 싶은 모든 아이들이 대기아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후생노동성은 2017년 3월 대기아동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변경했다. ‘보육 시설에 입소 신청을 하고 입소 조건을 만족함에도 불구하고, 입소 할 수 없는 아이’ 로 정의했다. 예외로 특정의 보육시설을 희망하거나 보호자가 구직활동을 쉬고 있거나 지자체가 보조하는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경우 대기아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보육시설에 입소하지 못하지만 대기아동 인원으로 헤아려 지지 않는 ‘숨은 대기아동’들도 있다. 예를 들어 형제가 같은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으면 보호자가 시간적 여유가 생기지 않아 특정한 보육시설에 입소하기를 원하는 경우, 보호자가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지 못하니 구직활동을 할 수 없어서 구직활동을 포기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후생노동성은 대기아동 가속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육아 안심 플랜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출생 연령별 아동 수에 따라 보육 시설을 확보하고 2021년 4월 대기아동 문제를 해소하는 계획이었다.




◆2018년 후생노동성 육아 안심 플랜의 일부 ©후생노동성


하지만, 후생노동성이 2020년 4월에 발표한 대기아동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20년 대기아동은 12,439명으로 전년도 대비 4,333명 감소했다. 통계 자료에 나타나지 않은 ‘숨은 대기아동’들도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은 아이들이 유치원, 보육원 입소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아동수 조사 결과 ©후생노동성


관할 부처가 달랐던 유아교육과 보육을 신설될 어린이청에서 관할함으로써 회계처리의 투명성과 행정 처리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 4시간만 아이를 맡았던 유치원에서 빈 시간을 활용하면서 입소 대기아동 문제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이를 맡길 수 있게 된 보호자가 육아와 경제활동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유보일원화를 위해서는 유치원 교사와 보육사 면허의 통합과 각 관할 부처에서 처리하던 메뉴얼, 관련 법령 등을 통합해야 하고, 각각의 업계와 단체들을 교섭하는 일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교사, 보육사, 학부모의 반응은?


유보일원화 도입에 대해 현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일본 유치원 교사, 보육사, 유치원생 학부모, 보육원생 학부모 의견을 들어보았다.


유치원 교사와 보육사로 모두 일한 경험이 있고 익명을 요구한 A, 익명을 요구한 보육사 B, 5살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 학부모 타케다, 1살 아이가 보육원에 다시는 학부모 타나카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다. 학부모인 타케다, 타나카 씨는 맞벌이 가정이다. 인터뷰에 응한 4명은 각 기관 혹은 단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 것임을 밝힌다.


Q. 인터뷰에 앞서 유치원 교사와 보육사로 모두 일한 경험이 있으신 A의 경력과 이직하게 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A(유치원교사, 보육사): 저는 유치원 교사로 17년 근무했고 현재는 보육사로 7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교사와 보육사 면허를 모두 가지고 있었고, 저희 집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니, 0~5세 아이들이 성장 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보육사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Q. 유보일원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곤란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A(유치원교사, 보육사): 유치원과 보육원에도 모두 근무해보니 유치원은 문부과학성이 담당하고, 보육원은 후생노동성이 담당하기 때문에 시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육시간에도 차이가 있고, 취학 전 아이들에게는 교육・보육・양호 모두 중요한데 일원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대하는 방향이 미묘하게 달라요.


B (보육사): 특별히 불편했던 점은 없어요. 근무하는 지역은 전체가 공립 보육원이어서 관할하는 주민센터(役場)도 하나이고, 보호자도 시설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타케다(유치원 학부모): 유치원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이 짧고, 보육원은 정원이 초과되어서 추첨을 하기 때문에 아이가 입소하기 어려웠던 적이 있습니다.


타나카(보육원 학부모): 곤란했던 적은 없었어요.


Q. 유보일원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유치원교사, 보육사): 저출산 문제도 있고 맞벌이 가정이 많아진 시기에 유보일원화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B(보육사): 개인적으로는 아이를 맡기면 엄마들이 일할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해요. 유치원화 된다면 유아교육이 더해지는 거예요. 지금까지처럼 보육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월급, 처우개선 등 노력에 따른 보상이나 평가가 없다면, 지금까지의 보육에서 바뀌는 점은 없을 거 같아요. 나라에서 원하는 (유아교육과 보육의) 질적 향상으로 연결되긴 어려울 거 같아요.


저는 보육사,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의 면허를 가지고 있어요. 동료 보육사 중 경력이 많으신 분은 면허를 한 종류만 가진 분이 많을 거예요. 면허를 바꿔야 한다면 연수 등 좀 꺼리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일원화가 잘 진행되고, 유아교육이 더해져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학부모들은 만족할 거 같아요.


타케다(유치원 학부모): 일원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일원화하면 저녁까지 아이를 맡아주고 점심도 제공되니까요. 유치원은 점심 도시락도 챙겨 보내야 하고 1~2시 데리러 가야하니 맞벌이 가정에는 힘든 점도 있어요.


타나카(보육원 학부모): 음…일원화되면 보육과 교육을 함께하니 보육료 부담이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Q. 유보일원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 해결해야 되는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유치원교사, 보육사): 유치원 교사나 보육사의 인원 확보와 근무 체제도 개선해야겠지만, 유아교육과 초등교육의 연결도 함께 고려했으면 좋겠어요.


B(보육사): 일원화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보육사, 유치원 교사에게도 이점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돼요. 행정적인 문제라면 국가 입장에서만 메리트가 있는 것처럼 보여요. 지금도 보육원에서 원소식지, 일지, 월간 계획, 주간 계획, 각종 제작을 위한 준비 등 제 시간에 해낼 수 있는 양을 넘어섰다고 봐요. 대기 아동 문제나 여성이 일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좋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보육사,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보육의 질 향상에 임할 수 있는 메리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이 벅차기 때문에 변화를 반기지 않을 수도 있어요.


타케다(유치원 학부모): 담당 부처가 통합되어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일원화가 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타나카(보육원 학부모): 보육사와 유치원 선생님의 방침이 다른 부분이 많은데,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에요.


유보일원화에 대해 기대하는 목소리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보일원화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남아있지만, 보호자의 육아와 경제활동 양립을 지원하고, 아이들에게 양질의 보육과 교육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면 저출산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보육과 유아교육 문제, 저출산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참고할 아이디어 중 하나로 보인다.


*핵심 방침

핵심 방침은 2001년 6월 경제 재정 운영 및 경제 사회 구조개혁에 관한 기본방침 때부터 사용된 용어로 고이즈미 내각에서 성역 없는 구조개혁을 실시하기 위해 경제 재정 자문회의에서 결의시킨 정책의 기본 골격을 의미한다. 총리가 임용한 직속 기관에서 핵심 방침에 해당하는 총론을 작성하고 각론을 각 부처(대신)들이 작성해 자문회의에서 발표한다. 이후 각론의 실시 과정을 정기적으로 보고 받고 정책 진행 관리를 실시한다.


일본 = 강효민 글로벌 리포터 garifota@naver.com


■ 필자 소개

대구광역시교육청 소속 초등교사

대구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일본 효고교육대학교 대학원 학교교육학 석사

일본 츠쿠바대학교 교육학 박사과정 재학

대한민국 정부 국비 유학생




강효민 / E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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