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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골프장 황제요금, 회원제 부킹 `그림의떡`…골퍼들 뿔났다

조효성,김정환 기자
조효성,김정환 기자
입력 : 
2021-05-25 17:38:49
수정 : 
2021-05-25 23: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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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혜택 받는 대중제 골프장
코로나 호황 틈타 바가지 요금
회원제 골프장도 얌체짓 논란
계약서 명시된 부킹횟수 무시

자녀 카트회사 대여료 퍼주고
조경비·컨설팅비 등 허위계약
국세청, 탈세 집중조사 예고
사진설명
최근 일부 골프장이 늘어난 골프장 수입을 이용해 사주의 20대 자녀들에게 골프장 주식을 시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증여했다. 또 100여 대 골프 카트를 독점 공급하는 자녀 회사에 시세보다 높은 대여료를 퍼주는 등 불법적인 행태를 벌이다 조세당국 감시망에 걸렸다. 또 다른 골프장은 매출이 늘자 사주 친척이 운영하는 컨설팅업체와 허위계약서를 꾸며 자문료 명목으로 가짜 세금계산서를 받다가 조사당국에 적발됐다. 이 업체 대표는 골프장에 근무한 적도 없는 배우자에게 고급 외제 법인차와 고액 급여를 몰아주다 결국 세무조사 대상에 올라 수십억 원대 법인세를 토해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25일 "전국에 있는 골프장을 검토해 탈루 혐의가 명백한 10여 개 골프장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호황을 맞은 골프장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예고한 대목이다.

국세청이 골프장에 대해 칼을 빼든 이유는 대중제 골프장이 일반 국민 골프 수요를 흡수한다는 이유로 상당한 세금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혜택을 고객에게 주지 않고 독식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퍼블릭 골프장 취득세율(4.6%)은 회원제(12.6%)의 3분의 1 수준으로 재산세율(0.2~0.4%) 역시 10분의 1에 불과하다. 1인당 2만1120원씩 받는 개별소비세도 100%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이후 골프 인구가 늘어나자 대중제 골프장의 배짱 영업이 도를 넘고 있다. 또 회원제 골프장도 그린피 일방 인상, 회원 부킹권 제한 등으로 회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대중제 골프장이 '황제 요금'을 받으면서 그린피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최근 골프예약사이트를 통해 부킹이 가능한 골프장을 검색하자 경기 용인 세현·인천 오렌지듄스(토요일 오후 1시) 28만원, 경기 안성 루나힐스(오전 6~8시) 27만원으로 나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0만원대 중반에서 20만원대 초반에 예약이 가능하던 곳들이다. 충청권 대중제 골프장 그린피는 회원제 비회원가를 추월하는 사상 최초의 기이한 현상까지 일어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충청권의 대중제 골프장(41개소 기준) 그린피는 주중 17만원, 토요일 22만3500원으로 회원제 골프장(12개소 기준)의 비회원 그린피보다 각각 5600원, 5700원 비쌌다.

회원제 골프장들도 '배짱 영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회원권 가격이 중저가대에 몰려 있는 골프장들은 최근 회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회원들이 내야 하는 그린피를 일방적으로 인상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골프장을 상대로 일부 회원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회원 계약 권리에 주중·주말에 일정한 횟수의 부킹을 보장하는 점을 무시하고 오히려 회원들의 부킹권을 제한해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회원제 골프장들은 최근 전체 팀 수의 70~80% 이상을 회원에게 오픈한 뒤 남은 팀을 비회원에게 판매해야 하지만 이를 축소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곳이 늘고 있어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린피뿐만 아니라 카트피도 크게 올랐다. 8만~9만원 하던 비용은 10만~12만원까지 올랐다. 골퍼들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과 카트피 인상은 상관이 없는데 지금 부킹대란을 이용해 비용 상승을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캐디피도 12만원에서 13만~15만원으로 인상돼 1인당 골프 이용 금액(식음료 제외한 그린피·카트피·캐디피)은 35만원에서 40만원 수준으로 뛴다. 심리적으로는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코로나19로 골프관광이 줄을 잇고 있는 제주도는 골프장 요금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이 발표한 '제주골프장 산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제주도 내 대중제 골프장 요금 인상률은 주중 23.7%, 주말 16.1%에 달한다.

인상된 입장료에 캐디피(12만~13만원)와 카트비(8만~10만원)까지 포함하면, 4인 플레이 기준 1인당 지출액은 주중에도 20만원에 가깝다. 주말에는 22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용객의 원성이 커지자 제주도의회가 직접 대책 마련에 나섰다. 양경숙 의원과 도의회 포스트코로나대응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정책토론회를 갖고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입장료 감면에 소극적인 제주지역 대중제 골프장에 대해 지자체 차원의 통제가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입장료 심의위원회를 재가동해 시정명령·영업정지와 같은 강력한 행정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효성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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