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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프 캠프에서 만난 랭글러…상처없는 사랑은 없다

최기성 기자
입력 : 
2021-05-23 00: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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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드는 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지프(Jeep) 랭글러가 통나무 시소를 타는 소리다. 차를 사랑하는 운전자라면 하체가 상할까 쳐다보지도 않을 브이(V) 협곡과 계단 코스, 침수 위험이 있는 물웅덩이, 바퀴가 빠져 견인차를 불러야 할 모래사장을 통과하는 지프 랭글러도 보였다. 지난 10일 강원도 양양에 있는 캠핑장과 해변에 조성한 지프 캠프(Jeep Camp)에서 참가자들이 놀고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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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랭글러, 1박2일의 ‘전쟁 같은 사랑’

지프 캠프는 67년 역사를 지닌 오프로드 축제다. 매년 미국, 유럽, 호주 등지에서 지프 어드벤처, 지프 잼버리 등의 이름으로 개최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4년 동북아시아 최초로 열린 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했다.

지프 캠프에 참가하는 랭글러 마니아들은 유별나다. 오프로드를 일부러 찾아가 나뭇가지에 차체가 긁히는 소리, 하체가 바위에 부딪혀 깨지는 소리를 즐기며 ‘애마’를 상처투성이로 만든다. 날카로운 돌조각에 타이어가 터지거나 하체가 부서져 운행할 수 없는 곤경도 즐긴다.

지프 캠프는 랭글러 마니아들이 애정 넘치는 ‘상처’를 지프에게 베푸는 성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등장해 연합군 승리에 기여한 지프 후손답게 ‘전쟁 같은 사랑’을 즐긴다. 랭글러 마니아들은 매년 열리는 지프 캠프를 기다린다. 돈 많고 시간 많은 마니아가 아닌 이상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 지프와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않았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개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지프코리아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제이크 아우만 사장은 “지프 캠프를 열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지만 지프 마니아들의 열화 같은 요청에 힘입어 개최를 결정했다”며 “참가 신청 완료까지 2~3일 걸리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1시간 만에 완료됐을 정도로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프 캠프 2021 주요 장소로 낙점된 장소는 양양 오토캠핑장이다. 지프는 방역을 고려해 하루 100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며 행사를 진행했다. 지프 캠프 참가자들은 강원도 양양 송전 해변 일대에 조성한 ‘지프 웨이브 파크(Jeep Wave Park)’에서 본격적인 애정 행각을 벌이기 전 ‘지프 사랑법’부터 배웠다.

지프 웨이브 파크는 통나무 범피→락 범피→사면로→트랙션 등판→측사면→V계곡→통나무 서스펜션→시소→층계→수로 등 16가지 코스로 구성됐다. 지프 웨이브 파크에서 지프 성능과 운전법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산길을 거쳐 ‘마운틴 트레일(Mountain Trail)’ 코스로 이동했다.

상월천리 산길 초입까지 와인딩 구간을 통과한 뒤 산 속 비포장도로를 30분간 내달렸다. 비탈길은 내리막 주행 제어장치(HDC)를 켜고 별도 브레이크 페달 조작 없이 저속으로 내려왔다. 마운틴 트레일 코스에서 긴장한 운전자와 지프는 서퍼들의 성지 ‘서퍼 비치’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국내에 단 50대만 판매되는 지프 랭글러 아일랜더 에디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브라이트 화이트 컬러, 푸른 바다와 해변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여름 감성을 물씬 풍긴다. 여기에 익살맞은 아일랜더 문구와 티키 밥(Tiki Bob) 로고는 슬며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지프와 전쟁 같은 사랑을 나눈 뒤에는 ‘미슐랭’ 부럽지 않은 캠핑 요리로 휴식을 취했다.

작가, 인플루언서 등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는 ‘캠핑맨’ 박재현 씨는 캠핑 감성 버거를 제공했다. 그릴 위에서 바로 굽는 버거의 불맛과 연기는 지프 캠프를 감성 캠핑으로 탈바꿈시켰다.

[글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사진 지프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81호 (21.06.0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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