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의사들의 죽음…“인적 인프라까지 파괴”

홀로 코로나 환자 담당해온

가자지구 유일 호흡기 의사

공습으로 가족과 함께 숨져

신경전문의도 폭격에 사망

“이스라엘 공습, 병원도 표적

팔레스타인 미래에 악영향”

두 살배기의 고통 이스라엘의 야간 공습으로 부상을 입은 두 살배기 어린이가 1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알시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자 | UPI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 살던 알시파병원의 내과의사 아이만 아부 알오프 박사와 가족 12명이 숨졌다. 아부 알오프 박사는 열악한 환경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친 상황에서도 이 병원 내과를 책임지며 헌신해온 의사였다. 가자지구의 의사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물적 인프라뿐 아니라 인적 인프라까지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19일 가자시티 알와흐다 거리에 있던 4층 주거건물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무너져 그곳에 살던 아부 알오프 박사 가족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부 알오프 박사는 건물이 무너진 뒤 5~6시간 동안 지하에 살아 있었으나 결국 숨졌다고 현지 주민들은 전했다. 그의 부모와 17세 아들, 12세 딸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는 15세 아들로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데 가족들의 죽음은 모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아부 알오프 박사는 이날도 병원에서 늦게까지 환자들을 돌보다 집으로 돌아온 지 한 시간 만에 변을 당했다. 가자지구엔 호흡기 질환 전문의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아부 알오프 박사는 거의 홀로 알시파병원의 내과병동과 코로나19 환자들을 담당했다. 그는 병원에서 몇 사람 몫을 해내며 동시에 대학 두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아부 알오프 박사의 한 동료는 “아이만 박사는 무적과도 같은 존재여서 그의 시신 사진을 보기 전까지 병원에선 아무도 그의 죽음을 믿지 않았다”며 “그의 죽음은 팔레스타인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아부 알오프 박사의 친구인 자아닌 박사도 “아이만 박사만큼 자격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선 최소 10~15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폭격으로 아부 알오프 박사뿐 아니라 가자지구 최고의 신경전문의인 마우인 알울 박사와 심리학자 라자아 아부 알우프도 목숨을 잃었다. 자아닌 박사는 “아이만 박사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죽음은 이후 팔레스타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단지 팔레스타인의 물적 인프라뿐 아니라 인적 자원까지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알와흐다 거리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주거지와 상점, 병원 등이 있는 곳으로 과거에는 공습을 당한 적이 없었다고 19일 보도했다. 당시 공습으로 알시파병원과 인근 도로까지 파괴돼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가자지구에서 유일한 코로나19 검사실과 6개 병원 등도 모두 폭격 피해를 입었다.

뉴욕타임스는 가자지구에서 가족 단위 사망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한밤에 주거용 건물까지 폭격하면서 가족들이 한꺼번에 희생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리아드 이슈콘타나(42) 가족은 공습에 대비해 엄마와 다섯 아이가 화장실에 모여 잠을 청했다. 우려해온 폭격이 일어났고 가족이 살던 건물은 무너졌다. 이슈콘타나는 건물 더미에 깔려 갈비뼈가 부러지고 손가락이 잘린 상황에서 두 살과 여덟 살 아이의 울부짖음과 그 울음소리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들어야 했다. 그의 가족 중 이슈콘타나와 일곱 살 딸만이 살아남았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11일째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어린이 65명을 포함해 최소 23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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