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뻣뻣 박인환 선생님, 호흡·스트레칭 열심히 따라하셔"

장지영 2021. 5. 2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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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드라마·뮤지컬 '나빌레라' 안무가 유회웅
안무가 유회웅은 웹툰 ‘나빌레라’를 원작으로 한 동명 뮤지컬과 드라마 속 춤을 모두 안무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다양한 장르 활동을 통해 발레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70살 할아버지 덕출의 발레 도전과 방황하는 23살 발레리노 채록의 성장을 담은 인기 웹툰 ‘나빌레라’가 지난 3~4월 TV 드라마로 방영돼 화제를 모았다. 웹툰이나 드라마 팬이라면 30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나빌레라’를 놓치면 안 될 듯하다. 서울예술단의 2019년 초연과 올해 재연 무대 그리고 드라마까지 안무를 담당한 이는 같은 인물이다. 국립발레단 출신으로 발레는 물론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등 다양한 무대에서 재기발랄한 안무를 선보이는 안무가 유회웅이다.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덕출 역의 박인환이 춤추는 모습. tvN 제공


“드라마와 비교할 때 뮤지컬은 판타지를 더 강조하는데요. 판타지를 극대화하는 게 춤입니다. 주인공 덕출 할아버지의 상상이 무용 시퀀스로 펼쳐집니다.”

발레는 ‘젊음의 예술’이라 불리는 데서 알 수 있듯 무용수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유독 짧다. 그런데도 반복 훈련을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제대로 흉내 내기조차 어렵다.

유회웅은 “드라마 제작사는 처음엔 발레를 그다지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얼마 안 가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털어놨다. 극 중 덕출 역으로 출연한 배우 박인환에 대해선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셔서 근력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몸과 자세가 뻣뻣하셨다”면서도 “연세가 많으신데도 스트레칭과 호흡을 정말 열심히 따라 하셨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단의 ‘나빌레라’는 초연 때 객석점유율 96%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에 대대적인 수정을 통해 발레의 매력을 강화했다. 서울예술단 작품 가운데 무용의 비중이 컸던 ‘바람의 나라’ ‘잃어버린 얼굴 1895’를 연출했던 이지나 연출가가 합류하면서 웹툰 및 드라마와 차별되는 공연만의 매력을 춤으로 드러내려 했다.

뮤지컬 '나빌레라'에서 덕출 역의 최인형과 채록 역의 강상준이 함께 춤추는 모습. 서울예술단 제공


유회웅은 발레에 국한하지 않고 현대무용 등 다양한 춤을 작품에 녹여냈다. 그가 발레 외에 다양한 장르의 춤을 꿰고 있는 것은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안무가로 활동할 때 큰 장점이다. 그는 프로를 지망하기에 꽤 늦은 나이인 고등학생 때 발레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브레이킹 등 힙합 댄스에 빠져 있었다.

“고등학생 때 어머니 친구분이 발레를 권하셨어요. 발레를 참관하러 갔다가 레오타드를 입은 남자아이들을 보고는 민망해서 싫다고 했죠. 그런데 당시 발레 선생님이 비디오로 보여주신 발레 ‘해적’ 가운데 알리의 춤에 매료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됐어요.”

늦게 발레를 시작한 데다 크지 않은 키 등 신체조건도 좋다고 할 수 없지만,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2004년 졸업과 함께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백조의 호수’ ‘해적’ ‘호두까기 인형’ 등에서 개성 있는 조역으로 출연했다. 2008년 뮤지컬 ‘캣츠’ 오디션을 통해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팰리스 역에 캐스팅되면서 국립발레단을 퇴단한 이후 무용수와 안무가를 병행하고 있다.

“한예종 시절부터 발레만이 아니라 현대무용과 뮤지컬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는데요. 2002년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에서 큰 감동을 받은 게 2008년 ‘캣츠’ 라이선스 공연 오디션에 응하게 만든 것 같아요.”

그는 2008~2009년·2011년 뮤지컬 ‘캣츠’에서 화려한 춤을 보여주는 한편 안무가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기 시작했다. 2008년 창작발레 신인안무가전에서 선보인 ‘팔리아치’로 이듬해 한국발레협회 신인안무가상을 받았다. 2012년 프로젝트그룹 유회웅리버티홀을 창단한 그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신체를 과장함으로써 캐릭터를 흥미롭게 보여주거나 코믹하게 전개하는 게 그만의 안무 스타일이다.

2013년 초연한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과 2018년 초연한 ‘똥방이와 리나’가 대표작이다. 공기를 불어넣은 비닐 옷 아이디어와 코믹한 안무가 재밌는 ‘비겁해서 반가운 세상’은 2014년 불가리아 ‘원 댄스 위크’에 초청됐고 그해 대한민국발레축제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의 의뢰로 만든 ‘똥방이와 리나’는 큰 인기를 끌며 여러 지역 공연장의 초청을 받아 지금도 공연 중이다. 그는 다음 달 15~30일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1회 대한민국 발레축제의 일환으로 신작 ‘노 뉴스’(NO NEWS)를 선보인다.

“무용수도 좋지만 저는 안무가 잘 맞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얘기나 미적인 상상을 자유롭게 풀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무거운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가는 것은 제 장점이자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백조의 호수’ ‘지젤’ 등 고전발레를 저만의 해석으로 재안무해 보고 싶습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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