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송된 SBS 예능 <불타는 청춘> 시즌1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예능 <불타는 청춘> 시즌1의 한 장면 ⓒ SBS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이 추억의 동창회와 방학식을 끝으로 시즌1의 막을 내리며 재회를 약속했다. 18일 방송된 최종회에서는 청춘들의 마지막 여행에 이어 서울로 무대를 옮겨 원년 멤버들까지 함께하여 시즌1을 결산하는 피날레 무대가 방송됐다.

<불청> 멤버들은 게임과 먹방, 수다 등을 즐기며 마지막 여행의 아쉬움을 달랬다. 그동안 여행을 다니며 쌓인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대거 펼쳐졌다. 최성국은 "거제도 여행을 갔을 때다. 여성 멤버들이 각자 하고 싶은 소원을 종이에 적어 내기로 했는데, 강수지가 '손잡고 산책하기'를 적었다. (당시 공개 연애중이던) 김국진과 해안가를 산책하려는 계획이었는데, 그 종이를 하필 김광규가 뽑았다"고 회상하며 "강수지가 사색이 되어서 그 좋아하는 산책도 안 하겠다고 손사래쳤다"는 이야기를 꺼내어 멤버들을 폭소하게 만들었다. 

또한 최성국은 자신과 '영국부부' 케미를 자랑했던 박선영이 남자 멤버들 앞에서 실수로 방귀를 뀐 일화를 거론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광규는 박선영에게 장난스럽게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정색하며 난처해하는 표정을 짓자 당황했던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김광규는 그 장면이 방송된 이후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언감생심, 누굴 넘보냐'는 악플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고백하여 멤버들을 웃프게 했다.

최성국은 털털한 박선영이 수시로 달려들어 목을 조르던 장면을 회상하며 "처음엔 예능이니까 장난으로 가볍게 받아줬는데, 어느 순간부터 정말로 안 빠지더라"라며 박선영의 괴력에 깜짝 놀랐던 일화를 공개했고 남자 멤버들은 폭소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했다.

안혜경은 구본승과 '안구커플'로 부각된 이후 SNS에서 지금까지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을 공개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안혜경은 "강경헌 언니와 구본승 오빠 사이를 방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고 고백했다. 구본승은 "나는 양쪽(강경헌 팬과 안혜경 팬들)에서 다 온다"며 안혜경을 위로했고, 최성국은 <불청>에서 삼각관계로 커플케미를 뽐냈던 이연수와 박선영을 거론하며 "왜 나는 그런 게 없냐"고 오히려 부러움을 호소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안혜경은 안구커플이 종료된 이후 방송에서 눈물을 보였던 이유에 대하여 "오빠의 팬이자 계약커플로서 열심히 한 것 뿐인데,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으니까 두려운 마음이 커졌다"며 재미있자고 시작한 방송에 쏟아진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다.
 
 18일 방송된 SBS 예능 <불타는 청춘> 시즌1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예능 <불타는 청춘> 시즌1의 한 장면 ⓒ SBS

 
<불청> 비공식 최고령 커플 김도균과 신효범의 깜짝 일화도 언급됐다. 김도균은 진해 여행을 가서 우연히 단 둘만 있었을 때 신효범이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운 적이 있었다고 밝혔고, 신효범은 깜짝 놀라며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도균은 "지금까지 나의 경험으로 보면 대단한 사건의 한 장면"이라고 강조하며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했었다"라고 회상했다. 

여행을 마치고 서울에서 다시 모인 <불청>멤버들은 평소와 달리 말끔한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입고 마지막 방학식을 했다. 최성국, 김광규, 김도균, 양수경, 신효범, 박재홍, 최민용, 김완선, 조하나, 강경헌, 박선영, 이연수 등 <불청>에 오랫동안 장기출연했던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등장했다.

<불청>멤버들은 방학기간 동안 서로의 수호천사를 지정하여 챙겨주기로 했다. 무작위로 뽑은 추첨에서 양수경은 최성국을, 김광규는 박선영을, 김도균은 안혜경을, 안혜경은 신효범, 김완선은 양수경, 최성국은 김부용, 구본승은 김광규를 각각 선택했다. 수호천사에게 바라는 소원으로 최성국은 양수경에게 백일기도를 부탁했고, 안혜경은 김도균에게 1일1닭을, 김광규는 구본승에게 낚시 수확의 십일조(1/10) 상납을 요구하등 각종 황당한 소원이 속출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슴을 열어라' 코너에서는 그동안 멤버들이 서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일대일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연수는 최성국을 지목하여 "말로만 하지, 밖에서 밥 한 번 사준 적 있나"라고 저격하자, 최성국은 "나랑 밥 먹고 싶었어?"라며 특유의 느끼한 멘트로 능청스럽게 받아넘겼다.

강경헌은 구본승을 지목했다. 구본승은 "네 팬들에게 메시지(DM)가 많이 온다"고 고백하며 "우리는 즐겁게 여행하고 놀다가는 프로그램인데 너도 혜경이도 (악플 때문에) 난처하고 힘들 텐데도 많이 이해해주고 배려해줘서 고맙다"며 진솔한 속내를 드러냈다. 뒤이어 강경헌은 안혜경까지 소환했다. 안혜경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미안하다"며 선제로 돌직구를 날렸다. 강경헌은 "다른 사람이 아닌 혜경이가 끼어들어서 괜찮았다"고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강경헌은 자신이 <불청>에 처음 왔을 때를 회상하며 "다들 너무 따뜻하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했고 다음 여행에도 걱정보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게됐다. 그때의 감사한 마음 때문에 이후로 어떤 새 친구가 오셔도 내가 받았던 그 느낌을 다시 전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불청>멤버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후 6년의 방송을 결산하는 <불청> 최고 인기남녀 투표가 진행됐다. 여자는 김완선, 남자는 최민용이 최다득표를 얻었다. 김완선은 자신의 히트곡 '삐에로는 우릴보고 웃지'에 맞춰 멋진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인기투표에서 외면받은 최성국, 김광규, 이연수 등은 서로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내며 뒤끝을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은 다시 만날 시간을 기약하며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단체로 인삼주를 담그고 기념촬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멤버들은 작별의 서운함보다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재회를 기약했다. 제작진은 '새 가을날 새로운 모습으로 만날 우리들, 불타는 청춘 가을에 만나요'라는 자막으로 시즌2을 약속하며 6년 대장정의 쉼표를 찍었다.

<불청>은 2015년 파일럿으로 첫 방송된 이후 40대 이상 중년이 된 스타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여행기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며 '착한 복고 예능'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이 어느덧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어 진솔하게 친목을 나누는 모습은, 시청자에게도 마치 추억의 동창회에 동참한 듯한 따뜻한 공감대를 선사했다.

<불청>은 출연자들과 시청자들 모두에게 '힐링과 재발견'의 무대였다. 초창기 <불청>이 단순히 '한물간 연예인들의 추억팔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출연자들이 세월의 흐름과 자신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의 삶에 충실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서다. 
 
 18일 방송된 SBS 예능 <불타는 청춘> 시즌1의 한 장면

18일 방송된 SBS 예능 <불타는 청춘> 시즌1의 한 장면 ⓒ SBS

 
출연자들은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을 통하여 같이 밥먹고, 수다를 떨고, 격의없이 장난을 치고, 힘들었던 개인사까지 고백하며 또다른 친구와 가족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하여 무수한 레전드 에피소드들을 탄생시켰다.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추억의 스타들의 근황,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적인 모습, 뜻밖의 친분관계와 자연스러운 케미 등은 현재 대한민국 예능 중 오직 <불청>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었다.

특히 희극인 김국진과 가수 강수지는 <불청> 여행을 통하여 절친에서 실제 연인과 부부 사이로까지 발전하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친목관계와 감정적 교류가 단지 방송을 위한 연출이 아니었다는 진정성을 더 높이는 효과로도 이어졌다.

그동안 출연작에서 느끼하거나 과장된 코믹 캐릭터로만 알려졌던 최성국은 김국진이 하차한 이후 사실상 프로그램의 2대 리더이자 MC 역할까지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불청>의 최고 수혜자로 꼽힌다. 또한 김찬우, 구본승, 이의정, 유경아, 이상아, 송은영, 현진영, 박남정 등 잊혀졌던 추억의 스타들부터 박재홍, 이종범 등 스포츠 스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새 친구'들을 초대하여 반가운 모습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다만 프로그램이 중반을 넘어가면서 다양한 세대와 캐릭터가 공존하던 초반 분위기에서, 출연자들이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준수한 외모를 지닌 남녀 인기 출연자들의 인위적인 '러브라인'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를 두고 <불청>의 초창기 출연자들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우회적으로 <불청>의 방향성을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코로나19의 여파 인하여 야외와 단체촬영이 어려워지면서 프로그램 제작에도 많은 제약이 따르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청> 멤버와 제작진들이 지난 6년 동안 함께 동고동락하며 쌓아온 끈끈하고 따뜻한 공동체 의식은, 젊은 세대의 취향과 자극적인 코드에만 매몰된 예능에 차별화된 희소성으로 작용한다. 출연자들은 단지 과거의 유명세에만 갇히지 않고, 여전히 현재의 삶을 최선을 다해 뜨겁게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이다.

<불청>은 출연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중장년의 멋과 매력, 연예인으로서 예술적-사회적인 성취, 인생의 희로애락을 두루 체험한 이들만이 가진 내공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면서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했다. 잠깐의 휴식기를 마치고 가을에 다시 돌아올 <불청>의 새로운 시즌이 여전히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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