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차 배우' 안성기의 힘 [인터뷰]

현혜선 기자 2021. 5. 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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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64년간 영화계를 든든하게 지킨 배우 안성기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영화계 대부인 그는 국민들이 참 사랑하는 배우다. 이제는 영화 자체가 원동력이 됐다는 안성기다.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안성기는 이후 영화 '한 많은 청춘' '10대의 반항' '얄개전' '제3공작' '안개 마을' '적도의 꽃'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성공시대' '투캅스' '태백산맥' '미술관 옆 동물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무사' '한반도' '라디오 스타'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신의 한 수' '사자' 등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계 산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안성기가 이번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제작 영화사 혼)로 돌아왔다.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화려한 휴가'에 이어 또다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이야기다. 부담감은 없었을까. 안성기는 "큰 부담감은 없었다. 영화가 워낙 저예산이다 보니 활기차게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모두 힘을 모아 만든 영화라 의미가 남다르다. 부담감 대신 의미가 있다는데 중점을 뒀다. 추억이 많이 남는 영화"라고 말했다.

안성기가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는 "우선 '아들의 이름으로'라는 시나리오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오채근이라는 인물을 쭉 따라가면서 광주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상당히 짜임새 있었고, 복수는 강렬했다. 또 극중 상대역인 윤유선과의 묘한 관계도 재밌었다. 지금까지 영화를 하면서 이런 관계는 없었는데"라고 했다.

이어 "1980년 5월, 나는 배우로 영화를 찍고 있었다. 그때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지났다. 한참이 흐른 후에야 진상을 알게 됐는데,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 이 마음은 아마 국민들이 많이 느끼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화려한 휴가', '아들의 이름으로'가 내 마음을 더 움직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때문에 안성기는 1980년으로부터 약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시 5.18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이나 현재나 아직까지도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있다는 것, 아픔이 남아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이 문제는 거론돼야 한다. 물론 영화로도 계속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5.18을 전하고 싶었다고. 안성기는 "1980년에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아야 된다. 그런 것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미얀마에서는 또 일어나고 있지 않냐.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로 앙금도 남아 있다. 모두 함께 반성을 해야 되는 사건이기에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안성기의 마음은 광주에서 진행한 '아들의 이름으로' 첫 시사회에서 더욱 강해졌다. 그는 "작년에 광주에서 처음으로 시사회를 했다. 시사회를 진행하던 사회자분이 계속 울면서 진행하더라. 끝난 일이 아니구나. 아픔과 슬픔은 계속되고 있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또 영화를 본 광주 분들도 상당히 좋았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안성기의 진심은 노 개런티 출연과 영화 제작 참여로 이어졌다. 그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노 개런티인지 알고 있었다. 사실 예전부터 노 개런티 출연은 종종 있었기에 서운할 일은 아니다. 그냥 아주 부드럽게 작품을 시작할 수 있었다. 투자라고 하니까 좀 거창한 느낌이 드는데, 그냥 힘을 합친 거라고 볼 수 있다"고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노 개런티 출연이 단순히 사명감 때문은 아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 저예산 영화가 참 많은데, 좋은 작품은 당연히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만한 대우를 못 받는 상황에서 외면할 수 없었다. 개런티보다는 작품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 같이 의기투합한 '아들의 이름으로'는 안성기에게 오래 기억될 작품이다. 그는 "현장 상황이 참 열악했다. 의상 담당도 없고 분장도 없었다. 각자 옷을 구해서 입고, 출연자들이 고생을 했다. 일반 시민들도 출연하고 도와줬는데, 지나고 보니 힘들어도 좋은 기억이다. 이렇게 많은 일반인들과 작품을 한 게 처음이다. 더욱 의미가 크다"고 했다.

아들의 이름으로 안성기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극중 안성기는 특전사의 액션을 선보였다. 70세라는 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 있는 액션이었다. 안성기는 "액션이 잠깐 나오는데, 작품의 흐름상 꼭 필요한 신이다. 영화의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하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런 안성기의 액션 저력은 철저한 자기 관리에서 나왔다. 그는 "아주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계속하면서 관리를 했다. 몸이 무거워지는 걸 견디지 못하는 편이라 항상 운동을 해서 몸무게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성기는 "다음 작품에서도 액션을 하기에는 힘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장르에 대해서 크게 구분 짓고 싶지 않다. 그냥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한지가 가장 우선이다. 거기에 액션이 들어 있다면, 당연히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끝으로 안성기는 데뷔 후 64년 동안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았다. 그는 "영화 자체가 원동력이 됐다. 영화의 매력과 영화가 주는 힘들이 나로 하여금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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