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에…국내 주식·채권·원화 ‘흔들’

정원식 기자

미 소비자물가, 전년보다 4.2% ↑

연준 조기 긴축 실행 불안감 커져

뉴욕증시 비롯 아시아권 일제 하락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지수가 급락세를 나타낸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보고 있다(왼쪽 사진). 코스피는 13일 전날보다 39.55포인트(1.25%) 하락한 3122.11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서울 | 신화통신·연합뉴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지수가 급락세를 나타낸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을 보고 있다(왼쪽 사진). 코스피는 13일 전날보다 39.55포인트(1.25%) 하락한 3122.11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서울 | 신화통신·연합뉴스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약 13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긴축을 실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증시가 13일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날 국내 주식, 채권, 원화는 ‘트리플 약세’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39.55포인트(1.25%) 하락한 3122.1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5.33포인트(1.59%) 내린 951.77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6원 오른 1129.3원을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인 연 2.156%로 장을 마쳤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에…국내 주식·채권·원화 ‘흔들’

이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한 것으로 전날 확인된 여파다. 월가 예상치인 3.6%를 크게 웃돌면서 2008년 9월 기록한 4.9% 이후 12년8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발표 직후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99% 하락해 지난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도 각각 2.14%, 2.67% 폭락했다. 반면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후 1.62%에서 1.69%로 급등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물가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의 관점에 의문을 품는 경제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조기 긴축을 촉발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려 노력하지만 시장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긴축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도 4월 소비자물가 2.3% 상승
한은 선제적 금리 인상 압박 커져
정부 “경기회복 중 일시적 요인”

한국도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2017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펜트업(pent-up)’ 효과가 나타나 물가상승을 견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면 수요가 더 늘면서 물가가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목재, 구리, 펄프, 고무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치솟고 있는 것도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한은 관계자는 이날 “한은 내부에서도 반드시 올해는 아니더라도 다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이 금리를 먼저 인상할 경우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금융시장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점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은 인플레 속도가 지속되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며 조기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정상화가 미국보다 늦어 물가상승 압력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 등 한은의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정부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이 일시적 현상인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할 큰 요인은 아직까진 없다며 시장 심리를 다독이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이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가 주요 요인”이라며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로 크게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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