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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2일 ‘All바른 상점’에서 만난 이보니 대표
 지난 달 12일 ‘All바른 상점’에서 만난 이보니 대표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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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에 낯선 가게가 문을 열었다. 오랜 시간 환경운동을 실천하던 이보니(47) 대표가 만든 제로 웨이스트 숍(zero waste shop: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을 목표로 하는 가게)인 'All바른 상점'이 그곳이다.

이곳은 친환경 세제나 화장품, 각종 생활용품, 곡류 등 200여 가지의 제품을 판매한다. 또 재사용 용기를 들고 방문하면 원하는 만큼 상품을 담아 갈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도 마련되어 있다. 이 외에도 재활용품으로 만든 크레파스, 책 홀더, 반지 등 업사이클링 제품들도 판매한다.

가게 한편에는 '아나바다 책장'이라는 코너도 운영한다. 분리수거가 안 되는 완충제나 아이스팩 등을 대신 수거하거나, 기부받은 재활용품들을 업체에 보내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킨다. 손님들에게 받은 폐품들을 다른 손님들과 나누기도 한다. 빈 병과 종이봉투를 받아 포장재로 활용하고, 다 읽은 책을 무상으로 대여해 준다.

가게 이름을 정한 연유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환경문제는 오직 환경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영역에서 '올바름'을 추구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아, 'All 바른 상점'을 만들었다"라 답했다.

지난 4월 12일 화성시 동탄 최초 전문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이보니 대표를 그의 가게에서 만났다.
 
‘All 바른 상점’ 내부 모습
 ‘All 바른 상점’ 내부 모습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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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지지와 응원의 힘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남편의 제안 덕이었다. 평소에도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던 그에게 남편이 먼저 가게 차리는 것을 권했다고 한다. 남편에게 인건비도 안 나오는 일이라고 하니, "뭐 어때, 의미 있는 일이잖아"라는 남편의 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때를 회상하며 "그 대화가 나에겐 일종의 트리거(방아쇠), 계기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프리랜서로 영어 통‧번역을 하거나, 영어 강사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2010년,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생활에서 쓰는 유해 물질들에 관심이 생겼다. 이 생각은 환경에 대한 작은 실천들로 이어졌다. "샤워할 때는 물을 끄고 비누 거품을 내는 것, 음식이나 세제들에서 친환경을 생각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실천들이었다.

그런 그에게 몇 년 전 접했던 유튜브 영상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다거북의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꺼내는 장면이었다. 이 이미지는 그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느낀 계기가 되었다. 이후 집안의 거의 모든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고,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이웃들에게 제로 웨이스트를 권하기 시작했다.

2020년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이후, 그는 자신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작년 총선 때 어마어마하게 생겨난 비닐장갑들, 유난히 길었던 장마, 늘어가는 배달음식 쓰레기들에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동탄맘 카페에 장문의 글을 썼어요. 비닐 대신 쓸 수 있는 제품들, 빨아 쓰는 화장 솜이나 휴지 등 나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수십 장의 사진과 함께 올렸죠. 큰 관심을 못 끌 것이라 생각했지만, 글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자신도 실천하고 있다는 댓글, 도전해보겠다는 댓글들이 정말 많이 달렸습니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좋아요' 수가 고맙더라고요."

그 후로 동탄맘 까페에 환경에 대한 글을 틈나는 대로 올렸다. 나름의 환경 운동이었던 셈이다.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 그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그는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응원의 글, 그리고 가족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가게는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 말했다.
 
손님들이 빈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물품을 가져가는 리필 스테이션 코너
 손님들이 빈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물품을 가져가는 리필 스테이션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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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 것이 목표

그는 이 가게를 운영하기 전 '지치지 않고 오래 살아남기'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 월세 등 고정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혼자서 모든 것을 준비했다. 오랜 단골 가게였던 제주도의 '지구별 가게' 사장님을 통해 고정비용에 대한 조언을 듣고 다른 제로 웨이스트 가게들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알게 된 곳들과 서로 정보를 나누며 창업 준비를 해나갔다.

비교적 한적한 주택가 안에 가게를 차린 것과 운영 시간이 하루 5~8시간 정도로 짧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최대한 집 가까이에 가게를 차려서 가정을 돌보는 일과 병행하고 싶었다. 또 가게 운영으로 인해 아이의 등교 시간이나 가족과의 저녁 시간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는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시간을 맞춰서 찾아오실 것이라 생각했다. 가족과 불화가 생긴다면, 아무리 지구가 깨끗해진대도 무슨 소용이겠는가"라며 웃었다.

창업 과정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부분은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몇 년 동안 그가 사용해 본 제품들을 토대로 신중히 골랐고, 새로 알게 된 제품들은 직접 사용해 보는 과정을 거쳤다. 그 시간은 현재 가게를 운영하면서 꼭 필요했다고 말한다. "집에 가면 목이 아플 정도로 제품에 대한 설명을 정말 자세하게 한다"라고 말하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닌, 일종의 체험과 배움의 공간이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몇 년 동안 소소하게 환경운동을 실천하면서 느낀 경험들은 가게 운영의 기본이 되었다. 자신의 시행착오와 경험담을 사진과 함께 가게 곳곳에 붙여 두었다. 또 환경과 관련된 영상을 늘 틀어두기 위해 가게 안에 TV도 설치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어렵게 환경운동을 실천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도 계속 들으면 잔소리가 된다"라며, "원래 실천이라는 건 장기적으로 가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물품의 사용 방법을 사진과 함께 붙여뒀다.
 실제 물품의 사용 방법을 사진과 함께 붙여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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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선이 되고, 선이 모여 생활이 된다면

생긴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제법 늘었다고 한다. SNS를 통해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면 동지를 만난 기분이 든다고도 한다. "우연히 들어왔다가 '좋은 일 한다'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 설명을 듣고 가더니 며칠 뒤에 재활용품을 들고 온 학생, 한참 설명을 듣고 수세미를 구입하면서 '비닐봉지' 달라고 하시던 노부부 등… 모두가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 정도로 보였던 자매의 방문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달리 관심을 가지고 꼼꼼하게 물건을 보다가 몇 가지 제품을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부모님에게서 환경과 관련된 교육을 늘 받는다고 들었다"라며, "아이가 배우던 것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아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이보니 대표는 'ALL 바른상점'이  환경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실천의 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장 마트에 가서 물건 하나를 사도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딸려오는 현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게 말이다. 그래서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본인의 단골 가게들을 SNS에 올리고 홍보하는 일에도 열심이다.

 "저의 단골 반찬 가게는 일회용기‧다회용기‧개인용기 이렇게 세 가지 옵션을 늘 제공해요. 가격도 똑같이 받으면서, 번거로운 일일 텐데도 그렇게 환경운동을 실천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어려운 길을 가고 있는 곳들이 많아요. All 바른 상점을 포함한 이런 가게들이 일종의 점이 되어, 우리 마을 곳곳에 생기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점이 선이 되고, 선이 생활이 된다면 우리 삶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는 판매와 체험의 공간으로만 운영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삼베 실 수세미나 면 생리대 만들기 등의 클래스 공간으로도 확장하고 싶다는 All 바른 상점. 언젠가는 이보니 대표의 바람대로 제로 웨이스트가 생활이 될 앞날에 이 공간이 작은 점이 되리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말을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

"환경문제는 알면 알수록, 또 실천할수록 피곤해집니다. 하지만 나 혼자 살고 갈 세상이 아니니까, 그 피곤함을 기꺼이 감수하고 싶어요."

All바른 상점

주소 : 경기도 화성시 10용사로 563 리츠스퀘어 113호
전화번호 : 0507-1369-3172
운영시간 : 화‧목‧토 12:00~17:00, 수‧목 12:00~20:00 (매주 일‧월 휴무)
인스타그램 주소 : @All.bareun.shop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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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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